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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생태의 보고 남이섬에서 24절기를 만나다] 곡우(穀雨) 꽃섬, 혼례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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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생태의 보고 남이섬에서 24절기를 만나다] 곡우(穀雨) 꽃섬, 혼례가 시작되었다

농사비 내린다는 ‘청명’…섬 동쪽 강길따라 ‘수양벚나무 군락지’ 봄 대표 사진 명소로

호텔정관루 가는 길목에 위치한 ‘벗(友)길’ 꽃 터널 사이로 꽃비 내려 ‘환상적 분위기’

꽃이 지면 꽃그늘 아래 함께 누워 하늘을 바라보던 이들의 사랑도 식을까. 늘 불같이 뜨겁기만 해서는 살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벚꽃이 지면 잎이 나고 버찌가 익는 것처럼 꽃그늘 아래 사랑도 서늘하게 여물어가겠지. <김선미 「나무, 섬으로 가다」

섬 곳곳에 벚꽃이 지천이다. 남이섬에 벚꽃이 피었다는 것은 남쪽에서는 이미 그 꽃이 졌다는 기별이다.

기상청에서 개화 시기를 예보해주는 꽃은 개나리, 진달래, 벚꽃 세 종류인데, 그중 벚꽃이 가장 늦게 핀다. 해마다 언제 꽃이 필지 알려주지만, 남쪽 제주 서귀포에서 북쪽 춘천까지 북상하는 꽃의 속도는 매년 들쭉날쭉하다.

▲남이섬 벚꽃.

그래도 대략 보름에서 20여 일이 지나면 제주 남쪽 바닷가에서부터 피기 시작한 꽃이 강원도 골짜기에서도 꽃망울을 터뜨린다.

북한강 상류에 머문 섬은 꽃섬이다. 겨우내 웅크렸던 꽃망울은 이제 막 태어난 아기처럼 보드랍다. 배를 타고 들어가며 바라본 남이섬은 개나리 노란 치마를 두르고, 머리에 벚꽃 화환을 쓰고 있는 것 같았다.

남이섬에 자생하고 있는 나무는 약 3만 그루. 가장 대표적인 메타세쿼이아 길부터 자작나무길, 중앙잣나무길, 은행나무길 등 수없이 많은 숲길이 있다.

섬에서 대표적인 벚꽃 단지는 호텔 정관루 가는 길목의 벗(友)길과 동쪽 잔디밭 가장자리의 수양벚나무 군락지. 벗길에는 밑동 굵기가 어른 팔 한 아름이 넘는 왕벚나무들이 길 양옆으로 늘어서 꽃 터널을 만들어놓았다.

섬의 벚나무 가운데 가장 크게 오래된 나무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남이섬 중앙 잣나무 길에서 동쪽으로 걷다보면, 강변을 따라 일렬로 늘어선 거대한 수양벚나무 군락지가 펼쳐진다. 아래로 죽 늘어뜨린 가지 사이로 새하얀 벚꽃이 흩날려 장관을 이룬다.

▲남이섬 벗길.

호텔가는 벗(友)길 왼편으로 시원한 물줄기를 내뿜는 워터스테이지가 눈에 들어오는데, 이곳에선 오는 4월 14일부터 10월 27일까지 사랑하는 이와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호텔정관루 로맨틱 풀사이드 바비큐 다이닝’이 열린다. 주말 저녁 가족, 연인과 함께 남이섬을 찾았다면 따스한 봄날 꼭 들려야 할 필수 코스다.

해마다 벚꽃은 흐드러지게 피고 바람은 변함없이 꽃잎을 흩어놓는다. 사람들이 인식하지 못할 뿐 벚꽃은 오직 버찌만을 위해 핀다.

▲남이섬 벚꽃.

봄은 봄인가보다. 남이섬 벚나무가 있는 곳은 어디든 꽃의 만유인력에 끌린 듯 꽃놀이 온 사람들로 붐볐다. 꽃그늘 아래 사진 찍는 사람들 얼굴에서 슬픔은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다.

누구나 사는 게 늘 꽃피는 호시절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벚꽃이 필 때만이라도 잠시 걸음을 멈추고 꽃을 바라보며 웃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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