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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또 죽음... 택배노동자, 생활고와 '갑질'로 극단적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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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또 죽음... 택배노동자, 생활고와 '갑질'로 극단적 선택

유서에서 "보증금과 권리금, 차량과 전용번호판 비용까지 부담했는데 월 200만 원도 못 벌어"

과로사로 추정되는 택배노동자의 죽음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로젠택배 강서점에서 일하던 택배노동자가 생활고와 관리자의 '갑질'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하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남지방경찰청은 20일 "새벽 6시 8분께 경남 창원시 진해구 가주동 로젠택배 부산 강서지점 하차장에서 이 대리점 소속 택배기사 김 아무개 씨가 숨져 있는 것을 동료 택배기사가 발견했다"고 밝혔다. 김 씨에게서는 유서가 발견됐다.

김 씨는 로젠택배 강서지점에 일정한 보증금과 권리금을 내고 구역을 사서 '소장'으로 일했다. 개인사업자로 계약을 맺고 일한 것이지만 김 씨의 유서에는 '관리자들이 소장을 30분 일찍 출근시켰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소장'은 명칭일 뿐 김 씨는 사실상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는 노동자로 일한 셈이다.

김 씨는 유서에서 생활고를 호소했다. 김 씨의 유서는 "억울합니다. 우리는 이 일을 하기 위해 국가시험에 차량구입에 전용번호판까지 (준비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200만 원도 못 버는 시급도 못 버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라는 글로 시작한다.

유서 말미에는 "신용이 떨어져 저리 대출은 대환대출로 돌아가 생각도 안 한 원금과 이자 등 한 달 120만 원의 추가 지출이 생기고 있"다고 적혀있다.

유서에는 대리점 관리자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불합리하게 구역을 배정했고 갑질을 했다고 주장하는 내용도 있다.

김 씨는 "지점장과 부지점장은 자신들의 이익만을 생각하고 고용해야 할 직원 수를 줄이고, 예전에 수수료 착복과 시설투자를 뒤로 해서 소장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며 월 200만 원도 벌 수 없는 자신의 구역에 대해 "이런 구역은 소장을 모집하면 안 되는 구역임에도 직원을 줄이기 위해 소장을 모집해 보증금을 받고 권리금을 만들어 판 것"이라고 썼다.

김 씨는 이 밖에도 관리자가 화나는 일이 생겼다고 하차 작업을 끊고 소장들을 불러 커피잔을 쓰레기통에 던지며 화를 낸 일, 한여름에 하차작업을 하는데 중고 에어컨 하나 사주지 않고 20여 명의 소장을 30분 일찍 나오게 한 일 등을 언급했다.

김 씨는 "아마 3개월 전에만 (자신 대신) 사람을 구하던지, 자기들이 책임을 다하려고 했다면 이런 극단적인 선택은 없었을 것"이라며 "다시는 저와 같은 사람이 나오지 않게 시정조치를 취해주시면 좋겠다"고 전했다.

아래 유서 전문.

유서

억울합니다. 우리는 이 일을 하기 위해 국가시험에 차량구입에 전용번호반까지

그러나 현실은 200만 원도 못 버는 시급도 못 버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로젠 강서지점 지점장과 부지점장은 자신들의 이익만을 생각하고 고용해야 할 직원 수를 줄이고, 예전에 수수료 착복과 시설투자를 뒤로 해서 소장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 차량구입 등 투자한 부분이 있음에도 적은 수수료에 세금 등 이것저것 빼면 한 달 200만 원도 벌지 못하는 구역입니다.

이런 구역은 소장을 모집하면 안 되는 구역임에도 직원을 줄이기 위해 소장을 모집해 보증금을 받고 권리금을 만들어 판 것입니다.

심지어 집하거래처 이사로 수익이 줄고 있음에도 신경을 쓰지 않고 자기들의 이익만을 신경 쓰고 있습니다. 부지점장은 집하 나오지 않는 업체 코드 삭제를 했기 때문에 알고 있습니다.

관리자를 세워놓고 적은 월급을 주고 배송해서 먹고살게 하니 제대로 관리가 될 수 없게 해 놓고 문제가 생기면 관리자에게 떠넘기는 행태를 보입니다.

노조 문제도 뒤로 빠져 있고 한여름 더위에 하차작업은 사람을 과로사하게 만드는 것을 알면서도 이동식 에어컨 중고로 150만 원이면 사는 것을 사주지 않고 20여 명의 소장들을 30분 일찍 나오게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비트코인 채굴기에 투자할 돈은 있으면서 지점에 투자하라면 돈 없다는 이유만 대고 있는 상황입니다.

부지점장은 화나는 일이 생겼다고 하차 작업 자체를 끊고 소장을 불러서 의자에 앉으라 하고 지 먹던 종이 커피잔을 쓰레기통에 던지며 화를 내는 모습을 보면서 소장을 소장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직원 이하로 보고 있음을 알았습니다.

적어도 지점을 운영하려면 힘든 구역이 있는지 돌아보고 관리직원이 잘하고 있는지 봐야 하는데 직원의 한계 이상을 바라고 관심도 없습니다.

거기다 제 구역은 세금계산서 끊는 업체가 없고, 6개월마다 세금 신고하는 특성 때문에 은행권에서는 수입이 없는 사람이 되어 신용이 떨어져 저리 대출은 대환대출로 돌아가 생각도 안 한 원금과 이자 등 한 달 120만 원의 추가 지출이 생기고 있어서 빨리 관두고 직장을 알아보아야 하는데 노조 성향이 있으면 안 된다고 지점장이 관리부장에게 얘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안중에도 없음을 알았습니다.

아마 3개월 전에만 사람을 구하던지, 자기들이 책임을 다하려고 했다면 이런 극단적인 선택은 없었을 것입니다.

제가 죽어도 관리 직원에게 다 떠넘기려고 할 것입니다.

다시는 저와 같은 사람이 나오지 않게 시정조치를 취해주시면 좋겠습니다.

2020. 10. 20. 김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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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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