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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사회가 그녀를 죽였다..."변희수의 뜻 이어받겠다"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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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사회가 그녀를 죽였다..."변희수의 뜻 이어받겠다" 봇물

김기홍·변희수 등 성소수자의 연이은 사망에 "차별금지법(평등법) 제정해야"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강제 전역 조치된 변희수 전 육군 하사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시민사회 각계에서 애도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인권 운동가 고(故) 김기홍 씨 등 최근 성소수자의 연이은 극단적 선택이 알려지면서 한국 사회에 뿌리 깊은 혐오와 차별에 대한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민들은 변 전 하사를 강제 전역 조치한 국방부를 비롯해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 등 정치권의 성소수자 혐오 발언을 비판하며 차별금지법(평등법) 제정을 촉구했다.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4일 소셜미디어에 "군인이자 트랜스젠더로서, 트랜스젠더이자 군인으로서 용기있게 자신을 드러냈고 사회에 울림을 주었던 고 변희수 하사님의 삶을 추모한다"며 "존엄하고 동등하며 마땅한 권리를 누려야 하는 존재들로서 우리가 이제 고인의 운동을 이어받겠다"고 밝혔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도 이날 성명을 내고 "한 달간 트랜스젠더 세 명의 부고를 접했다. 알려지지 않은 이들의 죽음은 더욱 많을 것이다. 죽지 않을 수 있었다"면서 "변희수 하사의 바람은 단 하나, 트랜스젠더 군인으로 살아가는 것이었다. 특별한 것도 아니고 국가인권위와 유엔마저 촉구할 정도로 당연한 권리였다"고 했다

이어 "유력 시장후보가 '(성소수자) 안 볼 권리'를 떠드는 세상에서, 정치한다는 자들이 너도나도 나서서 성소수자를 걷어차며 매표를 일삼는 세상에서, 15년이 지나도록 차별금지법 하나 없는 세상에서, 성소수자들은 넘쳐나는 혐오와 차별로부터 자신을 지킬 변변한 법과 제도 하나 갖지 못했다"며 "차별금지법 제정을 외면하는 문재인과 국회, 혐오발언으로 칼을 휘두른 시장 후보들과 정치인들, 전투력 상실 등 억지 이유로 변희수 하사를 내쫓고 추모조차 않는 국방부는 답하라. 연이은 트랜스젠더의 죽음 앞에 사죄하라"고 비판했다.

정의당도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인은 용기를 냈고 이 나라를 지키는 군인으로 살길 원했다. 그러나 육군은 '적법한 행정처분'을 운운하며 강제 전역을 결정했다. 사회를 변화시켜야 할 정치권은 앞다투어 혐오 발언을 하기 바빴다. 정부와 여당 역시 뒷짐을 졌다"라며 "성소수자에게는 생존 그 자체가 투쟁이고 저항의 전부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 참담하다"고 했다.

성소수자 인권단체인 트랜스해방전선도 전날(3일) 논평을 내고 "트랜스젠더임을 밝혔을 때 가해지는 모든 차별과 혐오를 견뎌야 했던 변 하사님 곁에 우리가 서고자 했다. 어디에나 존재하고 있지만 어디에도 존재할 수 없었던 트랜스젠더의 삶을, 더는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끝까지 연대하고자 했다"고 했다.

이어 "죄송하다. 그리고 감사하다. 수많은 트랜스젠더퀴어 당사자들이 변희수 하사님의 용기 있는 선택을 보며 힘을 얻었고, 위로를 받았으며, 우리가 언제 어디에나 존재한다는 사실을 지금 여기에서 공유할 수 있었다"며 "그러니 계속 트랜스젠더퀴어로 살아가겠다. 혐오와 차별을 참지 말자. 트랜스젠더는 지금도 당신의 곁에서 학생으로, 직장인으로, 가족으로, 지인으로, 노동자로, 그리고 군인으로 존재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도 같은 날 논평을 내고 "트랜스젠더 군인 변희수 하사가 세상을 떠났다. 억장이 무너지는 밤이다. 논바이너리 트랜스젠더 김기홍 제주퀴어문화축제 공동조직위원장이 세상을 떠난 지 일주일 만이다"라며 "있는 그대로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 그건 배려도, 포용도, 관용도 아닌 그저 모두가 마땅히 보장받아야 할 기본권의 문제"라고 했다.

단체는 지난달 금태섭 당시 서울시장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토론회에서 불거진 성소수자 혐오발언을 지목하며 "모두의 이목이 주목하는 정치인들의 입에서 여야를 가리지 않고 퀴어문화축제와 성소수자의 설자리를 난도질 하는 말들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존재의 문제가 너무 쉽게 부정되고 공방이 되어버리는 혐오 사회 속에서 차별과 편견, 혐오와 싸우며 매일 매일을 살아내 온 이들이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변희수 하사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은 4일 페이스북에 "눈물이 왈칵 쏟아지고 말이 이어지지 않는다. 전혀 본 적이 없지만 너무 미안하고 죄송하다. 지지부진한 평등법, 차별금지법도 죄스럽다"면서 "국회는 부끄러워해야한다. 일부 종교 세력의 반대에 발목 잡힌 모양새로 십여 년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 정신차려야 한다. 적어도 이런 아픈 죽음은 막으려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고 했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도 "참담한 마음으로 고인의 명복을 빈다"면서 "부디 이제는 차별 없는 곳에서 영면하시기를 기도한다. 그토록 원했던 삶을 지켜드리지 못해 정말 미안하다"고 했다.

서지현 수원지검 성남지청 부부장검사는 "그녀를 살게 할 수 있었는데. 살릴 수 있었는데. 그냥 그녀답게 살게만 했으면 됐는데"라며 "참담하고 참담하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했다.

미래당 오태양 서울시장 후보는 "고 김기홍 님 떠나 보낸 지 일주일 채 안 됐는데 고 변희수 님 함께 가신다. 무심코 던진 돌에 '설마'가 아니라 '진짜' 죽는 법이다. 소수자는 존재 자체로 약자가 된다. 약자에게 찍히는 사회적 낙인과 차별은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면서 뒤이은 글에 "성정체성은 결코 틀린 것이 아니다. 성정체성이 나와 다르거나 익숙하지 않다고 다수자의 이름으로 혐오와 차별을 합리화 할 수 없다는 헌법 정신을 일깨워 주셔서 (변 전 하사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변 전 하사는 전날(3일) 오후 5시 49분쯤 청주시 상당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변 전 하사는 지난달 28일 이후 연락이 닿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변 전 하사는 육군 하사로 복무 중이던 2019년 11월, 성확정(성전환) 수술을 했다. 변 전 하사는 여성으로서 군 복무를 이어가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군은 성기 상실 등을 이유로 한 '심신장애 3급' 판정을 내린 뒤 지난해 1월 강제 전역 처분했다. 유엔(UN)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와 국가인권위원회 등은 전역 처분은 부당하다고 밝힌 바 있다. 변 전 하사는 대전지법에 전역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변 전 하사의 빈소는 청주성모병원이며 발인은 5일 오전 7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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