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하는 말이다. 기왕이면 이것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혀주기 바란다.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논란과 관련한 입장이다.
서울시장 뽑는 판에 웬 대통령 사저 논란이냐고 반문할지 모르겠지만 그렇지가 않다. 당장 갖가지 의혹이 나온다. 시세보다 싸게 샀다고 하여 다운계약서 의혹이 나오고 있고,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시형 씨와 청와대 경호실이 부지를 구입한 다음날에 지목이 '밭'에서 '대지'로 바뀐 것을 두고도 의혹이 나오고 있다. 모두 서초구 소관사항이다. 부동산 매매신고를 받은 곳도 서초구청이고, 형질 변경을 해준 곳도 서초구청이다. 더불어 서울시 소관사항이다. 서울시가 구청에 대한 지도감독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나경원 후보와 박원순 후보 ⓒ연합 |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사람이라면 응당 답해야 한다. 관련 사실을 파악해 입장을 밝혀야 한다.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는지, 문제가 있다면 서울시가 어떻게 대응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하는지, 나아가 자신이 서울시장이 되면 어떻게 할 것인지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이건 아주 기초적인 문제다. 행정의 원칙과 정도에 관한 문제다. 그래서 엿볼 수 있다. 서울시장 후보가 내곡동 사저 논란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면 그의 강단과 소신과 원칙을 살필 수 있다. 더불어 최고권력기관과의 관계설정에 대한 입장, 즉 '자치'의 실천의지를 잴 수 있다.
상대 후보의 과거를 캐는 일보다 훨씬 중한 일이다. 뜬구름 잡기식 비전을 제시하는 일보다 훨씬 긴요한 일이다. '과거'가 도덕성에 관한 문제라면 이 문제는 '자질'에 관한 문제다. 도덕적 자질이 아니라 업무 자질을 엿볼 수 있는 문제다. 비전이 추상의 영역에 머물고 있는 문제라면 이 문제는 구상의 영역에서 발생한 문제다. '앞으로 할 일'이 아니라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살필 수 있는 문제다.
지금까지 불거진 의혹에 대한 자신의 판단은 어떠한지, 자신이 서울시장이 되면 하다못해 서초구를 상대로 감사를 실시할 의사가 있는지, 만에 하나라도 행정절차상 문제가 발견되면 어떻게 할 것인지 분명하고도 소상하게 입장을 밝혀야 한다.
서울시 유권자가 원하는 서울시장은 청사진을 잘 그리는 사람 이전에 청소를 잘 하는 사람이다. 청사진은 깨끗한 바닥에 그리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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