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됨에 따라 7월 강의를 준비합니다.
*2020년 7월 오름학교는 17(금)-18(토)일, 1박2일로 열립니다.
*참가회원님은 미리 항공편을 확인하시고 신청하시기 바랍니다.
*코로나19 관련, 발열·근육통·호흡기 증상이 있거나 본인 또는 가족이 14일 이내 국내외 감염지역 방문을 한 경우 참가를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승태 교장선생님은 얘기합니다.
낯설고 얄궂은 2020년 봄날이 지나가고 어느새 한낮 기온이 30도를 오르내리는 여름이 우리 곁에 왔군요. 예쁜 옷 한번 입어보지 못한 채 봄을 빼앗겼으나 건강은 잃지 않았으니 고마운 일입니다. 이제 찾아온 여름은 우리에게 좀 더 희망적이고, 즐거운 계절이기를 바랍니다.
7월 무더위에 어느 오름이 좋을까요. 조금이라도 높은 곳이 시원할 듯해서 해발고도를 기준으로 골랐습니다. 지난 봄, 코로나19 사태로 가지 못했던 오름 중에서 한라산 산간지방의 시원한 오름들을 찾아갑니다. 한라산국립공원의 관음사야영장이 제주시보다 여름 평균기온이 5~6도 낮아서 제주시민들의 피서지로 인기입니다. 어떤 이는 여름 내내 텐트를 쳐놓고 출퇴근을 아예 이곳에서 한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이번에 찾아가는 오름들이 모두 이 라인에 걸쳐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지친 우리에게 청량음료 같은 피서지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해 여름에 큰 기대를 안고 올랐으나 비가 내려 한 치 앞도 볼 수 없어서 아쉬웠던 금오름도 다시 가볼 작정입니다.
오름학교(교장 이승태. 여행작가·제주오름 전문가)의 2020년 7월, 제14강은 <아! 한라산 깊은 산중의 아름다운 여름풍경-삼형제샛오름, 1100고지습지, 법정악과 서귀포자연휴양림, 거린사슴오름, 새미오름(삼의악), 어승생악>을 찾아갑니다.
2017년 11월 개교한 오름학교는 제1강 <애월의 오름>, 제2강 <안덕의 오름>, 제3강 <표선의 오름1>, 제4강 <제주서부 중산간오름>, 제5강 <곶자왈 특집>, 제6강 <초지능선오름>특집, 제7강 <오름, 가을풍광 속으로>, 제8강 <제주 서부오름 소병악과 대병악, 비양도의 비양봉과 제주의 특별한 건축물 기행>, 제9강 <봄빛 가득, 제주 서남부 오름들>, 제10강 <제주스런 아름다움으로 가득한 오름들>, 제11강 <그 깊고도 짙은 푸름 속으로! 한여름의 서부 제주 보석 같은 오름들>, 제12강 <제주의 바람, 초원을 흔드는 바람-제주의 가을바람과 가을하늘이 잘 어울리는 오름>, 제13강 <늦가을 서정으로 가득! 제주올레의 아름다운 오름들>에 이어 제14강 <아! 한라산 깊은 산중의 아름다운 여름풍경-삼형제샛오름, 1100고지습지, 법정악과 서귀포자연휴양림, 거린사슴오름, 새미오름(삼의악), 어승생악>으로 향합니다.
제주 출신 화가 강요배 선생은 “오름에 올라가본 일이 없는 사람은 제주 풍광의 아름다움을 말할 수 없고, 오름을 모르는 사람은 제주인의 삶을 알지 못한다”면서 제주 오름의 소중함을 얘기했습니다. 이는 제주도가 오름과 오름이 세포처럼 유기적으로 이어진 곳이어서 제주를 알려면 반드시 오름을 알고 올라보아야 한다는 말일 겁니다. 들판 한가운데, 바닷가에, 작은 마을 뒤편에 순하디 순한 모양으로 솟아 제주의 자연풍광을 이룬 오름. 사람들이 뻔질나게 드나드는 유명 관광지에서는 만날 수 없는, 날것 그대로의 제주의 모습이 그곳에 있습니다.
아름다운 제주도 오름을 순례하는 <오름학교>는 격월로, 제주 자연풍광의 결정체이며 마을 형성의 모태인 오름들을 하나하나 찾아가면서 그 아름다움과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짚고 감상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름’은 ‘산’의 제주도 방언으로, 한라산 산록으로부터 해안에 이르기까지 널리 퍼져있는 작은 화산체들을 이릅니다.
2020년 7월, <아! 한라산 깊은 산중의 아름다운 여름풍경>을 준비하는 교장선생님의 얘기를 들어봅니다.
제14강 1일차 / 7월 17일(금요일)
<삼형제샛오름, 1100고지습지, 서귀포자연휴양림과 법정악, 거린사슴오름>
삼형제샛오름
-1113m 고봉의 위용
제주시에서 한라산 서쪽 자락을 타고 넘어 서귀포시 중문으로 가는 산간도로인 1139번 지방도를 사람들은 자주 ‘1100도로’라고 부릅니다. 한라산의 울창한 숲 사이를 이리저리 굽어 돌던 길이 해발 1100m 고지대까지 올랐다가 내려서기 때문입니다. 이 길은 한라산 산행코스 중 가장 인기 좋은 ‘영실-윗세오름-어리목 코스’의 들머리로 이어지기에 많은 관광객이 찾습니다. 고지대의 울창한 숲을 관통하기에 가을철 단풍이 아름답고, 봄의 새싹과 여름의 신록 또한 환상적이어서 드라이브 코스로도 인기가 좋습니다.
해발 1100m 지점에는 ‘1100고지휴게소’와 제주가 낳은 세계적인 산악인인 고상돈을 기념하는 ‘고상돈 상’, 한 사냥꾼과 백록담에 얽힌 전설을 상징하는 ‘백록 상’ ‘1100고지습지’까지 있어서 고개를 넘던 많은 이들이 쉬어가는 곳이기도 하죠.
이 1100고지에서 서쪽으로 세 개의 오름이 겹치며 늘어서 있는데, 바로 삼형제오름입니다. 세 개의 오름은 거의 같은 구조와 형태, 크기를 보여줍니다. 쌍둥이화산이라고 해도 될 정도죠. 1100고지휴게소가 들어선 바로 뒤의 산이 삼형제오름 중 맞이인 큰오름(1143m)입니다. 큰오름 뒤로 샛오름(1113m)과 족은오름(1075m)이 겹치며 동서로 나란히 서 있습니다. 영실에서 윗세오름으로 오르며 영실분화구를 지날 때 뒤돌아보면 이 점을 잘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삼형제오름은 달리 ‘세오름’이라고도 부릅니다. 한라산 백록담 서쪽에도 세 개의 오름이 동서로 나란히 누워있습니다. 아래에 있는 삼형제오름의 세 개 오름에 비해 위쪽에 있어서 ‘윗세오름’이라 부르죠. 신기하게도 삼형제오름과 윗세오름은 모두 백록담에서 정서(正西)로 이은 선상에 있습니다.
삼형제오름 주변은 모두 무인지경의 제주 원시림을 이룹니다. 1100도로에 인접한 삼형제큰오름엔 방송사 송신탑이 들어서 있어서 출입이 통제됩니다. 막내인 삼형제족은오름은 아예 길조차 없죠. 중간의 삼형제샛오름만 희미한 숲길이 실처럼 이어집니다.
1100도로상의 한 지점에서 접근하는 샛오름은 울창한 숲 사이로 좁디좁은 길이 끊어질 듯 이어집니다. 눈썰미가 여간 아니면 길을 잃기 십상이죠. 정강이 높이로 자란 제주조릿대를 헤치며 수많은 작은 계곡과 습지대를 품은 빽빽한 숲을 지나야 합니다. 하늘을 덮은 제주 산간 원시림의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영실 입구에서 돌오름과 영아리를 찾아갔을 때 만났던 것과는 비교가 안 되는 자연 그대로의 숲입니다. 이 숲을 걷노라면 한 마리의 물고기가 되어 짙푸른 신록의 바다를 자유로이 헤엄치는 듯한 느낌마저 듭니다. 다행인 것은 길이 험하거나 가파르지 않아서 숲의 정취를 오롯이 만끽하며 걸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정표나 아무런 인공시설이 없는 숲속을 헤치며 2.5km쯤 간 곳에서 샛오름 정상을 만납니다. 넓지 않은 정상부지만 조망 하나만큼은 압권입니다. 사방으로 거대한 숲의 바다가 펼쳐지기 때문입니다.
바로 앞으로 삼형제큰오름이 훤하고, 그 너머로 영실분화구와 한라산이 장엄한 산세로 다가옵니다. 남서쪽으로는 돌오름과 중산간 숲을 지나 군산, 월라봉, 산방산이 우뚝한 가운데 송악산과 형제섬, 가파도도 또렷하게 가늠됩니다. 5월이면 낮은 지대에서 한라산 정상으로 번져가는 환상적인 신록의 스펙트럼을 감상할 수 있을 겁니다.
하산은 들어섰던 길을 그대로 되짚어서 나와야 합니다. 왕복 5km의 짧지 않은 길이지만 제주 원시림의 아름다움과 샛오름 정상에서 조망하는 그 숲의 바다는 충분히 감동적입니다.
1100고지습지
-람사르 습지에 등록된 곳
1100고지휴게소 앞에 한라산 고원지대에 형성된 1100고지습지가 있습니다. 이곳은 지표수가 흔치 않은 한라산의 지질적인 특성을 고려할 때 무척 중요한 곳입니다. 멸종위기 야생식물과 고유생물, 경관과 지질 등 보전할 가치가 뛰어나서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으며, 람사르 습지로도 등록된 귀한 곳입니다. 습지 둘레를 따라 데크가 깔린 탐방로가 조성되어 있습니다. 총 길이는 675m며, 둘러보는데 30분 남짓 걸립니다.
서귀포자연휴양림과 법정악
-제주 여름숲의 아우성
남한 땅에서 가장 높으면서 신령스러운 산으로 꼽히는 한라산은 유네스코가 인정한 세계적인 보물이자 우리 산림자원의 보고입니다. 한라산의 중턱, 해발 700미터 대에 들어선 서귀포자연휴양림은 이 놀랍고 신비스러운, 울창한 한라산의 숲을 터질 만큼 그 품에 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어느 휴양림보다 숲이 숲답습니다.
350헥타르나 되는 광활한 면적에서 숙박동과 주차장 등 인공시설이 차지하는 부분은 지극히 일부분이고, 대부분이 온대·난대·한대 수종이 어우러진 원시림 같은 숲으로 덮였습니다. 휴양림에는 이 숲을 오롯이 즐길 수 있는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습니다. 정문과 후문 사이를 오가는 ‘건강산책로’와 휴양림 전체를 한 바퀴 통째 도는 ‘숲길산책로’, 휴양림 내의 오름인 법정악(法井岳)을 다녀오는 코스인 ‘전망대산책로’까지 다양한 길이의 걷기길입니다.
우리가 걸을 길은 전체 4킬로미터쯤인 숲길산책로와 왕복 1.2킬로미터인 전망대산책로입니다. 한라산 중턱 산악지대를 크게 휘감고 지나기에 길의 고저차가 있고, 둘을 합하면 5킬로미터가 넘는 길이입니다. 그러나 이 숲길의 숲다움은 가히 최고입니다. 걷는 내내 해가 들지 않을 정도로 울창한 숲길은 야자껍질로 짠 친환경매트가 깔려 있어서 쾌적하고, 곳곳에 화장실과 쉼터도 마련되어 편리합니다. 숲길을 걷는 내내 마주하게 되는 한라구절초, 한라송이풀, 제주달구지풀, 좀민들레 같은 제주 특산식물은 눈을 즐겁게 합니다.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귀한 식물들이죠.
숲길산책로를 따라 2.7킬로미터쯤 간 곳에서 오른쪽으로 법정악으로 가는 길이 갈립니다. 중간에 작은 계곡도 지나는 이 길은 나무데크가 깔려 있고, 두런두런 걷기 좋습니다. 법정악은 해발고도가 760미터에, 오름 자체의 높이가 80미터쯤인 작은 오름입니다. 그마저도 빼곡한 숲에 뒤덮여 바깥에서는 구분조차 쉽지 않습니다. 보통은 ‘법정이’라고 부르며, 옛날에 근처에 ‘법정사’라는 절이 있어서 붙은 이름입니다.
분화구가 없는 좁은 정상은 놀랍게도 무덤 한 기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좁지만 반듯하게 산담까지 둘렀습니다. 무덤을 지나면 곧 전망대입니다. 아래에서 올라오는 나무의 우듬지를 최대한 해치지 않는 선에서 전망대를 설치하다 보니 모양이 독특합니다.
전망대 끝에 서니 한라산 백록담에서 서귀포 앞바다까지 이어지는 제주 모습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참으로 거대하고 웅장한 풍광입니다. 한라산이 제주도이고, 제주도가 한라산이라는 말이 딱 이해되는 순간입니다.
거린사슴오름
-한라산의 경계에 솟은 서귀포 전망대
영실 입구와 서귀포자연휴양림을 지나온 1100도로는 서서히 내리막길을 달리다가 급히 꺾이며 서귀포시로 내려섭니다. 이 꺾이는 지점에 ‘거린사슴전망대’가 있습니다. 한라산의 원시림과 드넓은 목야지가 경계를 이루는 곳이죠. 여기서 바라보는 서귀포시와 제주 남쪽 바다는 놓쳐서는 안 될 명풍광입니다. 망원경도 있어서 먼 지점을 살피기도 좋습니다.
거린사슴전망대 바로 뒷산이 거린사슴오름입니다. 해발고도 743m에 오름 자체의 높이가 100m쯤으로, 가운데 주봉을 중심으로 동북쪽에 ‘갯머리오름’이라는 이름을 가진 야트막한 봉우리가 있고, 남서쪽에도 봉우리 하나가 더 있습니다. 즉 북동에서 남서로 길게 발달한 산등성이를 가진 오름입니다. 북동쪽 봉우리와 주봉 사이로 1100도로가 지납니다.
이 모양새가 사슴이 온몸을 뻗어 뛰어가는 자세를 닮았다고 ‘거린사슴’이라 부르는가 하면, 옛날에 이 오름에서 사슴을 길렀다는 이야기도 있어서 이런 이름으로 불린다고 합니다. ‘거린’이라는 말은 ‘갈리다’의 옛말인 ‘거리다’에서 온 것으로, 오름을 이룬 세 개의 봉우리가 서로 갈라져 있음을 표현한 것입니다.
거린사슴전망대 한쪽에서 길이 이어집니다. 한 사람이 겨우 지날 수 있는 좁은 길이 정상까지 계속되기에 오르는 길이 편치는 않습니다. 여느 오름 탐방로보다 가파른 편이어서 줄도 매어져 있습니다. 소나무와 활엽수, 잡목이 뒤섞였다가 삼나무숲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그러나 길지 않습니다. 넉넉잡아 10여 분이면 정상에 닿습니다.
아무런 시설이 없는 정상은 넓지 않은 터에 바위가 돌출되어 있습니다. 여기에서는 숲의 바다인 서귀포자연휴양림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휴양림 안에 있는 오름인 법정악도 훤하죠. 그리고 그 뒤로 한라산이 우뚝합니다. 백록담과 영실분화구, 사라오름도 또렷하고, 남동쪽으로 고근산과 서귀포 앞바다도 멋들어집니다.
제14강 2일차 / 7월 18일(토요일)
<새미오름, 어승생악>
새미오름(삼의악)
-샘을 가진 제주시 뒷산
제주시에서 한라산 방향을 볼 때 제주시 뒤를 받쳐주는 오름 하나가 눈에 들어옵니다. ‘삼의양(三義讓)’ 또는 ‘삼의악(三義岳)오름’이라고도 부르는 새미오름입니다. 오름 서남쪽에 샘이 있어서 붙은 이름으로, 이 샘은 동문시장 앞에서 만날 수 있는 산지천의 발원지 중 한 곳이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온통 초지대였다는 새미오름은 지금은 울창한 숲에 덮였습니다.
해발 574.3m에 오름 자체의 높이가 138m인 중산간에 솟은 커다란 오름으로, 한라산 북쪽에서 제주 시가지를 굽어보고 있는 듯 당당합니다. 제주시에서 산천단을 지나 조금 더 오르면 오른쪽으로 관음사 가는 길이 갈리고, 왼쪽은 516도로가 한라산을 넘는데, 새미오름은 이 길을 가르며 솟았습니다.
탐방로는 제주경찰학교 앞에서 시작됩니다. 오름을 반쯤 휘감으며 북쪽으로 돌아든 곳에서 목장을 앞에 두고 오른쪽에 입구가 나옵니다. 이곳에서 야생 사슴을 본 적이 있는데, 이번에도 만날 수 있다면 좋겠군요.
폐타이어로 만든 매트가 깔린 탐방로는 울창한 솔숲으로 인해 솔잎으로 가득합니다. 조금 더 오르자 편백나무가 정상부를 뒤덮었습니다. 입구에서 정상까지는 15분이면 닿습니다. 정상에 산불감시초소가 있고, 이어진 평탄한 능선엔 전망 좋은 예쁜 정자도 보입니다. 일대는 초지대가 많아서 길이 편하고, 제주시를 조망하기에도 좋습니다. 바로 아래로 제주대학교 아라캠퍼스를 시작으로 제주공항까지 이어간 풍광이 한 자리에서 다 보이죠. 뒤로 고개를 돌리면 한라산 정상부도 또렷합니다.
새미오름의 분화구는 한라산으로 향해 북서쪽으로 열렸습니다. 그 지점에 삼의악샘이라는 간판이 있는 샘이 있습니다. 샘 쪽으로 비스듬히 기운 널찍한 분화구 안엔 억새가 많이 보입니다. 그 너머로 한라산이 우뚝한데, 여기서 보는 모습은 북사면으로, 제주를 여행하면서 좀체 보기 힘든 풍광입니다.
탐방로는 오름 분화구를 따라 돌며 샘을 지나 출발지로 이어가기에 오름에서 보기 힘든 작은 물웅덩이를 만날 수 있습니다. 비록 크지 않은 옹달샘이지만 한라산 북쪽의 수많은 동물의 생명수가 되어줍니다. 이 샘은 사철 마르는 법이 없다고 합니다. 샘을 지난 길은 곧 ‘고사리평원’이라는 드넓은 초지대를 만나고, 왼쪽으로 방향을 꺾어 목장을 지나 출발지로 돌아옵니다.
어승생악
-신록으로 쌓은 한라산 전망대
오름학교에서 찾아가는, 한라산국립공원 안에 있는 첫 번째 오름입니다. 해발 1169m에 오름 자체의 높이가 350m로 지금껏 올랐던 어떤 오름보다 높은 곳에 있습니다. 한라산을 오르는 들머리 다섯 곳 중 한 곳인 어리목의 바로 앞에 솟은 오름으로, 정상까지는 1.3km며 왕복 1시간쯤 걸립니다.
날이 좋을 때는 정상에서 백록담 화구벽은 물론, 멀리 성산일출봉과 우도, 추자도, 비양도에 남해안까지 조망할 수 있다는 조망 명당으로, 한라산을 대표하는 자연생태학습장이기도 합니다. 오르내리는 내내 탐방로 옆으로 잘 만든 자연생태 해설판이 나타나며 흥미를 끕니다.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인 만큼 탐방로가 잘 조성되어 있습니다. 무엇보다 산지에 있는 오름이어서 지금껏 올랐던 오름과는 생태계가 판이합니다. 오름 표면을 따라서는 제주조릿대가 무성하고, 바위 위에 자리를 잡고 사는 기이한 나무도 많이 만납니다. 나무의 종류도 달라서 물박달나무와 구상나무, 주목, 당단풍나무, 산딸나무, 후박나무, 모밀잣밤나무 같은 것이 심심찮게 보입니다. 그래서 길을 걷는 내내 고산이라는 느낌이 확실히 들죠.
20여 분이면 정상부가 가까워지면서 숲 사이로 조금씩 조망이 트이며, 이 즈음에 한라산 정상부도 모습을 드러냅니다. 정말 장관이죠. 여기서 보는 한라산은. 장구목과 만세동산, 사제비동산 일대에서 발원한 무수천이 한라산에 깊은 골짜기를 내며 흘러내리는 장관을 적나라하게 살필 수 있습니다. 그 위로 제주의 지붕, 백록담 일대가 견고한 모습입니다. 2019년 11월에 찾았을 때 첫 눈이 내려서 하얗게 변한 모습을 봤습니다. 7월이면 한라산 신록의 아우성을 만나게 됩니다.
어승생악은 제주의 손꼽히는 전망대 역할을 합니다. 제주시와 제주 서쪽 풍광이 남김없이 다 드러나는 정상에 서면 황홀할 지경입니다. 한라산을 이렇게 가슴 벅차게 바라볼 수 있는 곳도 없죠. 깊이 내려선 어리목 건너로 우뚝 솟아서 더 멋집니다. 한라산 조망을 위한 망원경도 설치되어 있습니다.
어승생악은 일제강점기의 생채기를 지닌 곳이기도 합니다. 정상부엔 콘크리트로 만든 일제의 진지가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그 중 일부가 개방되어 있어서 내부 모습을 살펴보는 것도 어승생악을 오른 자의 특권입니다.
어승생악은 북서쪽으로 기울어진 커다란 분화구를 가졌습니다. 예전엔 분화구 능선을 따라 한 바퀴 돌 수 있었으나 지금은 길이 막혀서 정상에서 바라보기만 해야 해서 아쉽습니다. 하산은 올랐던 길을 따라 그대로 내려섭니다.
가장 작은 산상호수를 가진 오름
-작은 백록담, 금오름
제주의 수많은 오름 중에 정상에 물웅덩이를 가진 것은 극히 드뭅니다. 성판악휴게소에서 진달래밭대피소로 오르다가 만나는 사라오름과 설문대할망의 전설이 깃든 제주시 봉개동의 물장오리, 남원읍에서 조천읍을 잇는 남조로 옆에 우두커니 서 있는 물영아리, 분화구 안에 ‘문강사’라는 절이 자리한 제주시 삼양동의 원당오름, 1년에 한 번만 개방되는 사려니숲 안에 있는 물찻오름 등 아홉 곳뿐입니다. 그 중 가장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이 제주 서부의 금오름입니다.
제주시 한림읍의 벵디못을 중심으로 옹기종기 모인 중산간의 작은 마을 금악리가 있습니다. 금오름은 이 마을의 남동쪽에 완만한 사다리꼴을 하고 서 있죠. 그 모양이 마치 소설 <어린왕자>에 나오는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을 떠올리게 합니다. 비양도와 빼닮은 모양입니다. 산기슭의 밭이 끝난 곳부터 정상부까지는 온통 해송으로 빼곡한데, 정상부에 완만하고 너른 초지대에 물웅덩이까지 있다니, 신비롭기 그지없는 오름입니다.
차로 오르기보다 걸어서 올라야 제맛!
‘금오름’이라니, 이름만으로는 갑(甲)일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금은동의 그 금(金)이 아니더군요. 정확한 유래는 확인할 길 없으나 조선시대에 제작된 고지도에 오름 자락의 마을인 금악리를 ‘黑岳(흑악)’ 또는 ‘黑岳村(흑악촌)’이라 표기하고 있다하니, 이를 미루어 짐작해볼 때 ‘검은오름’이 변해 금(今)오름이 된 게 아닐까 싶습니다.
금오름이 금악리의 뒷산이지만 오름 들머리는 마을에서 한창로를 따라 동남쪽으로 1.3킬로미터 간 후 왼쪽길로 들어선 곳에 있습니다. 오름 입구에 꽤 너른 주차장과 화장실도 마련되어 있죠.
금오름은 ‘차로 정상까지 오를 수 있는 유일한 오름’으로 익히 알려진 곳입니다. 특히 한 방송사의 예능프로그램 <효리네 민박>에 소개된 후 사람들이 몰리며 한때 자동차 출입을 제한하기도 했으나, 지금은 풀렸습니다. 그러나 건강과 오름의 환경을 생각하는 차원에서 아무래도 걷는 편이 좋겠습니다. 오름의 해발고도가 427.5미터지만 오름 자체의 높이는 178미터에 불과하며, 주차장에서 정상까지 천천히 걸어도 30분이면 닿을 수 있습니다.
출발하자마자 양쪽으로 작은 물웅덩이가 보입니다. 오른쪽은 ‘생이못’이라는 재밌는 이름을 가졌습니다. 자주 마르는 못이어서 생이(새)나 먹을 정도의 물 또는 새가 많이 모여들어 먹던 물이어서 붙은 이름이랍니다. 왼쪽은 가축용으로 부러 판 것입니다.
금악담, 백록담에 견줄만하다
콘크리트 포장도를 따라 조금 가면 왼쪽으로 ‘희망의 숲길’이라는 탐방로가 나옵니다. 한 나무에 ‘올라가는 길 620m’라고 적힌 이정표가 걸려 있죠. 해송이 빼곡한 길은 지그재그로 이어지며, 통나무계단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전망이 트일 때마다 문도지오름과 모슬봉, 저지오름, 남송악, 산방산, 한라산 백록담도 보여 걸음이 즐겁습니다.
이윽고 닿은 정상부 능선. 탄성이 절로 나오는 풍광이 눈앞 가득 펼쳐져 있습니다. 남쪽과 북쪽이 높고 동서가 낮은 화구벽은 정상인 남쪽 일부를 제외하곤 온통 풀밭입니다. 분화구 복판에는 물웅덩이가 있어서 전체 모양이 백록담을 축소시켜 놓은 것 같죠. 타원형인 물웅덩이는 동쪽이나 서쪽 능선에서 더 잘 보입니다. ‘금악담(今岳潭)’이라는 이름도 가졌습니다. 백록담에 버금가는 대우를 받고 있습니다. 수량이 많지는 않으나 어지간한 가뭄에도 마르는 법이 없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화구벽을 따라 이어진 탐방로가 너무 정겹습니다. 누구랑 걸어도 기분 좋을 것 같은 오솔길이 꿈길인양 아름답게 이어집니다. 또 바람이 좋습니다. 오름을 걷다가 만난 제주의 바람은 질린 적이 없는데요, 분화구 안의 숱한 억새를 훑고 지나온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는 한라산으로 올라갑니다.
북쪽 능선에 서면 서부 제주 대부분이 가늠됩니다. 한라산부터 노로오름과 노꼬메오름, 바리메오름, 새별오름, 이달봉이 한눈에 들어오고, 남동쪽으로도 내로라하는 숱한 오름들이 날 좀 봐달라며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금악리가 여기서는 손바닥 보듯 훤합니다. 푸릇푸릇한 밭뙈기들 사이로 낮고 알록달록한 지붕들이 한없이 정겨운 풍광으로 펼쳐져 있습니다. 그 너머 서쪽 끝으로 아득한 비양도….
능선 가운데 놓인 평상 하나, 이보다 값비싼 평상이 이 땅에 존재할까 싶습니다. 배낭을 내려놓고 앉으니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 듭니다.
오름학교에 참가하실 분은 참가등록 후 7월 17일 오전 8시 50분까지 제주공항 1층 3번 게이트 오른쪽(공항 내부임)에서 집합합니다, 참가자는 각자 미리 항공편, 배편을 이용해 제주공항에 도착합니다. 정시에 출발하니 집합시각 엄수 바랍니다. 참가신청 전에 교통편을 반드시 체크해주세요.
7월 오름학교 제14강의 자세한 내용은 인문학습원의 <학교소개>에서 안내 받으세요. 또한 기사 게재 이후의 변동사항도 인문학습원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오름학교는 생활 속의 인문학 체험공동체인 인문학습원(대표 이근성)이 지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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