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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블루'에 도움 되는 대처법은?

[서리풀 연구通] 거리두기·봉쇄 등 코로나19 방역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

얼마 전 지인 아버님의 자살로 인한 부고를 전해 들었다. COVID-19와 건강 문제, 경제적 문제, 가족 문제 등 여러 복잡한 상황이 영향을 미쳤으리라 생각되었지만 속사정은 알 길 없었고, 남겨진 가족들의 안위가 걱정되었으나 염려와 당부를 전하기가 조심스러웠다.

코로나로 인한 우울감이 높아지고 있고 자살도 증가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심각한 정신건강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사회적 전략이 필요하다(☞ 관련 기사 : 코로나 블루‧레드‧블랙까지...우리가 유념해야 할 것들)는 점에 동의하는 바이다. 경제적 지원과 사회적 돌봄의 강화가 선행되어야 하지만 현실적인 사회적 지원이 마련될 때까지 개별적인 대처 전략을 안내할 수밖에 없는 이 상황은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다.

개인적 대처를 강조하는 입장은 아니나, 과학적 근거에 기반하여 도움이 되는 개인적 대처방법을 인지하고 활용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판단하기에 스페인, 영국, 스웨덴 연구진들이 포함된 풀라나 박사 연구팀의 COVID-19 봉쇄 기간 동안 불안과 우울 증상 감소에 도움이 되는 대처 행동 연구 결과를 공유하고자 한다.(☞ 바로 가기 : COVID-19 유행과 봉쇄 기간 불안과 우울 증상 감소와 관련된 대처 행동)

본 연구는 COVID-19 유행 봉쇄 기간 동안 5545명의 스페인 거주 성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를 분석하였으며, 연구 결과 응답자의 65%가 불안 또는 우울 증상을 보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하고 균형 잡힌 식단을 유지하고 COVID-19 뉴스를 가급적 적게 접하며, 취미 생활을 하고, 야외에 머무르거나 외부를 바라보는 것이 낮은 불안 또는 우울 증상과 유의한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진은 Hospital Clínic de Barcelona의 온라인 익명 설문 조사 시스템을 활용하여 스페인 전역 봉쇄조치가 시작된 지 2주 후 5545명의 일반 스페인 시민을 대상으로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설문을 배포하였다. 설문 문항에는 연령, 성별, 거주 지역, 부양가족, 현재 직업 상태, 재택 또는 현장 근무 여부, 전염병 관련 일자리 손실 위험 인식과 함께, 불안 척도와 우울 척도, 지인의 COVID-19 위험 및 심각도에 대한 질문, COVID-19와 무관한 긍정적 및 부정적 생애 사건에 대한 최근 노출 여부, 3개월 간 정신 건강 치료 여부 및 최근 2주 간 대처 행동 빈도가 포함되었다. 대처 행동 목록에는 일상생활 유지, 가족 및 친구와의 대화, 운동, 건강하고 균형 잡힌 식단, 수분 공급, COVID-19 뉴스 청취, 취미 활동, 실외 머무르기 또는 외부 바라보기, 음악 감상, 요가 등의 편안한 활동 수행이 포함되었다.

조사 결과, 불안 증상의 경우 경증 39%, 중등도 11%, 중증 4%로 확인되었으며, 우울 증상의 경우 경증 29%, 중등도 9%, 중증 6%로 나타났다. 건강하고 균형 잡힌 식단을 따르고 COVID-19 관련 뉴스를 자주 청취하지 않는 행위는 낮은 수준의 불안 증상과 유의미한 연관성을 보였으며, 건강하고 균형 잡힌 식단을 따르고 일상생활을 유지하며 취미생활을 시도하는 것, 야외에 머무르거나 야외를 바라보기, COVID-19 관련 뉴스를 자주 청취하지 않는 행위는 낮은 수준의 우울 증상과 유의미한 연관성을 보였다. 신체활동과 수분 공급은 불안과 우울 증상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연관성을 나타내지 않았으며, 편안한 활동 수행의 효과는 다른 요인의 효과에 의해 상쇄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높은 수준의 불안과 우울 증상과 연관성이 높은 요인으로 실직의 위험성 인지, 진단받지 않았으나 COVID-19 증상이 있는 경우, 부정적인 생애 사건에 노출된 경우, 최소 3개월간 정신건강 치료를 받은 경우로 나타났다. 미성년 혹은 노인 부양가족이 있는 경우에 높은 불안 증상과의 연관성이 확인되었다.

최근 자살률 증가 현상은 본 연구 결과와 일맥상통한다. 비정규직으로 불안정하게 일하면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경제적 약자와 아이와 노인 부양가족 관련 가사와 육아에 더 많은 시간을 쏟게 되면서 가사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여성, 사회적으로 고립된 약자들에게 건강한 식단을 유지하고 COVID-19 관련 뉴스를 자주 접하지 말고 취미생활을 권장하는 것은 어찌 보면 무책임한 제언일 수도 있다. 다만, 사회적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사회적 돌봄은 위에서 언급된 균형적인 영양 섭취 등의 개인 수준의 주요 영향 요인이 우선적으로 중재될 수 있도록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며, 개인들도 COVID-19 관련 뉴스를 너무 자주 접하지 않도록 하고, 가급적 일상생활을 유지 하고 취미 생활을 시도하는 노력을 병행하는 것이 필요하겠다.

*서지 정보

- M. A. Fullana, D. Hidalgo-Mazzei, E. Vieta, & J. Radua. (2020). Coping behaviors associated with decreased anxiety and depressive symptoms during the COVID-19 pandemic and lockdown. Journal of Affective Disorders. 275: 80-81.

* 수많은 언론이 하루가 멀다 하고 최신 의학 기술이나 '잘 먹고 잘 사는 법'과 관계있는 연구 결과를 소개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하루에 ○○ 두 잔 마시면 수명 ○년 늘어나" 같은 것들입니다. 반면 건강과 사회, 건강 불평등, 기존의 건강 담론에 도전하는 연구 결과는 좀처럼 접하기 어렵습니다.

<프레시안>과 시민건강증진연구소는 '서리풀 연구通'에서 격주 목요일, 건강과 관련한 비판적 관점이나 새로운 지향을 보여주는 연구 또 논쟁적 주제를 다룬 연구를 소개합니다. 이를 통해 개인의 문제로 여겨졌던 건강 이슈를 사회적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건강의 사회적 담론들을 확산하는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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