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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산의 일각 드러난 '대출금리 조작' 천태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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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산의 일각 드러난 '대출금리 조작' 천태만상

들통나면 이자 환급하면 그만?...징계 소극적인 금융당국

대출 금리를 부당하게 산정해 상당한 이자를 더 받아챙겨온 일부 은행 대출건들이 최근 금융감독원 조사에 의해 무더기로 적발됐다. 해당 은행들은 "직원들의 단순한 실수"라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소비자연맹 등 금융소비자단체들은 "금융기관들이 사실상 대출금리 조작을 일삼아왔다는 것이 드러났다"면서 단순히 들통난 과다 이자를 환급하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처리될 사건이 아니라고 반발하고 있다. 또한 이들 단체들은 "기관 징계 사항이 아니다.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해결하라"는 식으로 안이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금융당국에 대해서 "은행들과 한통속이 아니냐"며 금융당국의 엄중한 조치가 없으면 집단소송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금융소비자단체들이 이번 사건을 "대출금리 조작 사건"이라고 규정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우선 금감원 지시로 최근 5년간 부당 금리 대출 건을 자체조사해 26일 결과 및 사후 조치계획을 발표한 경남은행에서만 1만2000건이 확인됐다.

경남은행 발표에 따르면, 이 은행은 최근 5년간 가계자금대출에서 무려 6% 정도에 해당하는 대출 건에서 가산금리를 과다하게 매겨서 25억 원을 챙겼다.


▲은행권에서 대출금리 조작으로 의심되는 사례들이 무더기로 적발된 가운데, 엄중한 조치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최종구 금융위원장(왼쪽)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연합뉴스

소득과 담보 입력 누락, 온갖 핑계로 금리 인하 거부


이 정도면 직원의 실수라고 보기 어렵다. 여러 지점에서 동시다발로 비슷한 사례들이 무더기로 지속됐기 때문이다. 금감원도 이런 금리 과다 부과는 단순 실수라기보다는 가산금리를 산정하는 조건 입력을 소홀히 해온 것으로 보고 있다. 예를 들어 소득 항목에 입력해야 하는데 소득을 입력하지 않거나, 아예 적당히 축소 입력했다. 또한 담보가 있는데 담보 없는 개인신용으로 처리한 사례들이 부지기수다. 실수로 입력을 누락하거나, 개인신용으로 처리한 것으로 보기 어려운 사례들이다.

금감원이 적발한 다른 은행들의 사례들도 비슷하다. △2015년 11월 5000만 원을 가계 일반 대출로 받은 연소득 약 8000만 원인 한 고객은 소득 항목이 누락되면서 0.5%포인트 높은 6.8% 금리가 매겨져, 내지 않아도 될 50만 원의 이자를 더 부담했다.

△지난해 3월 3000만 원을 담보대출 받은 한 개인사업자는 담보를 제공했지만 담보가 없는 대출로 처리됐다. 대출금리가 3%포인트 높은 8.6% 금리가 적용돼 지금까지 100만 원에 육박하는 이자를 더냈다.

△급전이 필요해 올해 1월 은행에서 2100만 원의 신용대출을 받은 한 자영업자에 대해 은행측은 전산시스템에서 산출된 금리를 적용하지 않고, 은행 내규로 적용할 수 있는 기업대출 최고금리 13%를 부과했다.

심지어 개인의 신용등급이 상승해 금리 인하를 요구할 권리를 행사한 고객에게 "담보가치가 하락했다, 거래실적이 떨어졌다"는 등 다양한 핑계를 대면서 금리를 낮춰달라는 요구를 거부한 사례까지 적발됐다. 실수가 아니라 조작이라고밖에 볼 수 없는 사례다.

이에따라 명색이 제1금융권이라는 은행에서 이렇게 엉터리 금리 산정이 자행됐다면, 금리가 더 높고 더 불투명한 제2금융권에서는 더 많은 '조작 금리'가 횡행해 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와 관련해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은행들을 기관 징계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도 "은행들이 자체 실태 조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도록 유도하겠다"는 소극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에 반발한 금융소비자단체들은 금융당국이 은행권을 포함해 저축은행과 신용카드사, 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으로 확대할 것을 요구하는 한편, 집단소송 추진도 불사하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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