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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이 다수당일 때 벌어지는 '실제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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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이 다수당일 때 벌어지는 '실제 상황'

한국당 '충남인권조례 폐지' 가결…인권위 "강한 유감"

자유한국당 소속 충남도의원들이 인권조례 폐지안을 가결시켰다. 조례에 포함된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 등을 이유로 한 차별금지' 부분이 "동성애 옹호", "에이즈 확산"을 부추긴다는 황당한 이유에서다. 앞서 국가인권위도 인권조례 철폐 움직임에 대해 경고를 보낸 데 이어, 한국당 도의원들이 실제로 폐지안을 의결한 데 대해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청와대 대변인직에서 물러난 박수현 전 대변인도 우려 입장을 밝혔다.

2일 충남도의회는 2차 본회의에서 자유한국당 김종필 도의원이 대표발의한 '충남도민 인권 보호 및 증진에 관한 조례(일명 충남인권조례) 폐지안'을 가결했다. 발의부터 의결까지를 주도한 것은 모두 한국당 소속 도의원들이었다.

가결은 재적 40인 중 재석 37인 가운데 찬성 25인, 반대 11인, 기권 1인으로 이뤄졌다. 충남도의회의 정당별 의원 수는 한국당 26석, 더불어민주당 12석, 국민의당 2석이다. 표결에 앞서 2시간여 찬반 토론이 전개됐으며, 민주당 소속 도의원들이 폐지 주장을 비판하면서 부결을 호소했으나 의석수 차이를 뒤집지 못했다.

충남도는 가결 직후 입장을 내어 재의 요구 방침을 밝혔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전날 기자 간담회에서 "인권이야말로 민주주의 정부의 가장 근본이 되는 가치"라며 "사람이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는 원칙은 흔들릴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안 지사는 "도의회가 인권조례를 통과시킴에 따라 인권위원회와 인권센터 등의 사업을 펴고 있는데 (조례 폐지는) 이해할 수 없다"며 "조례를 폐지해야 한다면 합당한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 납득할 만한 설명이 없다면 도민들이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충남도가 재의 요구를 함에 따라, 도의회가 인권조례 폐지안을 재의결하기 위해서는 재적 과반 출석에 재석 3분의 2의 찬성이 필요하게 됐다. 하지만 한국당이 26명인데다 국민의당 소속 도의원 1명도 폐지 찬성 입장인 만큼, 재적 3분의 2(27명)를 확보한 조례 폐지 측의 주장이 결국 관철될 전망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오후 현근택 부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내고 "한국당 도의원들은 충남인권조례 폐지를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한국당 도의원들은 충남인권조례가 동성애와 동성결혼을 옹호하는 것처럼 왜곡 선전을 했다"며 "성소수자에 대한 구시대적 편견에 사로잡혀 있는 자유한국당 충남도의원들의 망발은 심히 개탄스러울 뿐"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당은 "인간의 존엄성을 강조하는 전 세계적인 흐름 속에서, 성평등과 다양성은 마땅히 보장되어야할 핵심적인 가치"라며 "타인의 성정체성이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비난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 부대변인은 "한국당 도의원들은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충남인권조례 폐지안 통과에 대해 220만 충남도민 앞에 머리 숙여 사죄하고, 이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 소속으로 올해 6.13 지방선거에서 충남지사 선거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도 성명을 내어 한국당을 비판하고 나섰다. 박 전 대변인은 대변인 사임 당일인 이날 오후 "인권조례안 폐지에 유감을 표명한다"며 "충남도는 도의회에 재의를 요구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박 전 대변인은 "충남인권조례는 인권의 지역화와 지방자치단체의 인권보호 의무에 큰 역할을 해왔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검토와 주민 의견수렴 없이 인권조례를 폐지했다는 점에서 논란과 비판의 여지가 높다"고 비판했다.

박 전 대변인은 "도의원 40명중 26명이 한국당 소속"이라며 "이렇게 무리하게 인권조례 폐지를 강행한 것이 특정 정당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서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꼬집기도 했다. 그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보수세력 결집을 위해 인권조례 폐지안을 이용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며 "그동안 충남은 인권조례에 근거해 인권정책 기본계획을 수립했고 소속 공무원에 대한 인권교육, 지역 인권실태조사 등을 실시해 왔다. 그러나 인권조례의 폐지로 앞으로 이러한 활동을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다. 도민 전체의 인권 증진 및 보호에 미칠 영향을 생각할 때 심히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 전 대변인은 "우리는 인권조례가 약자와 소수자에게 살아가는 데 용기와 희망을 주고, 인식의 변화로 삶이 풍요로워질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조례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면서 "안희정 지사는 성공적인 도정 마무리를 위해 '인권 도정'을 더 강조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청와대를 떠난 저의 첫 업무도 '인권 강화'를 위한 노력이라는 점을 강조한다"고 밝혔다.

정의당은 최석 대변인 논평을 통해, 인권조례 폐지 결정이 한국당 윤리규칙 20조 "성적(性的) 지향 등을 이유로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어떠한 차별도 하지 않는다"는 내용에 위배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최 대변인은 "한국당 윤리규칙 제23조에 따라, 한국당 당 윤리위원회에 충남도의회 도의원들을 신고한다"며 "위 사람들은 한국당 윤리규칙 20조에 반하는 결정을 했다. 홍준표 대표는 당장 이들을 제명하라"고 주장했다.

원외 진보정당인 녹색당도 당 논평을 내어 "사상 초유의 인권조례 폐지는 역사에 오명으로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녹색당은 "국가인권위원회가 이미 충남도의회 의장 및 충남지사에게 폐지 반대 의견을 분명히 밝혔고, 위원장 명의로 이런 비상식적인 폐지안이 상정된 것에 강한 유감을 표명했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혐오 세력에 표를 구걸해서라도 알량한 도의원 자리를 지키기 위해 인권을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는 한국당 충남도의원들은 역사에 그 이름이 수치로 길이 남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앞서 국가인권위는 지난달 31일 이성호 위원장 명의의 성명에서 "충남 일부 도의원들이 인권조례 폐지안을 도의회 본회의에 상정한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인권의 후퇴를 막기 위해 유엔 등 국제사회와 공조 방안을 검토하는 등 국가인권기구로서 소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특히 폐지가 현실화될 경우 유엔 성소수자 특별보고관에게 상황을 알리는 등 국제사회와의 공조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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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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