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공개된 133쪽의 '이재용 공소장' 전문에 대해 참여연대 등 일부 단체들이 분석한 결과가 16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발표됐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 단체들은 검찰의 공소장을 분석한 결과, 이 부회장을 비롯한 11명의 피의자들은 이 부회장에게 삼성그룹을 헐값에 승계하기 위해 온갖 불법과 편법을 자행한 '대형 범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 부회장 등에게 최소비용으로 경영권을 승계하고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삼성그룹이 '프로젝트 G'라는 승계 계획을 마련하고, 미래전략실 주도로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흡수·합병하도록 한 혐의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참여연대 정책위원 김남근 변호사는 "삼성화재, 삼성물산, 제일모직 등 계열사의 이사들은 하나같이 자기 회사나 주주가 아닌 이 부회장의 이익을 위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고 지적했다.
이 부회장이 그룹 주요 계열사인 삼성전자를 안정적으로 지배하기 위해, 삼성전자의 지분을 보유한 삼성물산의 지분을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통해 싼 값에 확보하려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삼성물산의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추고, 제일모직의 가치는 올리기 위해 회계 사기 등 범죄를 저질러 국민연금을 비롯한 삼성물산의 주주들은 막대한 피해를 입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측근에게 뇌물을 공여하는 국정농단 사건까지 발생했다는 것이다.
합병 과정에서 삼성물산의 주가를 의도적으로 낮춰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입혔다는 배임 혐의와 관련해서 막대한 피해액이 공소장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남근 변호사에 따르면, 삼성물산 주주인 국민연금의 피해액만 최소 30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공소장에 삼성물산의 손해액이 특정되지 않았다. 손해액이 50억 원을 넘으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이 적용된다. 특경법이 적용되면 형량은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늘어난다. 하지만 검찰은 손해액을 특정하지 않고 10년 이하의 징역에 해당하는 형법의 업무상 배임죄만 적용했다.
이때문에 검찰이 재벌그룹 총수의 탈세·배임·횡령 등 재판에 적용된 이른바 '3·5법칙'(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해 석방하는 것)이 또다시 작동할 여지를 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김 변호사는 "검찰은 왜 재산상 손해액을 특정하지 않았는지 재판 과정에서 소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발표자들은 이 부회장이 대형범죄에 수동적인 위치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개입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상훈 변호사(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2015년 7월 17일) 6일 전에 직접 미국에 가 워런 버핏에게 주요 회사의 경영권 지분을 넘기는 비밀 약정을 추진할 정도로 절박했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은 이 부회장이 수동적인 지위에서 제공한 것이 아니라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적극적으로 준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당시 두 회사의 합병과 함께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을 동시에 추진할 정도로 경영권 승계 작업이 시급하게 진행됐고, 주요 자산인 삼성생명의 지분을 해외자본에 내주는 방안까지 몸소 추진할 만큼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에 적극적이었다는 것이다.
단체들은 이런 공소장 분석결과를 바탕으로 이 부회장 등에 대한 재판부의 공명정대한 판결을 촉구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임정엽·권성수·김선희)는 다음달 22일 자본시장법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부정거래·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외부감사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한다.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 실장(부회장), 김종중 전 삼성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사장), 최치훈 삼성물산 이사회 의장, 이영호 삼성물산 대표,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 등 10명도 이날 함께 재판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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