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열린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사건이 도마에 올랐다. 여야 의원들은 국감 시작부터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 관련, 참고인 채택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앞서 야당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성추행 의혹 관련해서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과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공동대표 등을 채택할 것을 요구했지만 여당이 이를 반대하며 모두 무산됐다. 그럼에도 국감 당일에도 이를 두고 마찰음이 생긴 것이다.
이날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는 여성가족부와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한국여성인권진흥원, 한국건강가정진흥원,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등 6개 기관을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참고인 채택 두고 여야 공방
야당 간사인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이미경 소장 측이 강력한 출석 의사를 직접 민주당에 전달했다"면서 "지난 21일 이미경 소장과 한경희 사무총장 두 사람을 참고인으로 채택하기로 여당과 합의했으나 하루 뒤인 22일 여당이 갑자기 이미경 소장 참고인 채택을 철회하겠다고 전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여당이 입장을 바꾼 이유로 "'국정감사에 차질이 생긴다', '당 지도부에게 혼이 났다'고 전했다"며 "이미경 소장이 출석하면 왜 정상적인 진행이 어렵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 권력형 성범죄 답변하다 박원순·오거돈 이름 나오면 내년 선거 망칠까봐 원천봉쇄 하는 게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여가위 위원으로 성폭력 피해자들을 보호하고 지원하기 위해 더 나은 방법을 찾아보자는 것"이라며 "오후에라도 참고인들이 출석할 수 있도록 민주당 의원들의 합의를 촉구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감에서 가능하면 증인이 나오고 자료 제출 요구에도 부응하는게 맞다"면서도 "통상적으로 수사나 재판 중인 사안에는 증인을 부르지 않는 게 관례"라고 반박했다. 결국 이날 여야 간사가 합의에 이르지 못해 참고인 채택은 무산됐다.
여가부 대응 문제삼는 야당
이처럼 시작부터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 관련 참고인 채택으로 삐걱거리던 국감은 질의시간에도 박 전 시장 관련 질의가 이어졌다.
최연숙 국민의당 의원은 2018년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미투 때와 다른 여가부의 대응을 문제 삼았다. 최 의원은 "당시 피해자가 방송에서 성추행과 성폭행을 당했다고 고발하자 여가부가 다음날 권력형 성범죄에 철저한 조사와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장문을 냈다"면서 "이번 박원순 전 시장 때는 입장 표명에 3일이나 걸렸고 피해자를 '고소인'이라고 칭하며 2차 가해했다"고 비판했다.
여가부의 늑장대응으로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가 확산되고 있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여가부는 지난 7월 28일과 29일 이틀간 서울시 현장점검을 실시한 후 46일이나 지나서야 서울시에 주요 개선 요청사항을 공문으로 통보했다.
최 의원은 "피해자 보호에 세심하게 배려한다는 여가부가 개선 요청사항을 한달 보름이나 늦게 통보한 건 앞뒤가 안 맞는다"며 "피해자를 지목하는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오는 등 2차 가해가 이어지고 있지만 여가부는 손을 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권력형 성범죄' 침묵한 장관..."가해자 누군지 말해보라" 묵묵부답
이정옥 여가부 장관은 관련한 즉답을 피했다. 이 장관은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오거돈·박원순 전 시장 성추행 사건에서 가해자는 누구냐"는 질의에 "수사 중인 사건이며 피해자의 시각에서 여러 가지 판단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김 의원이 "소신껏 말해보라"며 재차 질의했지만 이 장관은 "소신과 상관없이 수사 중인 사건"이라고 회피했다. 그러면서 "여가부의 피해지원시설에 접근해 피해 지원 보호를 받고 있는 사람은 비록 그 사실이 확정되지 않아도 다 피해자로 광범위하게 보고 있다"며 "일반 형법 개념보다 넓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피해자의 개념, 가해자가 누구인지 모호하기 때문에 2차 피해가 계속 일어나는 것"이라며 "피해자가 박원순 시장을 고소한지 100일이 훌쩍 지났지만 수사는 진전이 없고 피해자는 2차 피해를 호소하며 기자회견을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여가부는 최소한 누구의 눈치도 안 보고 여성의 권익을 위해 존재해야 하고 그 부분(가해자)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며 "피해자는 뭐고 2차 피해는 뭔지 여가부 홈페이지에 다 나와 있는데 왜 말을 못하냐"고 질타했다.
이어 "박원순 전 시장의 피해자가 직접 악성댓글 작성자 등 총 22명을 고소해서 현재 입건된 상태"라며 "여가부가 2차 가해에 대해 단호한 메시지를 못 내니까 국민들도 자신의 행위가 위법행위인지 모르고 저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장관은 이에 대해 "2차 피해와 관련해 여성폭력방지법은 '수사나 재판 등 사건 처리 회복 전 과정에 있는 정신적·신체적·경제적 피해'라고 매우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면서 "개념은 광범위하지만 처벌의 구체적인 조항이 없어 모욕죄나 정보통신망법·성폭력처벌법 등 다른 법을 준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를 특정하고 피해자에게 가해지는 모든 2차 피해에 대해 염려하고 있다"며 "2차 피해 유형과 개념 또 해서는 안 될 행위에 대해 더 구체적이고 적용가능하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정의연·디지털성범죄·조두순 등 "대안 마련해야"
이날 국감에서는 이밖에도 △정의연 하반기 국고보조금 지급 △불법촬영물 삭제비용 △조두순 출소 대책 등과 관련한 질의가 이어졌다.
앞서 여가부는 지난 9월 정의연에 하반기 국고보조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하면서 "법률검토 결과 보조금 지급 대상인 '맞춤형 지원사업'은 기소 건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TF를 꾸려 직접 지원하는 식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보조금 직접 지급은 할머니들에게 직접 계좌로 넣어주면 되는 일"이라며 "충분히 재량껏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내년도 사업에는 여가부가 직접 지원할 방안을 마련 중"이라면서 "예산을 지급하는 데에는 절차가 있다. (당시는) 당장 추석 직전이라 고심 끝에 직접 하는 것처럼 관리 감독하면서 지원하는 방안을 선택했다"고 답변했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동작구을)은 유포된 불법촬영물 삭제 비용을 가해자에게 청구할 수 있도록 한 성폭력방지법 제7조제3항과 관련해 해당 조항이 만들어진지 2년이 넘어가면서도 가해자에게 청구한 사례가 0건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이 의원은 "가해자에게 비용을 청구하려면 가해자를 특정해 수사기관에 정보를 요청해야 하는데 정보 요청의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다"면서 "디지털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에 한해 17억 넘는 국고가 들어가는데 대부분 불법촬영물 삭제비용으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두순의 출소를 앞두고 실효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 의원은 "전자발찌 착용자 100명 중 2명이 재범을 저지른다"면서 "성 충동 억제 약물, 화학적 거세 방법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도 "13세 미만 아동성폭행범이나 상습성폭행범에 대해 성 충동 억제 약물법을 도입하는데 공감한다"면서 "조두순과 같은 재범 확률 높은 성범죄자는 보호수용법을 개정해서라도 사회에서 격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조두순과 관련해서 관계부처와 지자체 등 할 수 있는 모든 대책을 강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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