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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정부 핵심 공약 치매국가책임제, 어디까지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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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文 정부 핵심 공약 치매국가책임제, 어디까지 왔나

[복지국가SOCIETY] 문재인 정부의 제4차 치매종합관리계획, 의미와 평가

일전에 어느 강사가 인터넷에서 "코로나는 2025년쯤 돼야 맞이할 세상을 5년이나 앞당겨 버렸다"고 했던 말이 기억난다. 나는 그 얘기에 상당 부분 공감했다. 언택트(un-tact), 원격, 재택근무, 언프리젠티즘(un-presenteeism; 이 말은 내가 사용하는 용어로 개인이 회사에 출근하지 않거나 건강 상의 문제로 정상적 업무를 수행할 수 없더라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등과 함께 4차 산업이나 융합기술과 같은 말들은 어느 때부턴가 우리의 일상이 돼 가고 있다.

이렇게 먼 훗날의 이야기 같았던 용어들이 이제 우리의 현실 속에 주저앉아버린 것이다. 이런 변화된 조건에서 지난 9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제4차 치매관리종합계획을 꼼꼼하게 읽어보았다. 이 계획은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추진 계획을 담고 있다. 이 방안은 사회적 연대를 통해 치매 포용국가를 조성하겠다는 것으로 현 정부의 포용적 복지 이념을 토대로 수립한 것으로 느껴진다. 그렇다면 정부의 ‘제4차 치매관리종합계획’에는 무슨 내용들이 담겨 있을까.

제4차 치매관리종합계획,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

먼저 개괄해보면, 크게 두 가지다. 전문화된 치매관리체계, 그리고 이와 관련된 정책 기반의 강화가 그것이다. 먼저, 전문화된 치매관리체계 구축을 위한 방안으로 ①선제적 치매 예방과 관리 ②치매환자 치료를 위한 초기 집중 투입 ③치매 돌봄에 관한 지역사회 관리 역량의 강화 ④치매환자 가족의 부담 경감을 위한 지원 확대가 그것이다. 다음으로, 정책 기반의 강화에는 ①치매관리전달체계의 효율화 ②치매 관리 공급 인프라의 확대 및 전문화 ③초고령사회에 대응한 연구 및 기술개발 지원 확대 ④치매환자도 함께 살기 좋은 환경의 조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번에 발표된 제4차 치매관리종합계획을 내용적 측면에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시행된 제3차 치매관리종합계획 및 2017년 발표된 치매국가책임제와 비교를 시도해 보자면, 다음의 표와 같다(※치매국가책임제는 '책임'으로 표시하되 구분이나 중복되는 부분 등은 임의로 조정하였음을 밝혀둔다).

ⓒ장봉석

제4차 치매관리종합계획에서 아쉬운 부분은?

위의 표에 나타난 것처럼 제4차 치매관리종합계획의 구체적 내용을 보면, 제3차 치매종합관리계획과 치매국가책임제를 상당부분 체계적으로 보완·개선하고 있다. 여기에 시대적 흐름과 요구에 따른 새로운 형태의 사업들도 더불어 추진할 예정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아쉬운 부분은 무엇인가. 이 논의를 위해 먼저 2014년 G7 치매수뇌회담에서 발표한 10대 핵심 정책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그림1 참조).

[그림 1] G7 치매수뇌회담의 10대 핵심 정책

이 그림의 핵심 메시지를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발병위험의 최소화다. 치매는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의 보호자나 지인들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다른 질병에 비해 갖는 거부감도 크다. 어느 보건소 직원이 들려준 얘기가 있다. 치매 검진을 받으러 오시는 어르신들에게 기념품을 드리는데, 거의 예외 없이 하시는 일이 치매안심센터라는 마크가 찍힌 포장지는 찢어 휴지통에 버리시는 것이란다. 따라서 이는 인식 전환과 예방을 위한 조기검진이라는 양 축이 균형을 이루어 추진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이 계획은 선제적 치매 예방과 관리를 위해 한국형 치매 선별검사 도구를 개발하고 병·의원, 치매전문교육 수행기관, 국민건강보험공단, 경로당, 노인복지관, 재가노인복지센터 등의 지역자원을 활용하여 치매의 조기발견 및 검진을 실시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이 계획은 2009년의 제1차 치매관리종합계획이나 치매국가책임제의 주요내용과 비교할 때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는 점에서 보다 구체적인 대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나는 복지 사각지대를 만드는 근본적 원인이 법·제도에 있다고 본다. 즉, 보건의료복지에 관한 제도가 선별적이고 수동적일수록 사각지대는 넓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도 연령과 소득이라는 기준에 얽매여 있는 것처럼 보인다. 여기에 더해 소위 신청주의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대상자 발굴은 늘 현장이나 개인의 몫이었다. 다시 말해 법은 복지서비스를 받으려면 개인이 알아서 신청하라고 하면서 현장에 발굴의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혹자는 '사회보장 급여의 이용·제공 및 수급권자 발굴에 관한 법률'(사회보장급여법)이 있는데,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 않겠느냐고 물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법을 들여다 본 사람이라면, 나의 주장에 수긍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무튼 이번 계획에도 불구하고 숨어있는 치매환자나 고위험자, 여전히 신청이나 발굴 밖에 있는 사람들을 포섭하는 성과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인식 개선 계획도 보다 뚜렷한 목표가 있어야 한다. 특히 여기에는 인식도 조사와 치매 용어 변경이라는 내용이 있는데, 더 들여다보면 조사는 치매 관련 부정적 인식의 원인을 파악할 수 있는 문항을 포함하겠다고 하고, 용어는 부정적 인식을 고려하여 인지증으로 변경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한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치매 그 자체를 부정적인 것으로 인식한다. 이에 반해 일본인들은 누구라도 치매에 걸릴 수 있다고 인식한다. 또한 치매를 인지증으로 바꾼다고 해서 이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는 것인지도 생각해 볼 문제다.

도쿄대학의 오이 겐 교수가 쓴 <치매 노인은 무엇을 보고 있는가>라는 책에 이런 글귀가 있다. "차별을 피하고자 차별받지 않을 명칭으로 바꾸는 행위는 자신을 낙엽처럼 보이게 하는 곤충의 의태를 떠올리게 하는데, 그 효과가 불충분해서 명칭이나 호칭을 바꾸는 현상은 자주 일어난다. -중략– 차별의 진짜 원인은 라벨 그 자체가 아니라 이질적이고 꺼림칙한 특성에 있다. -중략– 이질적이고 꺼림칙한 것이라는 인식 자체가 바뀌지 않았다면 그것은 단순한 라벨 바꾸기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용어가 아니라 인식을 바꾸는 게 중요하다.

둘째, 이른바 치매케어패스(Care-pass for Dementia)이다. 2019년부터 시행된 커뮤니티 케어(지역사회 통합 돌봄)와 관련해, 나는 이것을 고령자케어패스(Care-pass for Elderly), 나아가 사회적 동반관계를 필요로 하는 모든 국민을 위한 돌봄 체계(Care-pass for Public)라고 말한다. 이 말은 치매인의 중증도에 따라 필요한 자원과 보호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이에 따른 적절한 지원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치매를 예로 들면, 정상 → 경도 인지저하 → 초기치매 → 중등도치매 → 고도치매 → 호스피스 → 사망이라는 단계에 따라 치매인이 필요로 하는 다양한 사회자원과 시스템을 구축하고, 그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점은 치매인이나 보호자의 시점(視點)이다. 그리고 그 시점은 '자원 vs 욕구'가 아니라 '욕구 vs 자원'이어야 한다. 이는 치매에 노출된 국민 개개인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먼저이고, 그 필요에 따라 적절한 자원이 개발·보완·개선·배치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의미에서 나는 치매국가책임제를 '치매인·치매고위험군 또는 그 가족 등이 가진 욕구·문제에 따라 예방부터 초기·중기·말기에 이르기까지 국가·지자체·지역사회 등으로부터 다양한 지원을 받으면서 개별적·독립적이며 존엄한 삶을 영위하도록 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따라서 이번 계획에는 'Care-Pass for'를 위한 구체적 방안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그래야 치매인의, 그 가족의, 그리고 국민의 체감도를 높일 수 있다.

셋째, 기술을 통한 돌봄 지원이다. 나는 이와 관련해 매번 강조하는 것이 하나 있다. 의도적이든 그렇지 않든 4차 산업기술은 지역사회 계속 거주(Aging in Place)를 염두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번 제4차 계획에서는 비대면 기술을 이용한 예방·검진·인지강화 프로그램의 확산, 치매 증상의 지연 및 치료를 위한 디지털 치료기기 개발 및 실증,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한 응급안전안심서비스 강화, 그리고 고령 친화기술 조사·평가 및 확산방안 마련 등을 제시하고 있다. 대부분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이며, 긍정적으로 평가할 내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완·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다. 특히 취약노인 가정에 최신 ICT 기술을 적용한 장비로 활동량 감지센서, 화재·조도·습도·온도 감지센서를 보급해 낙상이나 화재 등의 응급 상황에 신속히 대응하겠다는 것이 그렇다. 예전에 한 어르신이 몸이 아픈 상황에서 AI스피커에 "○○야, 살려줘"라고 했고, 이에 신속하게 대응해 위험을 예방할 수 있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어르신 입장으로 보면 참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이게 뉴스에까지 나올 만큼 대단한 기술인가라는 의문도 들었다.

실제로 낙상이 발생했다고 하자. 과연 그 어르신이 살려달라는 의사를 표현할 수 있을 여지가 얼마나 있을까? 그러므로 해당 시스템이 그런 상황을 미리 예측하거나 또는 즉시 감지해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화재도 마찬가지다. 치매인이나 대응력이 떨어지는 분들에게는 화재를 감지하는 기술이 아니라 미리 예방하거나 진압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조도·습도·온도 감지센서 등과 같은 기술의 필요성도 재검토의 대상이 된다. 목적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에게는 응급 상황이 아닌 24시간 일상생활 관리(Continuum Care) 차원에서 4차 산업기술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넷째, 사례 문제다. 치매종합관리계획이 처음 수립된 지도,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시행된 지도 어느덧 10년을 훌쩍 넘겼다. 하지만 시민이, 치매인이나 그 가족이, 장기요양이용 대상자나 서비스 제공자가 공유할 수 있는 사례집 하나가 없는 실정이다. 사람은 각각 개별적·독립적 존재이고, 그 사람이 살아온 과정뿐만 아니라 지금, 그리고 앞으로도 서로 다른 모습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누구라도 안다. 그래서 사람 중심 케어(Person Centered Care), 인본주의 케어(Humanitude Care)가 점점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각각의 개별화된 서비스라고 하더라도 어느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했고, 그래서 어떤 변화나 효과가 있었는지, 반대로는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등을 알고 있어야 비슷한 상황에서 유연하고 합리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치매인 등을 돌보는 가족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정보일 것인데, 그런 정보는 많은 경우에서 ‘사례’이다. 때문에 이론적·과학적·정책적 근거와 방향 제시도 중요하지만 이제 전국에 산재한 사례를 수집·정리·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이 반드시 만들어져야 한다.

치매국가책임제의 본질적 의미를 되살려야

문재인 정부는 치매를 사회적·정책적 문제에서 정치적 문제로 바꾸어 놓았다. 대통령이 직접 치매를 언급하고, 문제의 해결을 위한 국가 책임을 제시했다. 그것이 치매국가책임제의 핵심이자 본질이다. 따라서 치매국가책임제 이후의 계획은 이전과 분명 달라야 하고, 국민이 그 변화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그런 노력이나 성과가 없었다고 말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언급했던 것처럼 많은 성과와 함께 여러 변화가 있었다.

특히 지금의 상황은 분명 이전과 다르다. 코로나19, 언택트, 원격, 재택근무, 언프리젠티즘과 같은 용어들은 어느 특정한 분야나 영역을 의미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이는 사회와 인식의 변화, 대중의 요구를 반영하는 것이며, 우리 사회가 지향할 수밖에 없는 거대한 흐름이다. 여기서 보건의료복지와 같은 사회보장·사회복지의 수준은 한 나라의 흥망성쇠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척도가 된다. 따라서 이에 대한 진지한 검토와 함께 현재의 시대 상황에 맞는 계획의 수립, 법·제도의 개선, 보다 능동적이면서도 강력한 추진체계와 전달체계가 마련되는 것은 매우 당연하다.

다시 강사의 말을 떠올려본다. 어쩌면 우리는 이미 2025년의 사회를 살고 있는 지도 모른다. 이는 우리의 정책·제도·방향 등 대부분을 그런 상황임을 상정해 고민하고 함께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닐까. 치매인과 그 가족이, 사회적 약자가, 사회적 동반관계를 필요로 하는 모든 국민이 행복한 사회로 나아가길 기대해 본다.

※ 장봉석 님은 법학박사로 사)치매케어학회 회장, 사)복지마을 대표이사,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을 맡고 있는 복지 전문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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