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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뉴딜? 에너지 전환 정책은 어디에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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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뉴딜? 에너지 전환 정책은 어디에 있나

[초록發光] 에너지전환을 위해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일

'에너지전환을 위한 사회적 계획'이란 무엇인가? 에너지전환이라는 국가적 프로젝트가 시작된 지 3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맴도는 질문이다. 중앙정부의 3차 에너지계획은 2019년 수립됐다. 그러나 기후위기에 이어 코로나19가 닥치고, 그 대안 중 하나로 그린뉴딜이 부상한 복잡계에서 우리는 전환계획을 다시 생각할 수밖에 없다.

최근 환경부는 산업부가 제출한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전략환경영향평가서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달았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전반적으로 내용이 부실해 평가할 수 있는 구체적인 자료를 제시하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발전 부문 온실가스와 미세먼지의 감축 목표 달성 여부를 판단할 구체적인 자료가 없고, 재생에너지 발전비중 확대에 따른 환경영향 검토가 없다는 이유다. 자료가 없어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동의/반려를 결정할 수 없는 촌극이 벌어졌지만, 탈석탄의 강도와 범위가 화두인 9차 계획에서 기후・환경 영향 통과 여부가 쟁점이 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탈석탄 에너지전환에 대한 사회・고용영향 평가를 실시하지 않는다는 현실도 어쩌면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다.

올해 5월, 에너지위원회는 최초로 일괄 동시 수립된 17개 광역지자체의 지역에너지계획 결과를 확정했다. 정부는 광역지역에너지계획이 과거와 달리 참여・분권형 에너지정책 기조를 반영하고, 지역 주도 상향식으로, 시민 참여형으로 수립됐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후속과제로 지역에너지 활성화와 분권형 에너지정책 추진체계 확립을 위해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그러나 7월 6일 열린 '17개 광역지자체 지역에너지계획 평가 및 이행과제 토론회'에서 지역에너지전환전국네트워크 등 시민사회는 계획 수립 과정과 결과를 두고 부족함이 많아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광역지자체가 5년마다 의무적으로 세워야 하는 지역에너지계획은 얼마 전까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가벼운 존재였다. 오히려 일부 기초지자체들이 자발적으로, 선도적으로 수립한 지역에너지계획이 지역에너지전환을 감당하는 구실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이제야 어느 정도 중앙과 지방의 다중 스케일적 전환 계획의 틀을 갖췄다고 할 수 있다. 에너지전환 시대에 필수불가결한 지역에너지계획이 살아 움직이게 만들기 위해서라도 에너지전환을 위한 사회적 계획을 기본부터 새롭게 따져볼 때가 왔다.

에너지전환의 사회적 계획(Clark Miller・Jennifer Richter, 2014)은 우선 에너지시스템 전환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회변동의 네 가지 측면들을 고려해야 한다. 첫째, 편익과 비용, 위험과 불균등의 재분배다. 둘째, 경제・사회・환경과 규범・행동・조직의 재조직 측면이다. 셋째, 권력, 갈등・분쟁과 사회운동 재권위의 영역이다. 넷째, 미래 사회・문명 상상 및 비전은 정체성과 직결된 재상상을 통해 가능하다. 재분배, 재조직, 재권위, 재상상. 이 요소들은 에너지시스템을 재구성하는 전환 동력이지만, 에너지전환 논의에서 제자리를 찾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전환의 방향과 경로를 결정짓는 핵심 기준들이기 때문에, 그에 따라 전환의 스토리텔링이나 내러티브가 바뀌게 된다. 이렇게 전환은 이성과 감성을 잇는다.

에너지전환을 위한 사회적 계획은 구체적으로 다섯 가지 역동적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주요 내용은 이렇다.

(1) 사회-에너지 관계 매핑: 영향 평가・분석, 네트워크, 노동, 경관 등 포함.

(2) 사회-에너지 미래 비전: 기술적 상상 이상으로 사회적 상상, 환경적・사회적・경제적 가치 포함, 정량적・정성적 방법 활용.

(3) 정의로운 사회-에너지 전환 설계: 에너지전환 정책 구상・실행의 기준 반영(사회적 형평성, 비용・편익・위험 분배, 환경적 문제, 역량 강화, 의사결정 참여 등).

(4) 사회-에너지 파트너십 형성: 대중과 이해당사자 참여, 신뢰와 협력 관계, 공동 계획수립.

(5) 사회-에너지 전환 협치 및 관리: 에너지전환 거버넌스의 정책 실행 및 조정. 이상의 내용은 에너지계획을 수립하는 방법론과 계획 집행・평가를 포괄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에너지전환 계획의 구상・실행 프레임을 중심으로 17개 광역지역에너지계획을 개괄적으로 평가하면, 향후 5년 동안 전개될 지역에너지전환의 특징과 함의를 대충 짐작할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전환계획에 부합하다고 할 만한 지역에너지계획을 선정하는 건 불가능했다. 이론과 현실은 다르다는 교과서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지역에너지계획을 계기로 하여 전환 정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수립 후에도 행정적인 것으로 취급되고 있는 경향에 주목해야 한다. 앞으로 계획에 실린 정책과 사업들이 선택적으로 추진될 것이고, 관이 주도하든 민이 주도하든 여러 행사들도 열리겠지만, 지역사회를 흔들고 뒤집어 놓을 영향력이나 그럴 가능성의 조짐을 발견하기 어렵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재상상과 재분배 측면을 부분적으로 다루고 있는 지자체들도 있지만, 구조적 변화를 동반하는 재조직과 재권위 측면까지 나아가지 못한다. 숙의적 시민참여와 연구진과의 공동생산 과정을 통해 탄소제로와 에너지자립을 지향하는 비전과 목표가 마련된 곳에서도 낮은 수준에서 공유와 상생의 가치를 수용하는 데 그친다. 사회-에너지 관계 매핑에 관심이 없는 탓에 전환 주체의 발굴 혹은 발견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추상적 시민과 기업만 호명한다. 정치 없는 스토리텔링도, 정치 없는 전환도 사실상 허구다. 결국 개혁적 혁신은 일부 이뤄냈으나 전환적 혁신의 문턱에서 멈춰 섰다.

이런 부정적인 인상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차수를 변경한 지역에너지계획 대부분이 기존 계획보다 개선됐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17개 광역지역에너지계획 최종 보고서를 간단히 검토하고, 몇몇 광역지역에너지계획 수립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살펴보면, 각 계획들을 세 가지 성격으로 나눌 수 있다. 정부의 지역에너지계획 평가 기준・방식도 고려했지만, 지역에너지시스템 전환의 철학과 가치, 비전과 목표, 전략과 정책, 관리와 평가라는 되먹임 회로가 지역에너지계획을 매개로 사회화, 정치화할 수 있는가, 다시 말해서 전환 정치로서의 계획으로 쓰일 잠재력이 얼마나 있는가에 주목했다. 에너지전환의 사회적 계획이 그런 것이다.

상대적으로 좋은 지역에너지계획은 서울, 제주, 경기, 대구, 전북이 만들어냈다. 수립 과정과 결과가 대체로 양호할 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에너지의 특징과 현안을 개성 있게 반영했다. 이들 지역에너지계획은 전환의 근거로 삼기에 충분하기 때문에, 파트너십과 거버넌스 등 포스트 플래닝에 따라 좋은 계획으로 살아남을지, 나쁜 계획으로 사라질지 판가름 날 것이다. 다음으로 평균 이상의 실적을 낸 경남, 광주, 충남, 강원은 개방적인 방식으로 연구가 진행됐지만, 진취적인 목표를 제시하지 않거나/못하거나, 정면으로 마주해야 하는 전환 현안을 뒷전으로 미뤘다는 점에서 다소 부족한 감이 있다. 기존에 수립된 내용을 답습하는 수준에 그친 지자체의 경우도 있다.

마지막으로 대전, 전남, 경북, 부산, 인천, 세종, 충북, 울산은, 종합적으로 볼 때 전환의 잠재력에 낮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는 곳이다. 개중에는 기존에 수립된 계획과의 내용적 차별성이 눈에 띄지 않는 곳도 있고, 심지어 참여・분권형 에너지정책 기조에 역행한 이상한 지역에너지계획도 있다. 에너지 수요・공급과 온실가스 감축에 적극적인 목표를 설정한 지자체도 있지만, 산업계획인지, 기술계획인지 모를 정도로 균형을 상실한 지역에너지계획 관행도 남아 있다.

주관적인 평가이기 때문에 신중해야겠고 일반화할 생각은 없지만, 이렇게 과감하게 작성한 이유는 지역에너지계획에 이어 등장할 지역그린뉴딜계획에서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지, 판단할 필요가 있어서다. 이미 광역과 기초에서 큰 흐름이 일고 있다. 지난 6월, 226개 모든 기초지자체가 ‘기후위기 비상선언’에 동참했고, 곧 이어 발족한 '탄소중립 지방정부 실천연대'에 17개 광역지자체와 63개 기초지자체가 참여했다. 그러나 화석은 지하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전환에도 있고 뉴딜에도 있다. 중앙에도 있고 지방에도 있다. 자본에도 있고 노동에도 있다. 몸에도 있고 마음에도 있다. 악몽과 같이 살아 있는 것들을 짓누르는 모든 전통에서 벗어날 길을 찾아야 한다. 아직은 미완인 지역에너지계획부터 살릴 궁리를 하자. 그래야 앞으로 동시다발적으로 수립될 기초지역에너지계획에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며, 정의로운 그린뉴딜도 실천하고 안전한 탄소제로사회도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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