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초 또 낯익은 소식이 들렸다. 한국의 전기생산량 중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전 세계에서 최하위권이라는 것이다. 보통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꼴찌라는 뉴스가 매년 있었는데, 이번에는 비교 대상 국가 수가 조금 더 늘어난 44개 조사대상국 가운데 40위를 기록했다는 게 다를 뿐이다. 한국(2019년 기준 4.8%)보다 하위인 41~44위 국가들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모두 중동 산유국으로 재생에너지 수요가 거의 없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이 실질적으로 꼴찌를 차지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설도 추가되었다.
한국 정부는 그린뉴딜 정책을 발표하면서 재생에너지 목표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재생에너지 3020 목표를 발표한 이후 3년 연속 태양광과 풍력 등 친환경 발전용량 목표를 초과달성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2025년까지 2030년 목표의 약 78.7%에 달하는 발전용량으로 목표를 확대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2030년 재생에너지 비중 20% 목표를 상향하는 것에는 신중한 입장으로, 2025년까지 상황을 지켜본 후 결정하겠다고 한다.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제도 이행률도 지난해 99.7%에 달하면서 100%에 육박하고 있다. RPS는 500메가와트(MW) 이상의 발전설비를 보유한 발전사업자에게 총발전량의 일정량(2020년 기준 7%)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하여 공급하도록 의무화한 제도로 2012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대형 발전사업자는 RPS 이행률을 달성하기 위해서 신재생에너지 발전소를 자체 건설하거나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들의 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를 외부 구매해야 한다. RPS 이행률은 2012년에 64.7%, 2013년 67.2%, 2014년 78.1%에 그쳤으나 2015년부터 90%를 넘어서며 꾸준히 증가했다. 2015년 이후 대형발전사들이 바이오 혼소를 통해 손쉽게 의무량을 채워왔기 때문이다.
문제는 최근 3년간 공급의무자들의 REC 수요량보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 확대에 따른 REC 공급량이 훨씬 더 크게 증가하면서 REC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소수 대형발전사들이 의무적으로 구매해야 하는 REC는 한정되어 있는 반면, 다수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들의 발전설비와 발전량이 크게 증가하면서 이들이 판매하고자 하는 REC도 크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도별 REC 평균가격(현물시장 기준)은 2014년 10만2300원 수준에서 2016년에는 13만9300원 정도로 증가했다가 2019년 6만 원 수준으로, 올해 들어서는 4만 원 대로 크게 떨어졌다. 불과 몇 년 사이에 수익이 반 토막이 난 셈이다.
장기적으로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용이 하락하는 추세는 바람직하지만, 급격한 하락이 낳는 부작용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특히 태양광 발전사업자들의 경우 영업이익에서 REC 판매수입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급격한 REC 가격 하락은 태양광 발전업계의 경영 악화와 도산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반면에 대형발전사의 경우 의무공급량의 대부분을 현물시장보다는 자체건설이나 자체계약으로 충당하는 비중이 커 의무공급량의 확대 없이는 REC 공급량에 비례하는 공급의무자의 REC 구매 수요 증가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공급의무자가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하여 공급하여야 하는 발전량의 합계(의무공급량)는 총전력생산량의 10%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게 되어 있다. 이에 따라 시행령에서 연도별 의무공급량 비율을 정하고 있으며, 현재로서는 2023년 이후 의무공급량 비율이 법률에서 정한 상한인 총전력생산량의 10%로 일정하게 유지될 수밖에 없다. 현 정부 출범 당시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는 RPS 의무공급량 비율을 2030년 28%까지 상향 조정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정부의 목표대로 2030년 발전량 중 재생에너지 비중 20%, 2040년까지 30~35%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법률에서 정한 상한을 삭제하거나 대폭 상향 조정해야 한다. 그리고 시행령에 연도별 의무공급량 비율을 상향 조정해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지금 당장 시급히 논의해야 할 것은 의무공급량의 최종 목표와 연도별 비율이 재생에너지 꼴찌를 면하는 수준이냐가 아니라 기후위기를 타개할 수 있느냐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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