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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박원순 사건 조사 발표하나…피해자 "마지막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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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박원순 사건 조사 발표하나…피해자 "마지막 희망"

전원위원회 열고 논의 시작, 결과 발표 여부는 미정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등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을 앞두고 피해자와 피해자 지원단체가 "정의로운 판단을 해주길 바란다"며 결과 의결과 공개를 촉구했다.

피해자를 지원하고 있는 서울시장 위력성폭력사건 공동행동(공동행동)은 25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내용이 담긴 피해자의 탄원서를 공개했다.

탄원서는 지난 4일 지원단체인 한국여성의전화와 한국성폭력상담소의 의견서와 함께 인권위에 전달됐다. 이날 공개된 탄원서는 안경옥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대표가 대독했다.

피해자는 "마지막 희망은 국가인권위원회의 직권조사 결과 발표"라면서 "이 혼란 중에 가해지는 잔인한 2차 가해 속에서 피 말라가는 심신을 소생시킬 첫 걸음이다. 누군가를 처벌하기 위한 사실확인이 아닌, 누군가의 삶을 살리기 위한 사실확인을 통해 우리 사회의 혼란을 잠재워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피해자는 서울시와 박 전 시장의 측근들이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온갖 시도를 하는 정황이 드러날 때마다 너무 괴로웠다"면서 "약자의 인권보호를 강조하던 그들은 중요한 순간에 본인의 지위와 그를 통해 누려온 걸 지키는 게 중요했다. 저를 향한 다양한 공격들도 그들의 위선적이고 이중적인 모습을 드러내는 행태"라고 했다.

이어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사회,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반성하고 사과하는 사회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저는 거짓으로 누군가를 아프게 할만한 어떤 동기도 가지지 않았다. 그저 사회적으로 저에게 주어진 소임에 충실했다"면서 "사실을 사실대로 받아들이고 이 순간에도 고통받고 있을 또 다른 누군가를 위해 잘못과 상처가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개선을 힘써달라"고 전했다.

▲서울시장 위력성폭력사건 공동행동이 25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권위의 직권조사 결과 공개를 촉구했다. 인권위는 이날 전원위원회를 열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직권조사 결과에 대해 논의한다. ⓒ한국여성노동자회

"성차별 구조가 내재하고 있는 성폭력"

피해자 지원단체인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는 지난 4일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성차별적인 여성 비서 채용 및 배치 문제 △성차별적인 시장 심기보좌 노동 문제 △시장의 뜻을 견제하지 못하는 위력적인 수직구조 등에 대해 인권위의 시정권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참가자들은 서울시 등의 조직적인 2차 가해, 성폭력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성차별적인 업무 환경을 지적하며 이에 대해 인권위가 개선 권고를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이 사건의 피해자는 처음부터 전혀 보호되지 않았다. 여당 국회의원들은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이라 부르고 서울시는 규정에도 없는 '피해호소직원'이라는 말로 사실상 피해자 보호를 거부했다"며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이 종결되면서 실체적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고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가 더욱 심각해졌다. 중요한 증거인 피고소인의 업무용 휴대폰은 포렌식도 하지 못하고 속전속결로 그 가족에게 인계됐다"고 지적했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이 사건을 들여다보면 촘촘히 짜여진 성차별의 구조를 빼놓을 수 없다. 고위직은 남성·하위직은 여성으로 구성한 기이한 구조, 중요한 업무는 남성·보조적 업무는 여성이 맡는 성별 역할 분리, 게다가 여성 노동자에게 상사의 감정 수발·사적인 일과·돌봄노동 강요 등 서울시만이 아닌 많은 조직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했다.

배 대표는 "여성 직원을 동료가 아닌 소모품으로 취급하는 구조 속에서 권력을 가진 남성들은 어리고 직급이 낮은 여성들을 손쉽게 성적대상화한다. 성차별이 성희롱·성폭력으로 쉽게 이어지는 이유"라며 "이 사건은 지금 서울시를 상대로 싸우고 있지만 가해자와 피해자의 이름을 지우면 곳곳에서 반복되는 사건"이라고 짚었다.

인권위 이날 오후 논의 시작...결과 발표 여부는 미정

인권위는 이날 오후 최고 의결기구인 전원위원회를 열고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 사건의 직권조사 결과를 안건으로 상정해 비공개로 논의한다. 경찰과 검찰이 진실 규명에 사실상 실패하고 법원이 성추행 사실을 인정한 상황에 인권위 직권조사는 마지막 남은 공적 판단이다. 결과 발표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다.

박 전 시장의 사망 경위와 관련한 의혹을 풀기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5개월여간 수사를 벌인 경찰은 지난 12월29일 "박 전 시장이 사망했기 때문에 성추행 의혹은 공소권 없음", "비서실장 등의 추행 방조 혐의는 무혐의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발표했다. 다음날 이뤄진 검찰의 발표에서는 박 전 시장이 사망 전 피소를 의식한 듯한 발언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졌으나 성추행 사실을 밝혔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에 경찰이 명확히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피해자 또한 "경찰의 모호한 수사 결과 발표 후 극심한 2차 가해에 시달렸다"고 전했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도 "공소권이 없으니 진실도 없고 실체 파악도 못했다는 식의 결과 발표"라며 "경찰은 피해자의 일관되고 구체적인 진술과 피해자가 제출한 자료, 피해 사실을 직접 보고 들은 참고인들의 자료를 가지고 있다. 이 자료의 공개를 촉구한다"고 했다.

반면 지난 14일 법원은 피해자의 또 다른 성폭행 피해 재판에서 "피해자가 박 전 시장의 성추행으로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며 피해 사실을 인정하는 판단을 내렸다. 당시 재판부는 피해자의 병원 상담·진료 기록을 판단 근거로 삼았다. 이 자료들은 인권위에도 제출된 상태다.

인권위는 지난해 7월30일 최영애 위원장과 상임위원 3명의 만장일치로 박 전 시장 의혹에 대한 직권조사 개시를 결정하고 최근까지 피해자 측과 서울시 등으로부터 관련 자료를 제출받는 등 조사를 진행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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