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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거짓말도 징역 2년인데, 사람 죽은 사업장은 벌금 천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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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거짓말도 징역 2년인데, 사람 죽은 사업장은 벌금 천만 원

[기자의 눈] 반복되는 구의역 김군, 태안 김용균 군, 제주 이민호 군

지난 5월 13일 강원 삼척시 삼표시멘트 공장에서 하청 업체 직원이 기계에 끼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위험한 작업이라 2인1조로 일해야 했으나, 홀로 작업하다 발생한 인재(人災)였다.

그로부터 9일 뒤인 22일에는 광주광역시 재활용 처리 업체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파쇄기에 걸린 폐기물을 제거하려 상부에 올랐다가 발을 헛디뎌 파쇄기에 빨려 들어갔다. 마찬가지로 위험한 일이기에 2인1조로 일해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이들 죽음에서 구의역 스크린도 김 군, 태안화력발전소 김용균 군, 제주도 음료공장 이민호 군이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다. 모두 홀로 일하다 사망했고, 하청 노동자였다. '끼임'이라는 죽음의 직접적 원인도 동일하다.

2019년 한 해 동안 산업재해 사망자는 2020명(사고 사망자 855명, 질병 사망자 1165명)이다. 이중 '끼임'으로 사망한 이는 106명이다. 사고 사망 유형 중 2위를 차지하는 수치다. 떨어져서, 끼여서 죽는 산재 유형은 산업화 시대 때부터 있어왔다. '재래형' 사고라고 일컫는다. 이런 사고가 어김없이 2020년에도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원인도, 형태도 똑같은 사고가 왜 이렇게 반복될까.

▲ 전남 광주 재활용 처리 업체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파쇄기에 걸린 폐기물을 제거하려 상부에 올랐다가 발을 헛디뎌 파쇄기에 빨려 들어가 사망했다. ⓒ광주 광산소방서

법을 지키지 않았다면, 그에 응하는 처벌 받아야

사람이 죽었다면, 그리고 그 원인이 법을 지키지 않아서였다면, 그에 응하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 형벌을 통한 예방 효과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는 이런 의도, 즉 예방 효과로 처벌하는 사례가 상당하다. 대표적으로 코로나19 방역 관련해서다. '신천지 교회에 다녀왔다'는 거짓말로 방역 당국을 혼란케 한 20대 남성이 징역 2년 형을 선고 받는가 하면, 자가 격리를 지키지 않았다고 징역 4개월 형을 선고 받은 이도 있었다.

역학조사를 방해할 경우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형을 받게 된다. 격리조치 위반은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형,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위반하면 300만 원 이하 벌금형이 내려진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 8일까지 코로나19 관련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들은 379명이다. 이중 감염병 예방법을 위반한 이가 125명, 자가격리 위반이 111명, 집합금지 명령 위반이 10명, 역학조사에 허위 진술이 4명이다.

이들 대부분은 실형을 받을 듯하다. 2년 형이라는 법정 최고형을 선고받은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처벌 수위가 높아지면, 자연히 거짓말을 하거나, 자가 격리를 위반하는 사례는 줄어들기 마련이다.

똑같은 재해는 왜 반복되는가

이야기를 '똑같은 재해는 왜 반복되는가'로 돌려보자. 구의역 김 군 사고로 김 군이 속해 있던 하청업체 대표는 벌금 1000만 원형을, 원청이었던 서울메트로 대표도 벌금 1000만 원형을 받았다.

제주도 음료공장 이민호 군 업체대표의 경우, 지난 11일 재판부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업체 공장장은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이 남았으나, 형량이 늘지는 않을 듯하다.

태안화력발전소 김용균 군 사망 사건의 경우, 실질적인 책임자인 원청 한국서부발전 사장과 하청인 한국발전기술 사장이 무혐의로 풀려났고, 태안화력발전 본부장과 하청회사 안전관리 차장 등 관련자 11명만이 검찰에 기소된 상태다.

아무도 실형을 받은 이가 없었던 셈이다. 문제는 이런 솜방망이 처벌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20대 국회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의원실에서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2009년부터 2019년 6월까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1심 판결현황' 자료를 보면 총 6144건의 산재 중 금고 및 징역형을 선고 받은 곳은 0.57%인 35곳뿐이었다.

내야 하는 벌금도 미약한 수준이다. 지난 10년간 사업주가 산안법 위반으로 사고가 났을 때 낸 벌금의 평균 금액은 400만 원에 불과했다.

코로나19와 산업재해와 다른 점은?

처벌 수준을 대폭 강화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시행된 2020년에도 마찬가지다. 개정안은 일하다 노동자가 사망할 경우, 사업주에 최대 징역 7년 형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올해 1분기 법원에 접수된 산안법 위반 1심 사건(155건)에서 실형을 선고한 경우는 한 건도 없었다. 벌금형이 121건(78%), 집행유예가 23건(15%)이었다.

최대 2년형을 내릴 수 있으니, 그렇게 하는 '코로나19' 처벌과는 사뭇 다르다고 느껴지는 이유다.

2인1조로 일을 하려면, 기존보다 최소 2배 이상의 인력비가 들기 마련이다. 실형도 아닌, 벌금형을 받는 게 기정사실이라면, 그리고 그 벌금이 2인1조로 들어가는 인력비보다 적다면, 사업주의 선택지는 자명하다.

똑같은 원인의 사망 사고가, '구의역 김 군', '태안 김용균 군', '제주 이민호 군'이 반복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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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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