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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공화국'에서는 '고슴도치의 지혜'가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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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공화국'에서는 '고슴도치의 지혜'가 필요해"

[창간 8주년 지방 순회 강연회 : <1> 광주] "우리 안의 '이중성' 성찰해야"

"우리는 지금 '겨울 공화국'을 지나고 있다. 언젠가 한 모임에서, 나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고슴도치의 지혜'라고 강조한 적이 있다. 고슴도치는 추위에서 살아남기 위해 땅을 파고 혼자 지내는 것이 아니라, 동료와 함께 체온을 나누며 버틴다. 너무 가까이 부둥켜 안으면 가시에 찔리게 되지만, 그렇다고 멀리 떨어지면 결국 얼어 죽는다. 적당한 상호 존중과 그것을 토대로 한 협력 관계가 절실할 때이다."

"지금 우리에게 노하우가 없나. 장비와 물자, 예산과 일손이 없나. 우리에게 없는 것은 열정과 철학이다. 그것을 겸허히 반성해야 한다. (…) 이제 정부가 나서서 국민의 돈으로 개발을 외치는 것을 중단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환경시계는 밤 9시 51분에서 12시, 파국을 향해 달려갈 것이다. 생명, 환경, 상생의 시대를 위해 말 뿐인 녹색 성장이 아닌, 진정한 녹색 성장으로 나아가야 한다."


▲ <프레시안> 창간 8주년 기념으로 열린 김성훈 교수의 '참다운 녹색 성장의 길' 강연회가이 7일 오후 광주 NGO센터에서 열렸다. ⓒ프레시안

김성훈 중앙대학교 명예교수(전 농림부 장관)는 이명박 정부 집권 2년에 들어선 2009년 대한민국을 '겨울 공화국'이라 표현하며 말문을 열었다. '겨울 공화국'에서 시작된 강연은 현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대한 날선 비판으로, 생명·환경·상생 패러다임에 대한 강조로 이어졌다.

<프레시안> 창간 8주년을 맞아 기획된 지방 순회 강연회의 첫 번째 연사로 나선 김성훈 교수는 '참다운 녹색 성장의 길 : 21세기 생명·환경·상생의 경영 패러다임'이라는 주제로 열띤 강의를 진행했다. <프레시안> 후원 회원 '프레시앙'을 비롯한 독자 60여 명도 강연을 듣고 의견을 나눴다.

환경과 성장주의 사이…"우리 안의 이중성 성찰해야"

김성훈 교수가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강연을 마치자, 토론과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이날 강연회 사회를 맡은 <프레시안> 박인규 대표는 "진보·개혁 성향이라 불렸던 김대중, 노무현 정권 10년 동안 한국 사회는 남북 관계나 정치 민주화 측면에서는 상당한 진보를 이뤘지만, 개발주의나 성장주의 측면에서는 이전 정권과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이명박 정부는 이전 정부보다 심한 개발주의, 성장주의를 내세우고 있지만, '녹색 성장'을 강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에게 남겨진 숙제는 우리 역시 말로는 지속가능한 개발을 이야기하면서 사실은 개발주의의 덫에서 벗어나지 못하지는 않았나 고민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김성훈 중앙대학교 명예교수(왼쪽)과 토론자로 나선 광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김재석 사무처장. ⓒ프레시안

토론자로 참석한 광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김재석 사무처장 역시 성장주의에 관한 '우리 안의 이중성'을 꼬집었다.

김 사무처장은 "많은 광주 지역 주민들이 4대강 사업을 반대하지만, '그래도 영산강은 정비해야 지역 발전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암암리에 가지고 있다"며 "이런 이중성이 깨지지 않는다면 진정한 의미의 '녹색 성장'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사무처장은 이어서 "민주당은 4대강 사업을 '4대강을 죽이는 사업'이라며 반발하고 있지만, 지역으로 내려가면 태도가 달라진다. 민주당 출신인 박준영 전남도지사, 박광태 광주시장 모두 민주당 당론과는 달리 영산강 사업에 상당히 호의적이라는 것이 바로 그 증거"라고 꼬집었다.

그는 "우리 안의 이중성을 먼저 성찰해야 한다"며 "이제 제도가 아니라 사람에게로 시선을 돌려, 진정한 의미의 '녹색 성장'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해 보자"고 덧붙였다.

'녹색'과 '성장'의 딜레마…"'녹색 성장'이라도 적절하게 제한해야"

이날 강연회에 참석한 한 청중은 "'강 살리기'라는 이름 때문인지, 이 사업을 쉽게 비판하기 어렵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분명한 것은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이 '환경 사업'이 아니라 '토건 사업'이라는 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이날 강연회에는 약 60여 명의 <프레시안> 광주 독자들이 참여해 김성훈 교수와 자유로운 의견을 나눴다. ⓒ프레시안

또 다른 청중은 '녹색 성장'이라는 말 자체가 모순 어법이 아니냐는 질문을 던졌다. 그는 "녹색을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성장과 개발을 강조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며 "앞으로 '녹색 성장'이라는 표현보다는 '지속가능한 사회'라는 의제를 공론화시켜야 하지 않을까"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성훈 교수는 "근본주의적으로 해석했을 때 성장과 녹색은 양립할 수 없다"며 "인간의 자연스러운 욕구인 생존을 염두에 두고 인간과 자연이 공생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그는 "지속가능한 개발, 녹색 성장을 얘기할 때, '지속가능성', '녹색'에 방점이 찍히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재석 사무처장도 "미국 포틀랜드에서는 환경 용량을 염두에 두고 성장과 관련된 정책을 짠다"며 "녹색 성장일지라도 사회적 합의를 통해서 성장률 자체를 적절하게 제한하는 이런 외국의 친환경 선진 도시들이 보여주는 사례가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레시안> 창간 8주년을 기념해 진행하는 이번 강연회는 '김대중, 노무현 이후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나'라는 큰 주제 아래 각 지역에서 다양한 주제로 개최된다. 광주를 시작으로 앞으로 4주간 매주 수요일 대구(14일), 전주(21일), 부산(29일), 대전(11월 4일 목요일)에서 강연회가 이어질 예정이다. 자세한 일정은 프레시안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문의전화는 02-722-8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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