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 집권 당시 북한 비핵화의 포괄적인 방안을 담은 이른바 '페리 프로세스'를 주도했던 윌리엄 페리 전 미국 국방장관이 현 시점의 북한의 핵문제 해법으로 폐기보다 관리를 목표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18일 오전 페리 전 장관, 이인영 통일부 장관과 화상회의를 가진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은 이날 오후 민주평통 주관으로 서울 포시즌 호텔에서 열린 평화통일포럼의 기조연설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정 수석부의장은 "오늘 오전 시의성이 있고 유의미한 대화를 가졌다"며 "페리 전 장관이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20년 전과 상황은 다르지만 그 때의 방식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는 "다만 (페리 전 장관과 사이에) 건널 수 없는 강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페리 전 장관은)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북한 문제는 관리하는 차원으로 가야지, 이걸(북핵) 완전히 해결하려 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정 수석부의장은 "그런데 우리는 북핵을 해결하지 않으면 전쟁의 공포와 핵 위협에 시달려야 한다"며 페리 전 장관과는 달리 북핵의 완전한 제거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어떻게 해서든 미국을 설득해서 북핵을 관리 차원이 아니라 해결하는 길목으로 끌고 들어갈 필요가 있다"며 "그 방법론으로 대북정책조정관 제도를 두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페리 전 장관이 1999년 당시 페리 프로세스를 만들었을 때 맡았던 직책을 다시 되살리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날 화상 간담회 개최 배경에 대해 통일부는 지난 1999년 클린턴 정부 당시 대북 조정관으로서 북한 비핵화의 로드맵을 만든 페리 전 장관으로부터 "과거의 경험과 지혜를 경청"하는 것과 함께 이를 통해 "향후 대북정책에 대한 교훈을 도출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통일부는 "페리 전 장관은 북한의 핵 능력 진전 등 당시와 상황은 변했지만,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외교적 해법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며 "한미 공동으로 한층 진화된 비핵화·평화 프로세스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인영 장관은 "김대중-클린턴 정부 간 조율과 협력에 기초하였던 '페리 프로세스'를 교훈삼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을 위해 지혜를 모으고, 미국 정부와의 협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페리 프로세스는 북한 핵과 미사일 중단부터 북미 간 수교까지 총 3단계의 과정을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대표적인 사례로, 당시 임동원 통일부 장관이 페리 전 장관을 설득해 이같은 입장을 끌어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실상 '임동원 프로세스'로 평가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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