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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창흠 보고서 채택 진통, 여야 '성탄절 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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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변창흠 보고서 채택 진통, 여야 '성탄절 휴전'

국민의힘 '추가 협의' 요청에, 민주당 장고 끝 수락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을 놓고 격돌한 여야가 결국 주말 동안 추가 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당초엔 표결을 통해서라도 24일 중 보고서가 채택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으나, 야당 간사의 막판 제안을 여당이 대승적으로 수용하면서 '크리스마스 이브의 휴전'이 성사됐다. 여당은 금도를 보이면서 명분을 쌓은 셈이고, 야당은 즉시 처리를 막으며 시간을 벌었다.

여야는 이날 오후 2시 20분께부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회의를 속개, 전날에 이어 변 후보자 관련 공방을 벌였다. 약 2시간 정도 진행된 회의의 전반 30분은 여야가 '생활물류서비스법' 제정안을 합의 처리하며 협치 풍경이 연출됐으나, 그 후의 1시간 30분은 변 후보자의 국무위원 적격성을 놓고 치열한 설전이 벌어졌다.

이러던 가운데 국토위 국민의힘 간사인 이헌승 의원이 오후 4시 20분께 "오늘 크리스마스 이브 아니냐"며 "여야가 심각한 의견 대립을 보이고 있는 장관 인사청문보고서를 놓고 국민께 다투는 모습을 보여선 안 되겠다. 아직 시간이 남아 있으니 여야 간사가 각 당 의견을 수렴해서 다시 만나자"는 제안을 던졌다. 이 의원은 "오늘 표결로 한다면 당연히 (여당) 여러분이 원하시는 대로 되겠지만, 논의할 시간을 달라"고 읍소했다.

국토위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조응천 의원은 "제 마음 같아선 이헌승 간사 제안에 그냥 '알겠다'고 하고 싶지만 일부 의원들은 '그러면 지금까지 뭐 한 것이냐'는 말씀을 하니 고민된다"며 민주당 내부 의견을 모을 시간을 달라고 '작전타임'을 요청했다. 약 50분가량 정회가 이어진 뒤 회의장에 복귀한 조 간사는 "야당 간사 말씀대로 주말 동안 청문보고서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병기를 하든 어떻게든 합의처리할 방법을 모색할 시간을 갖겠다"고 수용 입장을 밝혔다.

야당도 재차 "조 간사 대단히 고맙다. 민주당 의원들께도 감사 말씀 드린다"(이헌승 간사)라고 화답헀고, 민주당 소속 진선미 국토교통위원장은 "28일에는 반드시 전체회의를 열어, 표결을 통해서라도 처리할 것을 말씀드린다"고 다짐을 두며 산회를 선포했다.

"변창흠 삐뚤어진 인성" vs. "야당과 언론이 의기투합"

극적인 '휴전'이 성사되기 직전까지, 여야는 수위를 넘는 거친 말싸움을 주고받았다. 야당은 전날에 이어 변 후보자의 과거 막말성 발언 등 품성 문제를 집중적으로 지적했다. 이헌승 의원은 안건 토론에서 "의혹이 해소되지 않고 부적절하다는 점만 확인됐다"며 "불성실 답변, 위증으로 의혹이 증폭됐고, 여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 장관 수행 능력 부족도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국민들 62%가 변 후보자가 장관으로 부적절하다 응답했는데도 임명한다면 '사람이 먼저'라는 문 대통령(의 철학)은 '자기 사람이 먼저다'임을 증명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했다.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인 이종배 의원도 "삐뚤어진 인성이 있는 것 아니냐", "상황에 따라 답변이 달라진다"고 가세헀다.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은 "지난 2014년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와 정성근 문화부 장관 후보자가 과거의 적절치 못한 발언과 SNS 글이 문제가 돼서 임명이 철회된 바 있다"며 "당시 정부가 법적·도덕적 흠결보다 국민 공분을 무겁게 여겼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판단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앞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당 비대위 모두발언에서 변 후보자를 "임명돼서는 절대 안 될 사람"이라고 규정하며 당 차원의 대응 방침을 천명했다. 주 원내대표는 "그럼에도 임명한다면 우리는 인사청문 과정에서 드러난 위법에 대해 사법처리 절차로 갈 수밖에 없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진보 야당인 정의당도 이날 변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 의견을 당론으로 밝힌 바 있다. 다만 정의당은 청문보고서 채택 자체는 거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이날 국토위 회의에서 "국민 공분을 산 발언을 단순한 말실수로 볼 수 없다"고 부적격 입장을 밝히면서도 "청문회에 참여한 분들의 견해를 청문보고서에 반영해야 한다. 제가 드리는 말씀도 (보고서에) 병기해 달라"고 말했다.

심 의원은 변 후보자의 정책 방향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후보자의 생명·안전에 대한 저급한 인식, 노동 감수성 부족은 시대착오적이고 국민정서와 괴리된다. 장관으로서 치명적 결격 사유"라며 "후보자는 사과했지만 유가족들은 진정한 성찰의 결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진보-보수 야당의 연수합격에 맞선 여당은 강력한 방어막을 쳤다. "어제 인사청문회를 지켜봤지만 여러 의혹이 상당 부분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진성준), "내정자를 꼭 낙마시켜야겠다고 언론과 야당이 의기투합했다는 느낌"(문정복)이라는 전면 옹호론이 펼쳐졌다.

일부에서는 "변 후보자가 (이번을 계기삼아) 앞으로 안전·생명 존중 정신이 강해질 거라고 생각한디"(김교흥), "자질 면에서 일부 언행이 국민 눈높이에 다소 부족한 점이 있다는 것은 저도 지적했지만 여러 차례 진심어린 사과를 했고 반성하는 기초로 측은지심을 갖고 업무에 임할 것을 약속했다"(홍기원)며 설득·읍소형 주장도 나왔다.

진선미의 이례적 '해명'…김진애 '사진촬영' 돌발행동

이처럼 여권 전반에 '변창흠 지키기'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심지어 민주당 소속 진선미 위원장이 전날 변 후보자의 "여성은 화장 떄문에 모르는 사람과 아침식사를 같이하기 어렵다'는 발언을 지적한 일에 대해 공식 회의 석상에서 항의를 받기도 했다.

열린우리당 김진애 의원은 이날 회의 중 돌연 "어제 진 위원장이 '성인지감수성'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그것(변 후보자 발언)은 성인지감수성과 전혀 관계없다. 오히려 여성을 배려해서 그런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왜 성인지감수성이라는 말로 후보자에게 프레임을 씌우느냐. 위원장으로서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진 위원장은 이에 "저는 그런 말을 쓴 적 없다"고 '해명'하며 "후보자가 해명하는 과정에서의 실수를 해명할 기회를 드린 것이고 그 부분에 대해 언론에서 구도를 짜고 있는 것"이라고 언론 탓을 했다. 진 위원장은 "솔직히 다른 의원들이 그것에 문제의식을 느끼기는 하셨느냐"며 "그것을 마치 성인지감수성 부족으로 공격하는 것에는 저도 동의하기 어렵다. 오히려 기회를 드렸을 때 (후보자가) 순순히 인정하고 노력하겠다고 한 것이 나아 보였다"고 말했다.

진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여성가족부 장관을 지낸 인사다. 전날 그가 변 후보자에게 했던 말은 정확하게는 "후보자님. 조금 전 질의 과정에서 약간의 오해가 있을 수 있는 발언을 한 게 있어 해명 기회를 드리려 한다. 공유주택에 대해 설명하면서 '여성이 화장 때문에 아침을 안 먹는다' 이런 표현을 썼는데 정확한 취지를 설명하시고 그 부분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면 좋을 것 같다. 왜냐면 (해당 발언은) 여성에 대한 편견을 조장할 수 있는 우려가 있다"였다. 상임위원장으로서, 또 전문성을 갖춘 중진 의원으로서 응당 주의를 줘야 할 발언에 주의를 준 것인데, 당연한 일을 하고도 여권 강성 지지자들 등쌀에 '해명'까지 해야 했던 것이다.

진 위원장 발언까지 문제삼은 김진애 의원은 이날 상임위 회의 중 국민의힘 의원들의 의석을 휴대폰 카메라로 잇달아 촬영, 해당 의원들로부터 '이게 뭐 하는 짓이냐'고 항의를 사는 기행(奇行)을 선보이기도 했다. 자신의 발언 도중에 이같은 소란이 일자 국민의힘 하영제 의원은 "상당히 특이하시다"며 유감을 표하고 "사진 찍는 이유는 뭐냐. 납득이 전혀 안 된다"고 사과를 요구했다.

다른 야당 의원들도 "동료 의원이 발언을 하는데!", "이게 무슨 예의냐", "놀러 왔느냐", "사진 지워 달라"고 고성 항의했고, 결국 진선미 위원장도 "지금 발언 중인데 굳이 그렇게 하는 건 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김 의원에게 주의를 줬다. 다만 진 위원장은 하 의원이 "제 발언 중에 한 것이니 사과를 받아 달라"고 한 데 대해서는 "하 의원 발언 중에 소란 피운 분은 네 분이다. 네 명 다 사과받아야 하느냐 그러면?"이라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의원에게 항의한 야당 의원들까지 '소란 의원'으로 친 것이다.

김 의원은 자신의 행동에 대해 신상발언 기회를 얻어 "어제부터 (야당의 항의) 팻말을 찍고 싶었는데 못하고 오늘 찍은 것이다. 팻말에 대해 역사적 기록을 하려는 것"이라며 "다 공개되는 자리인데 비공개면 몰라도 이게 뭐가 문제냐"고 주장했다. 야당 의석에서는 즉각 "말이 되는 소리를 하라"고 항의가 나왔다.

한편 이날 국회 밖에서는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변 후보자 지명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경실련은 "국무위원인 국토부 장관은 부동산 문제만 책임지는 자리가 아니라 산업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생명과 안전도 중요하게 관장하는 자리"라며 "변 후보자의 청년노동자, 공공주택 거주자, 여성 등에 대한 언행(에 나타난) 생명과 안전에 대한 무지한 인식, 노동인권 감수성 결여는 국토부 장관으로서 치명적인 결격 사유이자 '사람이 먼저'라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 철학과도 맞지 않는다"고 비판헀다.

경실련은 또 "(변 후보자의) 가장 큰 정책 흠결은 노무현 대통령이 2007년 분양원가제도를 도입할 당시 시민운동가로 분양원가공개를 주장했던 그가 2014년부터 2020년까지 6년 중 5년 가까운 기간 동안 공기업 사장으로 재직 중 분양원가 공개를 거부했고, SH와 LH 모두 경실련과의 분양원가공개 소송이 진행 중(이라는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국회와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기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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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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