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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노년, 누가 책임져줄까?

[고령화, 돌봄의 사회화] ① 공공 장기요양서비스가 필요하다

1. 왜 공공성인가

사회서비스 공공성 강화는 우리 사회의 중심 아젠다가 되었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이기도 하다. 우리는 왜 사회서비스의 공공성, 장기요양의 공공성에 주목하는가. 안심하고 신뢰할 수 있는 서비스를 받고 싶기 때문이다. 사람 중심(person-centered)의 존중받는 서비스를 받고 싶기 때문이다. 개별적으로 각기 상이한 '돌봄 니즈'에 대해 세심하게 소통하고 배려하며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 중심 서비스를 받고 싶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현실은 이러한 바람과 거리가 있다.

장기요양제도는 서비스 공급을 주로 민간에게 맡기는 대신 서비스 질을 담보하기 위해 시장 기제를 도입했다. 다수의 공급자가 자유롭게 서비스를 공급해 경쟁하게 하는 한편, 이용자에게 서비스 공급자에 대한 선택권을 부여하여 이용자의 선택권을 통해 서비스 질이 담보될 수 있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서비스 공급자에 대한 너무 낮은 진입 자격 적용과 함께 한정된 서비스 수요에도 불구하고 공급자 수를 제한하지 않고 자유로운 진입을 허용함으로써 초래된 무한경쟁 시장은 서비스 질을 보증하기 어려운 영세하고 불안정한 서비스 공급을 결과했다. 재가서비스 공급자는 매년 공급자의 30%가 폐업하고 30%가 신설된다.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 시설서비스도 마찬가지이다. 결국 서비스 이용자는 불안정하고 부실한 서비스 공급자를 다수 포함하는 공급자들 중에서 서비스기관을 선택해야 하는 위험한 선택에 놓이게 되었다.

장기요양서비스는 경험하기 전에는 가치를 평가하기 어려운 경험재(experience good)이다. 따라서 안심하고 믿고 선택할 수 있도록 질이 보증된 서비스 공급자가 선택지로 주어져야 한다. 그래야만 공공의 목적을 가지고 공공재원으로 도입된 장기요양제도가 정책 실패 없이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그러나 공적서비스 전달자로서의 정체성이 취약한 개인기관이 재가서비스의 84%, 시설서비스의 71%를 차지하는 데 비해 국가 및 지자체 서비스기관 등 공공공급자는 재가서비스의 0.6%, 시설서비스의 2.0%로 극히 미미하다. 또한 절대다수의 개인기관을 포함한 민간기관들에 대해 공공적 목적의 서비스 전달자로서의 정책적 공감대를 공유하기 위한 정책 노력의 부재는 공공서비스로서의 질 담보를 더욱 어렵게 했다.

느슨한 진입규제로 인해 안심하고 보증할만한 공급기관 선별 책임을 경험재 특성과 정보비대칭(情報非對稱)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선택으로 전가하는 구조이다. 퇴출 규제 작동 부재로 보증되지 않은(D, E 평가등급) 기관이 서비스 공급을 계속할 수 있도록 허용함으로써 공공성 담보에 상당한 어려움 발생하고 있다. 또한 시장기제 도입 기대효과였던 서비스 질 경쟁보다 편법, 불법까지 동원한 이용자 확보에 치중하고, 비용 부당청구 사례가 발생하기도 한다.

한편, 이용자에 대한 자유로운 소비자선택권의 지나친 강조는 서비스 질 담보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왜곡된 서비스이용 문화로 서비스 남용(abuse) 및 오용(misuse) 등 공공성 규범의 훼손을 초래하였으며, 방문요양서비스 편향적 구성 등 서비스 질 담보에 취약함을 초래했다.

특히 재가서비스의 경우, 서비스 공급기관의 과잉과 서비스 수요의 불안정성으로 인한 높은 경영 위험을 서비스 인력에게 전적으로 전가하는 구조이다. 방문요양서비스 공급기관은 서비스 이용자와 인력의 중개자 역할만 담당하고 서비스기관의 경영을 통한 완충기제가 전혀 작동되지 않은 채, 재가서비스의 불확실하고 빈번한 서비스 수요변동 위험이 서비스 인력의 불안정고용 및 수입 감소로 직결되는 구조이다. 장기요양 재가서비스 노동자를 '일용 호출직 노동'으로 칭하는 이유이다. 이와 같은 불안정고용과 생존임금도 되지 않는 임금수준, 근골격계 질환, 성폭력 등 각종 위험에 노출된 일자리, 병가, 연차 등 유급휴가권도 보장되지 않는 일자리, 이로 인한 낮은 자긍심으로 역량 있는 인력의 이탈과 신규 유입이 원활하지 않아 이미 서비스 공급기관은 인력확보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처럼 장기요양서비스가 급속한 확대가 이루어졌지만, 시장화(marketization) 정책의 실패로 서비스 질 제고 등 선순환 효과보다는 좋은 돌봄이 보장되지 않는 악순환의 덫에 걸려 공공성(公共性) 담보가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 국민건강보험 '노인장기요양보험' 홈페이지 갈무리.

2. 무엇이 공공성인가

공공성에 대한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공(公)은 치우치지 않고 '공평'하고 '공개적'이고 '투명'하며 '공적인 것'을 의미하며, 공(共)은 '함께' 여럿이 하나로 '합하여 하다'는 의미를 갖는다. 즉 공공성은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공공의 일'에 대해 '공공'이 공공의 장에 '참여'하여 함께 투명하게 '소통'하며 '공익'을 추구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 석재은 '장기요양서비스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규제의 합리화 방안 연구'(2017) 보건사회연구 37: 423~451 참고.

역사적으로 사회서비스 정책영역에서 공공성 이슈의 등장은 서구 국가에서 사회서비스의 제공자로 직접 역할 하던 것에서 제공자 역할을 민간에게 넘기는 민영화 과정에서 공공재정의 공공서비스가 정책 목적대로 잘 실현되도록 개입해야 하는 정부의 책임과 정부의 역할이 강조되면서 나타나게 된 쟁점이다. 한국은 국가가 직접 서비스 제공자로서 역할을 수행한 역사가 없다는 것이 특징적이다. 한국 사회서비스 영역에서 공공성 역사는 사회서비스에 대한 보편적 제도화가 이루어지고, 서비스 제공체계가 개인/영리 민간까지 다원화되고 서비스 시장이 도입되어 공급 체계 간 경쟁과 이용자의 선택이 이루어지게 되면서 공공성 이슈가 등장하게 되었다.

공공성은 구조적 공공성과 내용적 공공성으로 구분된다. 구조적 공공성은 구조적으로 공공성을 담보할 수밖에 없도록 구조화시키는 것으로, 공공 주체가 공공목적의 실현 주체로 구성되는 것을 의미한다. 내용적 공공성은 공공성 실현 주체의 공공주체 여부와 관계없이 실질적으로 공공성의 속성이 실현되는 것에 주목한다. 공급 주체의 다원화가 보편화되는 상황에서 다양한 공급 주체가 실질적으로 공공 목적에 효과적으로 복무하여 공공 목적을 실질적으로 달성하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3. 어떻게 공공성이 담보될 수 있나

공공성을 담보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첫 번째로, 공공 서비스 공급 체계 확충은 구조적 공공성 확보를 통한 공공성 담보의 가장 확실한 정책수단이다. 한국의 사회서비스 제공의 역사적 특성상 공공 서비스공급체계의 비중이 극히 미미한 부분은 공공성 담보에 큰 걸림돌이 되었다. 선진국들의 경우 국가마다 차이는 있지만, 주로 사적 공간인 개별 가정에서 서비스가 이루어지는 재가서비스의 경우에는 공공이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맡는 비중이 높은 것이 지배적 경향이다. 최근 민영화 흐름 속에서 재가서비스 중에서 가사서비스, 청소서비스를 분리하여 민간 서비스제공자가 제공하도록 민영화하는 경우들이 있지만, 신체케어서비스 등 대인서비스는 공공이 직접 공급하는 것을 지속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것이 정책 목적인 서비스 질의 효과적 담보에 유리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방문 재가서비스의 경우 개별 돌봄노동자가 공공성을 담보하는 직접적 주체이기 때문에 방문 재가서비스 돌봄노동자를 직접 관리하며 자격과 역량 관리에 더욱 심혈을 기울인다. 또한 서비스 제공의 공적 성격을 확보하기 위해 서비스 제공을 복수 이용자 대 복수 돌봄노동자로 매칭함으로써, 사적 공간에서 이루어지지만 공적 공간화하고 공적 관계로 유지될 수 있도록 한다. 한편, 공공기관은 공공성을 담보하는 주체로서 민간기관과 차별화하여 시장에만 맡겨서는 적절하게 공급이 되지 않는 공공재성 서비스를 공급하고, 민간기관을 지원하고 견인하는 역할을 실질적으로 담당하여야 한다.

두 번째로, 국가의 공공목적 수호자 및 규제자로서의 역할 강화를 통한 규범적 공공성 담보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첫째, 국가가 진입규제 및 퇴출규제, 원활한 소통 및 교육을 통해 민간기관이라도 공적서비스 전달자로서 책무성을 갖고 공익에 우선적으로 복무하도록 해야 한다. 둘째, 사회서비스의 수급자격과 접근권을 공평하게 보장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서비스 수급자격의 공평한 적용, 지역별 서비스 인프라 공평한 분포, 서비스 이용의 경제적 장벽 제거가 필요하다. 셋째, 정보 비대칭성 제거를 위해 서비스 제공자 정보의 투명한 공개, 서비스 제공과정의 투명한 공개, 서비스 재정회계의 투명한 공개가 이루어지도록 보장하여야 한다.

세 번째로, 시민참여에 의한 민주적 공공성 담보가 필요하다.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장기요양생태계 선순환을 위해 다각적으로 투명한 개방적 소통과 공공적인 문화 규범 확보가 필요하다. 사회서비스 정책 결정, 제공 과정, 평가 과정에 서비스 실천현장의 다양한 주체들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도록 참여구조가 마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투명성-개방성 확보, 시민참여를 바탕으로 공공목적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공공 모니터링을 해나가는 지역사회 기반 돌봄사회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

네 번째로 돌봄노동의 관계적 속성을 고려하면, 돌봄일자리 질 강화는 좋은 돌봄서비스를 위한 필수적 전제조건이다. 돌봄노동자가 갖는 서비스 책무성과 무게감을 고려할 때, 생활임금 보장은 물론이고 일자리의 안정성, 경력 인정, 노동권 보장 등 괜찮은 일자리로서의 직업 비전을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 자격관리와 역량개발도 중요한 필요 요소이다.

다섯 번째로 이용자 사례관리를 통한 전문적 개입이 서비스 질 제고를 위해 중요하다. 이용자와 소통하며 가장 최선의 사람 중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공공성 실천이다.

다행히 사회서비스 공공성 확보가 사회적 아젠다가 된 만큼, 공공성 확보로 안심하고 취약한 노년을 의탁할 있는 사회, 사람 중심의 존엄한 돌봄을 이루어질 수 있는 초석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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