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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제2공항, 그리고 마지막 흰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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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제2공항, 그리고 마지막 흰 편지

[제주도가 환경부 장관에게] 40 마지막 편지

제주도는 한국에서 자연생태의 원형이 그나마 남아있는 드문 땅입니다. 그리고 현재 난개발에 따른 갈등의 섬, 지구온난화로 인한 위기의 섬입니다. 살아야하고 살려야한다는 절박감에 동료 시민에게 메시지를 보냅니다. 그리고 이 메시지가 환경부 장관에게 가 닿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인류가 뭇 생명과 더불어 생존하기 위해서는 시민의 노력만이 아니라 정책과 노선의 전환이 절실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가 임박해 위기의식 가운데 연재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환경부가 동의하고 국토부가 기본계획을 고시하면 제주 제2공항 사업은 법적 지위를 갖게 됩니다.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대한 환경부의 판단이 나올 때까지 우리는 매일 글을 이어갈 것입니다. 제주 제2공항 사업만이 시대와 지역의 문제는 아니지만, 이 구체적인 사안을 배경으로 우리의 제주발 문제의식은 펼쳐질 것입니다.

제주도가 환경부 장관에게 연재 바로가기

그런데 단 한 줄도 쓰지 못하겠습니다.

상강이 지난 오늘도 환경부 문 앞에서 목숨을 걸고 다섯번째 노숙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제주사람 김경배 님에게 존경을 담은 따뜻한 물 한잔이라도 보내주신 적 없는 단절 앞에 나눌 수 있는 말이 있겠습니까.

▲제주사람 김경배가 환경부 앞에서 단식을 하고 있다. ⓒ봄봄

우리는 그동안 수많은 편지를 보내드렸습니다. 타들어가는 가슴에 그어진 줄을 간곡히 채워드린 편지들입니다. 행간마다 추위와 분노와 눈물과 양심과 희망이 너울진 편지를 드렸습니다.

단 한 번도 답장을 받아보지 못한 마흔 번째 편지를 또 다시 쓸 수밖에 없는 것은 더디더라도 끝내 변화해온 세상을 믿기 때문입니다.

글을 몰라서도 못 쓰고

글을 알아도 종이가 너무 작아 다 적지 못하니

백소지로 올립니다.

▲제주 굿 가운데 백소지권장이 있다. 글로도 말로도 못 전할 사연을 신에 아뢰는 소장(訴狀)을 말한다. 사진은 백소지 ⓒ키미

그러나 편지를 쓰고 싶어도 고급관료인 환경부장관에게 닿을 수 있는 글이란 것은 시민의 글과는 다른 것 같습니다. 전할 길마저 막혀있는데다가, 이 귀한 발언의 기회가 버려지고 쓰러져간 생명을 담기에는 너무 작아서 사람의 글로는 전할 수가 없으니 제주도에서 가장 오래되고 성스러운 편지를 보내드리고자 합니다.

제주도사람 모두가 어머니의 어머니로부터 백소지 정성으로 스스로 지켜져 왔습니다. 그런데 이 백소지를 걸어둘 나무가 그 곳엔 잘려져 없는가보네요.

그리하여 이 흰 편지를 우리가 들어가지 못하는 환경부의 문과 벽 앞에 그보다 숭고하게 걸어드립니다.

이 흰 편지를 함부로 쓰여진 그대들의 타당한 서류 위에 흰 줄처럼 덮어드립니다.

이 흰 편지에 가이없는 제주도의 진실을 밝혀 그리하여 그 어떤 단절과 폭력에도 막히지 않고 그 어느 권력과 적폐도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정신을 통해서 감히 그대들이 너무 늦지 않게 우리의 편지에 와닿기를 기도합니다.

제주 난개발과 평화를 위해 뭐라도 하려는 시민들의 얼굴들과 선언들을 가슴에 안고 쓴 편지를 숲처럼 하나로 이어진 우리에게 드립니다. (한진오 님의 <모든 것의 처음, 신화>에서 백소지 권장을 인용하였습니다. )

“사람들은 저보고 환경운동을 한다는데 미안하고 부끄럽지만 저는 이제야 사람답게 살게 된 것 같아 기뻐요.” 고인이 되신 녹색평론 김종철 선생님 제주 강연의 마지막 말씀 ‘다치지 마세요’. 그러나 우리는 기꺼이 다치겠지요. 사랑은 살리려 하니까요. 우리가 사랑이니까요.

김키미는 비자림로 시민모니터링단 일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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