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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궁중 암투'가 미국과 세계에 미칠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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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궁중 암투'가 미국과 세계에 미칠 영향은?

트럼프의 '친족등용 정치' 지속 가능할까

미국 백악관 내부에서 대통령 가족과 대통령 비서실장 간에 치열한 암투가 벌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딸 이방카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를 백악관 보좌관과 선임고문에 각각 임명하고, 특히 사위 쿠슈너에게는 미국의 외교문제에 거의 전권을 부여했다. 따라서 백악관이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조직이라면, 필연적으로 벌어질 수밖에 없는 암투다.

초대 비서실장 라인스 프리버스는 암투에 밀려 반년만에 밀려났지만, 지난해 7월 2대 비서실장으로 취임한 존 켈리 비서실장은 해병대 장성 출신답게 처음부터 '군기반장'으로 불릴 정도로 정면으로 맞섰다.

최근 <뉴욕타임스> 등 미국 현지 언론들은 그동안 쌓인 갈등이 폭발 직전에 다다랐다고 전하고 있다. 미국 정계에서는 "둘 중의 하나는 백악관을 떠나야 할 결투가 벌어지고 있다"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존 켈리 비서실장과 암투를 벌이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딸 이방카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 ⓒAP=연합

"FBI, 이방카 부부 해외사업 관련 조사 중"


켈리 비서실장은 백악관 서열 2위인 자신을 거치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대면하려 하는 이방카 부부와 갈등을 빚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는 이미 지난해 11월 "켈리 비서실장이 이방카 부부를 웨스트윙(백악과 집무동)에서 내보내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급기야 켈리 비서실장은 쿠슈너의 비밀취급 권한을 강등하는 조치를 강행했다. 쿠슈너는 해외 여러 곳에 부동산사업체를 운영하는 등 이해상충 여지가 많아 보안심사가 장기화되고 있는데도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직권으로 '탑시크릿 취급 권한'을 부여받고 있었다. 하지만 켈리 비서실장이 안보에도 우려가 크다면서 쿠슈너의 비밀취급 권한을 2급으로 강등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을 등에 업고 있는 쿠슈너는 켈리의 조치에 격분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시간이 지나면 둘 다 아무 일이 없었던 것처럼 끝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 해병대 장성 출신으로 '군기반장'으로 불리는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AP=연합

트럼프는, 이방카의 평창올림픽 파견 반대한 켈리 의견 무시


켈리 비서실장은 이방카가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식에 미국을 대표해 파견된 것도 반대했다. 켈리 비서실장은 외교 경험이 없는 이방카가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 등 미국을 대표하는 외교관으로 활동하는 것에 대해 평소 "이방카가 '정부 놀이'에 빠져 있다"고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켈리가 '자방카((JAVANKA:재러드 쿠슈너와 이방카의 합성어)'에 대한 견제의 고삐를 강하게 쥔 탓인지, 자방카의 측근들은 잇따라 백악관에서 축출되고 있다.

이방카가 운영하는 회사의 홍보를 담당하다 트럼프의 눈에 띄어 백악관 공보국장으로 발탁됐던 호프 힉스도 지난달말 사임의사를 밝혔다. 앞서 쿠슈너의 대변인 조쉬 라펠도 사임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쿠슈너의 부하직원인 리드 코디시는 지난달 초 백악관을 떠났다.

미국의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런 상황을 빗대 "힉스 국장의 사임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유사 가족(metaphorical family)'들이 모두 백악관을 떠나게 됐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제 미국 정계에서는 백악관에 입성한 '진짜 가족' 이방카 부부도 떠나게 될 지 주목하고 있다.

쿠슈너의 부동산회사가 금융권으로부터 거액의 특혜대출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이방카도 해외에서 벌이고 있는 사업 자금 조달 과정에 대해 의문이 제기된 상태다.

2일 CNN은 전현직 미 당국자들을 인용해 "연방수사국(FBI)이 이방카와 쿠슈너의 해외사업 관계를 면밀히 조사하고 있다"면서 "사업 거래로 이들이 중국을 포함한 외국의 압력에 취약해질 수 있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라고 보도했다.

특히 <워싱턴포스트>는 "아랍에미리트(UAE), 중국, 이스라엘, 멕시코 등 최소 4개국 정부 관계자들이 자국 이익을 끌어내기 위해 쿠슈너 선임고문을 '조종'하는 방안을 논의해왔다"고 보도해 쿠슈너는 수세에 몰리고 있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은 어정쩡하다. 트럼프는 "켈리 비서실장이 올바른 결정을 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공개적으로는 켈리 비서실장의 손을 들어주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쿠슈너가 외교문제에서 중대한 임무를 수행할 역량이 있다면서 옹호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갈등의 골은 여전한 셈이다.

표면화된 백악관의 암투의 결말이 어떻게 될 지는 아직 미지수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가 켈리 비서실장의 얘기에 더 이상 귀를 기울지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을 포함해 외국산 철강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에 대해 켈리 비서실장이 반대했는데도 듣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자유무역을 옹호해온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철강 수입 관세 부과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지만 듣지 않자 사임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해, 켈리도 백악관에서 오래 버티기 힘들 것이라는 시각을 보였다. 이 신문은 트럼프가 "켈리 비서실장이 쓸데없이 안팎에서 적을 만들고 있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고 전하기도 했다.

반면 민주주의에서 '친족등용'이라는 후진적인 정치행태를 보인 백악관 인사가 유지되기 힘들다는 쪽에 힘을 싣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미국도 연방법으로 정부 내각에 친족등용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백악관은 친족등용금지법이 적용되는 정부기관으로 볼 수 없다는 연방항소법원의 판결이 지난 1993년 빌 클린턴 정부 때 나왔다.

당시 영부인이었던 힐리러 클린턴을 건강보험개혁 태스크포스를 이끄는 책임자로 임명한 것이 친족등용금지법 위반이라고 소송이 제기됐으나 법원이 백악관 직책은 예외라고 인정해준 것이다.

하지만 백악관 관료를 친족등용금지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이해관계 상충을 배제하려는 법의 취지를 외면한 해석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이런 비판에도 '자방카'가 켈리 비서실장과의 암투에서 살아남는다면 트럼프 정부는 앞으로도 "예측 불가능한 위험한 정권"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인기 영합 주의'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공화당에 부담이 되는 정책을 계속 추진하고, '친촉' 등용과 관련된 스캔들이 지속될, 경우 올해 11월 중간선거에서 어떤 결과를 받아들이게 될 지 아무도 알 수 없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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