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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동결자금 해제 없다"…블링컨 발언에 '술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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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동결자금 해제 없다"…블링컨 발언에 '술렁'

블링컨 방한 앞둔 외교부, 미국과 관계 설정에 고심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한국 내 동결된 이란 자금을 해제할 의향이 없다고 밝혀 이란의 한국 선박 억류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이다.

10일(이하 현지 시각) 미 하원 외교위원회에 출석한 블링컨 장관은 한국 내 동결된 이란 자금 70억 달러를 해제하고 일본의 동결 자금을 추가로 해제하려 한다는 보도가 사실이냐는 질문에 "보도가 정확하지 않다.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란이 핵합의를 준수하기 전까지 한국 내 동결자금을 해제할 일은 없다"고 못을 박으며 "이란이 핵 합의 의무를 준수한다면 우리도 똑같은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거듭 "의무를 이행하면 그에 따라 제재를 완화할 것"이라고 강조해 이란의 핵합의(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 이행 준수 및 협상 복귀가 전제돼야 동결자금 해제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란이 동결 해제를 요구하는 자금은 한국 국적의 은행 2곳에 묶여있는 이란의 원유 수출 대금을 의미한다. 이는 이란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과 이란 사이 물품 거래를 위해 미국이 예외적으로 용인해준 거래 계좌다. 이는 2018년 미국이 이란 핵 합의를 탈퇴하고 대 이란 제재를 복원, 이란 중앙은행이 제재 명단에 올라가면서 해당 계좌의 거래가 중단됐다.

이후 이란 측은 조 바이든 미국 신임 대통령의 취임을 계기로 동결 해제를 위한 본격적 움직임에 돌입했고, 그 일환으로 지난 1월 4일 환경 오염을 빌미로 한국 국적선박을 억류했다.

갑작스러운 사태에 정부는 최종건 외교부 제1차관을 이란에 급파하는 등 선박 및 선원들의 억류 해제에 노력을 기울였으며 지난 2월 2일 선박과 선장을 제외한 나머지 선원들의 억류를 우선 해제하고 2월 22일 한국과 자금 문제에 대한 합의를 봤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외교부는 동결 자금 해제와 관련해 미국과 추가적인 협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혀 완전한 해결에는 이르지 못했다. 이후 2월 24일(한국 시각) 한-이란 외교장관 간 전화를 통한 협의를 가졌으나 아직까지 별다른 합의를 이루지못한 상태가 지속돼 왔다.

이 같은 상황에서 블링컨 장관이 이란의 행동 없이 동결 자금 해제는 없을 것임을 분명히 한만큼, 미국과 이란의 기싸움이 한동안 이어지며 한국 국적 선박의 억류 해제도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11일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블링컨 장관의 발언과 관련해 "미국 측 동의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에 (그동안 우리가) 미국 측과 긴밀하게 접촉해온 것"이라며 "미국과 많이 소통하고 있고 지금도 끊이지 않고 있다"고 했지만, 뾰족한 방안은 찾지 못한 상태다.

블링컨 장관이 오는 17일부터 방한할 예정이어서 정의용 장관과의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 이 사안에 대한 논의가 오갈 전망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블링컨 장관과) 지역 및 글로벌 이슈에 대해 폭넓고 깊은 논의가 있을것"이라고 했다.

블링컨 장관 방한을 계기로, 미국이 일본·인도·오스트레일리아와 함께 대중국 견제용으로 구성된 '쿼드'(Quad)'에 한국을 참여시키려는 구상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란의 동결자금 문제까지 겹치면서 바이든 정부와의 외교적 관계설정에 험로가 불가피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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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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