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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뉴딜이 성공하려면 새겨야 할 '사람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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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뉴딜이 성공하려면 새겨야 할 '사람의 일'

[초록發光] 그린뉴딜을 담당할 실무자를 위한 뉴딜

정부의 그린뉴딜 사업이 한창이다. 포스트 코로나 대응책으로 정부가 제시한 한국형 뉴딜은 디지털 뉴딜과 그린뉴딜, 휴먼뉴딜을 주축으로 한다. 그 중에서 그린뉴딜의 경우 재정 확장 정책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과 일자리 창출을 동시에 이루어낸다는 목표 아래, 정부의 대규모 추경과 지자체의 자체 추진 사업에 힘입어 어느 때보다 많은 사업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덕분에 다소 소외되었던 환경과 에너지 분야에서 신규 사업을 찾고 수행하라는 요청이 빗발치고, 각종 태스크포스(TF)와 위원회, 자문회의에서 그린뉴딜에 적합한 사업을 발굴하고 만드는 일들이 한창이다. 이 기회를 틈타 환경·에너지 산업도 그 분위기를 타거나 흐름을 바꿀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수많은 정부주도형 사업들이 그러했듯이, 급작스러운 예산투입과 실행 요청으로 한탕주의나 형식적인 확장, 얼기설기한 매무새로 인해 실패나 후회의 길로 들어설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농후하다. 그린뉴딜이 그런 함정에 빠지지 않고 차곡차곡 실적을 쌓아나가 기후위기를 피해가는 데 도움이 되려면 무엇을 고려해야 할까?

다른 정책들도 그러하듯이, 그린뉴딜 정책을 만드는 것은 중앙정부이지만 실제로 집행하는 것은 어딘가에서 일하고 있는 실제의 사람이다. 담당자 각각의 역량이 높아져야 정책도 제대로 집행되며, 정책을 아무리 선진적으로 만들어도 집행할 인력의 수준이 낮다면 정책 목표를 제대로 이루기 어렵다. 이를 위해서 우리에게는 두 가지 고려할 점과 두 가지 작업이 필요하다.

고려해야 할 두 가지는 다음과 같다. 먼저, 정책을 만드는 사람과 집행하는 사람의 입장 차를 고려해야 한다. 정책을 만드는 주체들은 같은 공공영역에 있다 해도 업무 특성상 폭넓게 고려하고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자의적으로 일을 꾸밀 수 있는 여유 공간을 다소 갖는 데 비해, 집행담당 공무원이나 부처 산하의 공공기관들은 정책을 수행하는 입장이기에 운신의 폭이 매우 한정될 수밖에 없다. 모든 사업의 집행은 그 결과로 평가받게 되다 보니 이를 수행하는 당사자는 적극성이 아니라 엄격성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진행한 사업들은 비록 선의와 당위성에서 출발했다 하더라도 십중팔구 민원의 소지를 일으키거나 감사의 대상이 되어 버리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쉽게 공무원들이 복지부동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집행기관의 업무 수행 기준은 세금을 얼마나 엄정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하는가에 있지, 사업을 키우고 자의적으로 쓰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이 때문에 집행조직의 당사자들은 예산집행과 사업 수행이 정해진 틀을 따랐는가, 책임 소지가 분명한가, 법과 규칙에 어긋나지 않는가, 월권을 행사하지 않았는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지, 얼마나 더 많고 다양한 사업을 했는가를 따지지는 않는다.

두 번째로 각자의 업무 우선순위를 고려해야 한다. 그린뉴딜과 같이 광범위한 영역을 아우르는 사업에서 담당자 본연의 업무는 온실가스 감축 사업이 아닐 가능성이 매우 크다. 건물의 그린 리모델링과 옥상 태양광 같은 사업은 그린뉴딜의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사업이지만, 건물 안전 담당자에게 있어 옥상 태양광은 건물의 안전을 해치는 치명적인 요소일 수 있다.

이들이 옥상 태양광 설치에 소극적인 것은 기후위기에 대한 무관심 때문이라기보다는, 건물 안전 담보가 본연의 업무이기 때문이다. 담당자 본인 사업의 우선순위에 있지 않은 일을 자의적으로 허가했다가 문제가 생기면 당장 책임은 자신에게 돌아온다. 책임 소재가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당위성을 이야기하며 이들에게 온실가스 감축 대열에 동참하라 하더라도, 이는 개인의 업무 영역을 고려하지 않은 그릇된 요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어떻게 해야 이들이 적극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에 나설 수 있을까? 한 가지는 그들의 업무 우선순위에서 온실가스 감축의 위치가 높아지는 것이고, 또 한 가지는 담당자를 책임으로부터 자유롭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즉, 이들의 업무 평정에서 '온실가스 감축량'을 성과 지표로 지정하거나, 온실가스 감축 사업을 우선 처리 순위가 되게 만들어주고, 그 책임은 법에서 정리하거나 분산해주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즉, 행정집행기관의 특성에 맞는 형태로 사업을 요구하고, 그들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어야 비로소 사업은 작동하기 시작한다.

다음으로, 이들에게 필요한 두 가지 교육은 다음과 같다. 하나는 집행 인력에게 선제적이고 무차별적인 교육을 시행하는 것이다. 그린 뉴딜이 국가 정책과 사업에서 우선순위를 갖고 있다면, 이 내용은 공무원과 공공기관 근무자라면 누구든 내용을 알고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의무교육을 통해 인식과 역량을 키워주어야 한다. 정부가 왜, 무엇 때문에 그린뉴딜을 시행하는지 알아야 어떤 사업을 접하더라도 그 목적에 맞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두 번째는 꼼꼼한 매뉴얼과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이다. 집행의 끝자락에서 원래의 사업 목적을 이탈하는 것을 방지하려면, 정책 집행자의 눈높이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정책이 쉬워야 한다는 말이 아니라, 자의적 해석을 줄일 수 있는 상세한 매뉴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업 추진의 빈틈이 생겨 집행자가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결정해야 할 일이 늘어나게 되면 그 사업은 원래의 목표를 이탈할 가능성이 커지고, 쓸데없는 책임이 늘어나게 되면 집행자는 이 일들을 포기해 버리기 쉽다. 정책이 가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면, 이 목표를 충실히 달성할 수 있는 경로를 튼튼히 만들어야 이행이라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제안이 지방정부 집행의 자의성을 말살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지역에는 지역의 특성이 있다. 각자의 보유역량이 다르며 우선순위가 있다. 이 때문에 같은 목표를 수행한다 하더라도 반드시 같은 방법을 통해 달성해야 할 필요는 없다. 지방정부의 자율성을 인정한다면 달성해야 할 핵심성과지표 목표치를 제시하고, 포괄적이고 자의적인 예산을 지원할 수도 있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만 달성한다면, 양질의 일자리를 충분히 만들어 낸다면, 지역의 복지 수준을 높일 수 있다면 반드시 일일이 사업을 정하지 않고 각자의 보유자원으로 각자의 사업을 하게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뉴딜사업은 정부와 공공이 먼저 나서서 재정을 투입하고 일의 방향을 잡아나가며 사회적 제도와 계약을 바꾸어나가는 사업이다. 이를 위해서는 공공의 움직임이 어느 때보다 민첩하고 유기적이어야 한다. 하지만 사업을 집행하는 것은 결국 각자의 사람이기에 본인의 역할과 안위가 우선일 수밖에 없다. 그런 이들에게 책임을 덜어주고 이들의 업무 결과가 정부가 바라는 방향성에 맞춰지도록 조정해줄 때 사업은 비로소 실행력을 갖고 움직이게 될 것이다. 모쪼록 정부의 그린뉴딜 사업 성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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