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중인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 겸 국무위원이 글로벌 거버넌스 복원에 한국과 함께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는 미국에 조 바이든 새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벌어질 세계 질서 재편 과정에 주변국과 관계 공고화를 통해 입지를 확보하겠다는 중국의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26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강경화 장관과 만난 왕이 국무위원은 한중 외교장관회담 모두발언에서 "중한 양국은 전략적 협력 동반자로서 국제 및 지역문제에 대해서 교류와 협력을 유지하고 있다"며 "우리는 함께 노력해서 지역의 평화 안정을 수호하고 지역경제 통합을 촉진하며 글로벌 거버넌스 체제를 복원 하기 위해 각자의 기여를 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왕이 국무위원의 이같은 발언은 바이든 당선인이 구성할 새로운 미국 행정부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바이든 정부가 대외 정책에 있어 사실상 글로벌 거버넌스를 포기하고 미국 우선주의로 향했던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과는 다른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중국이 이에 대한 대비 차원에서 주변국과 관계 강화에 나선 것 아니냐는 것이다.
왕이 국무위원은 "오늘 강경화 장관님과 양국 간 각 분야 교류와 협력에 대해서 정리하고 지역 및 국제 문제에 대해서 전략소통을 할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강경화 장관은 왕이 국무위원의 이같은 입장에 대해 회담 모두발언에서 "양국관계를 넘어서 그 어느 때 보다도 국가 간 국제 협력이 중요한 시기"라며 "코로나19 대응, 경제회복, 역내평화 안정 유지 등 여러 가지 지역적 국제적 현안에 대해 양국이 같이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강 장관은 "또한 유동적인 한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을 위한 여건을 지속적으로 마련해 나가는 방안에 대한 협의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양국 장관은 코로나 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한중 양국이 공동으로 대처한 것을 평가하기도 했다. 강 장관은 왕이 국무위원의 방한이 "한중 외교 당국 간 긴밀한 협력이 이뤄진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신속통로(한중 기업인 입국절차간소화 제도) 개설 같은 효율적인 방역 협력 사례도 만들었다"고 말했다.
왕이 국무위원은 "코로나 19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제가 이번에 한국을 방문한 것은 실질적인 행동을 통해 중한 관계 중시를 보여주고 한국이 코로나 19 사태를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주기 위해서다"라고 화답했다.
그는 "코로나 19 사태 발발 이래 중한 양국 국민들은 수망상조(守望相助·어려울 때 서로 협조하며 대응한다) 정신에 따라 서로에게 도움을 줬다"며 "이 자리에서 한국 각계가 중국의 코로나 19 상황이 어려울 때 중국 국민에게 해주신 지지와 도움에 대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왕이 국무위원과 만남을 시도했다가 무산됐다는 <조선일보>의 보도와 관련, 이날 기자들과 만난 통일부 당국자는 "주요국 인사들이 방한하면 장관 면담은 당연히 검토 대상이다. 그런 맥락에서 추진 여부를 검토했으나 여러 가지 고려해서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며 "<조선일보> 보도는 사실과 다른 추측성 보도로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보도 내용 중 무엇이 사실과 다르냐는 질문에 이 당국자는 "남북 경협 지지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고 (왕이 국무위원과) 면담을 추진했다는 것, 청와대 일정과 맞지 않아서 추진하지 않았다는 것 등은 사실과 다르다"며 "(통일부) 내부에서 추진하지 않기로 했고 중국 측이 (면담을)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퇴짜를 놓았다는 식의 보도는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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