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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전면 폐지' 국회 국민청원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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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낙태죄 전면 폐지' 국회 국민청원 등장

정부, 낙태죄 개정안 입법예고...그 내용은?

정부가 낙태죄를 유지하되 임신 초기인 14주 이내에는 특별한 사유 없이도 낙태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법무부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안전처는 7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이는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4월 형법상 낙태죄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데 따른 후속 조처다. 당시 헌재는 올해 12월 31일까지 대체입법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14주까지 허용, 24주 이내에는 조건부 허용

우선 정부는 형법 개정안에 임신중지(낙태)의 허용 요건 조항을 신설했다. 기존 형법에는 모든 임신중지를 처벌한다는 조항만 있었고 모자보건법에 예외적인 허용 사유가 규정돼 있었다.

개정안은 임신한 여성이 임신유지 또는 출산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기간을 '임신 24주 이내'로 설정했다. 임신 초기인 14주 이내에는 여성이 자기 의사에 따라 임신중지를 결정할 수 있다. 임신 중기인 15주~24주 이내에는 현행 임신중지 허용 사유인 △임부나 배우자에게 유전적 질환이나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성범죄에 따른 임신이나 근친 관계 간 임신 △임신부의 건강이 위험한 경우 외에 △사회·경제적 사유를 추가해 조건부로 낙태할 수 있다. 다만 사회·경제적 사유에 의해 임신중지를 하는 경우에는 상담과 24시간의 숙려기간을 거치도록 했다.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았던 '배우자 동의' 요건은 삭제했다. 다만 심신장애가 있어 스스로 판단이 어려운 여성의 경우 법정 대리인의 동의로 대신할 수 있다.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이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낙태죄' 완전 폐지 촉구 기자회견에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술 외 임신중지 허용...유산유도제 등 도입

형법과 함께 낙태허용사유가 규정됐던 모자보건법도 개정된다. 모자보건법 개정안은 수술만을 허용하고 있던 현행 임신중지 정의 규정도 약물이나 수술 등 의학적 방법을 구체화해 시술 방법 선택권을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안전한 낙태를 위해 절차적 허용 요건도 설정했다. 낙태 시술자를 의사로 한정하고, 의학적으로 인정된 방법으로만 낙태할 수 있도록 했다. 낙태 시술 시 의사로부터 사전에 시술 방법과 후유증, 시술 전후 준수사항 등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듣고 이에 동의하는 규정도 마련했다.

아울러 자연유산 유도제도 허용된다. 이에 따라 여성이 자연유산 유도제를 요청할 경우 허가를 신청하게 하고 필요한 경우 허가 신청을 위한 사전 상담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해당 의약품의 안전한 사용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불법 사용을 방지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미성년자도 보호자 동의 없이 임신중지 가능...의사의 거부권도 인정

만 16세 이상 미성년자도 보호자 동의 없이 임신중지 시술을 받을 수 있다. 보호자의 동의를 받기 어려운 경우, 예컨대 법정대리인의 부재 또는 법정대리인에 의한 폭행, 협박 등 학대로 동의를 받을 수 없는 경우 이를 입증할 공적 자료와 함께 임신·출산 종합 상담기관의 상담 사실 확인서를 제출해 시술을 받을 수 있다.

개정안은 의사의 개인적 신념에 따른 임신중지 시술 거부도 예외적으로 인정했다. 대신 의사가 시술 요청을 거부할 경우, 즉시 임신의 유지·종결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임신·출산 상담 기관을 안내해 여성의 시술접근성을 보장해야 한다.

정부는 "태아 생명권과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 실현을 최적화할 수 있는 사회적·제도적 개선방안 마련을 위해 후속 조치를 추진해왔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날 입법예고를 시작으로 향후 법제처 심사, 국무회의 등을 거쳐 정부 입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연내 법 개정이 이뤄지도록 할 예정이다.

'낙태죄 전면 폐지' 국회국민동의청원 등장

그러나 정부의 이번 개정안에 대해 일각에선 지난 8월 법무부 양성평등정책위원회의 권고에 훨씬 후퇴한 수준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시 위원회는 "임신 주수에 따른 구분은 개인의 신체적 차이를 고려하지 못해 명확성의 원칙을 위배한다"며 임신 주수 구분 없이 형법상 낙태죄를 폐지하라고 권고했다.

'전면 비범죄화'를 요구해오던 여성계의 요구와도 배치돼 여성계의 반발이 예상된다.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모낙폐) 등은 오는 8일부터 낙태죄 전면 폐지를 촉구하는 활동을 이어갈 방침이다.

이런 가운데 국회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는 '낙태죄 전면 폐지와 여성의 재생산권 보장에 관한 청원'이 등장했다. 국민동의청원은 올해 1월 국회청원심사규칙이 개정되면서 신설된 것으로, 홈페이지에 등록된 법안이 30일 동안 10만 명의 동의를 받으면 국회 상임위원회에 회부되는 시스템이다. 해당 청원은 7일 오후 2시 30분 기준 3만 198명의 동의를 얻었으며 다음달 4일까지 진행된다.

청원인은 "낙태죄는 여성의 신체주권 뿐만 아니라 건강권도 위협하고 있으며, 여성을 경제적으로도 핍박한다"며 "정부는 무의미한 임신 주수에 관한 논의만 진행하고 있다. 국회는 주수 제한 없이 낙태죄를 전면 폐지하고 여성의 재생산권을 보장하기 위한 기본적인 법률적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형법상 낙태죄가 여성의 건강에 해친다고 지적했다. 청원인은 "한국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효능과 안전성을 입증한 유산 유도제 '미프진'을 아직도 수입하지 않"고 "한국에서 행해지는 임신중단 시술은 구시대적이며 자궁 천공의 위험이 있는 소파술을 주로 사용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 불법 및 가짜 약물 거래가 성행하고, 의료진들은 임신중지 시술 방법을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음성화된 낙태가 경제적으로도 큰 부담을 준다는 점도 지적했다. 청원인은 "인터넷에서 유통되는 불법 약물은 임신 7주 이하는 36-39만 원, 7주 이상은 55-59만 원 선에 가격이 형성되어 있다"면서 "또한, 음지에서 이루어진 임신중절 수술 비용은 30-50만 원 미만 41.7%, 50-100만 원 미만 32.1%로 그 범위가 넓었는데, 이는 '부르는 게 값'이었던 현실을 보여준다"고 했다.

청원인은 "헌법재판소가 법 개정 시한으로 정한 2020년 12월 31일이 3개월도 채 남지 않은 10월 현재까지도 정부 부처는 임신주수에 따른 선별적인 낙태 허용을 거론하며 여전히 여성의 몸에 대한 주권을 침해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낙태죄를 전면 폐지하고 △법의 관점을 여성의 성·재생산권으로 전환할 것 △모자보건법 제1조 '모성'을 '여성'으로 변경할 것 △법률과 공식 문건에서 '낙태' 대신 '임신중단' 혹은 '임신중지'로 용어를 변경할 것 △인공임신중단 의료의 안전성과 경제성을 보장해 △임신중단 유도약(미프진)을 도입하고 국내 피임약 가격 수준으로 보급하고 △국민건강보험 보장 범위에 인공 임신중단을 포함할 것 △소파법 이외의 안전한 임신중단 수술 방법의 연구개발을 지원할 것 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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