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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유영하·현병철 없는 '청정 인권위'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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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유영하·현병철 없는 '청정 인권위' 가능할까?

혁신위 3개월 활동 종료...'인권위 블랙리스트' 조사 촉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이제 더는 현병철, 유영하와 같은 무자격 인권위원을 보지 않아도 되는 것일까.

인권위 혁신위가 인권위에 과거 반성과 함께 재발방지 방안 마련을 권고하면서 3개월 간의 활동 종료를 알렸다.

하태훈 혁신위원장은 1일 오전 서울 중구 인권위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혁신위 활동 종료를 알리며, "그동안 인권위가 우리 사회에서 존재감 없었던 이유는 인권 관련 지식도 경력도 없는 무자격 인권위원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무자격 인권위원으로는 유영하(2014년 3월 7일~2016년 1월 11일) 변호사가 첫손에 꼽힌다.

유 전 위원은 지난 2015년 유엔자유권규약위원회에 보낼 의견서에서 세월호 참사 등 31건에 대한 쟁점 내용을 대폭 삭제하도록 사실상 지시를 내렸다. 전문가 9명과 시민단체 6곳으로부터 65개의 쟁점이 취합됐지만 최종본에는 '세월호', '비판 언론에 대한 고소 사건 증가', '통진당 해산' 등 민감한 쟁점 29개가 줄어들었고, 이는 유 전 위원이 문제삼았던 내용과 거의 일치하는 것이었다.

그는 인권위 상임위 회의에서 세월호 참사와 관련 "세월호는 표현의 자유와 하등 관계가 없다", "세월호 침몰 원인은 다 밝혀졌다", "특조위 활동 보장이 왜 들어가느냐"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이주민 인권 문제 관련해서도 반인권 발언을 쏟아냈다. "불법체류 20만, 범죄사각지대에 손 놓는 것이다", "강력범죄 늘어나면서 국민의 생명, 신체에 위협을 받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 "불법체류자에 대한 광범위한 인권보장은 아니다" 등 이주민에 대한 편견을 그대로 드러냈다.

혁신위는 이같은 발언에 대해 "범죄나 테러 유발 가능성 때문에 인권보호의 필요성이나 범위를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은 외국인 혐오주의나 인종주의에 가까운 입장으로, 국내외 여러 권고뿐 아니라 이주민 인권보호를 위해 노력해 온 인권위의 기존 입장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009년 용산 철거민 사망 사건에 대한 의견서 제출이 늦어진 배경엔 현병철 전 인권위원장(2009년 7월 20일~2015년 8월 12일)이 있었다. 현 전 위원장은 "독재라고 해도 좋다"고 말하며 회의를 강제 종료시킨 바 있다.

결국 2010년 1월 11일 열린 전원위원회에서 용산 참사가 경찰의 과잉 조치 때문이었다는 내용이 의결됐지만 이미 장례식이 모두 끝난 뒤였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 인권위원장이 독단적으로 회의를 파행시키면서 적절한 시기에 해야 할 결정을 지연시킨 것이었다.

이명박 정권 시기 현 전 위원장을 비롯한 인권위원들은 주요 인권 이슈에 대해 침묵했다.

인권위는 지난 2008년 광우병 의심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의문을 보도한 '피디수첩' 제작진을 농림수산식품부가 명예훼손으로 기소한 사건에 대한 의견 표명을 부결시킨 바 있다.

1심 재판을 앞두고 열린 1차 전원위에서는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지 않도록 판단해달라'는 안이 상정됐다. 그러나 2차 전원위원회에서는 기류가 급격히 달라졌다. 이명박 정권에서 새로 임명된 인권위원들이 들어온 다음의 일이었다.

당시 인권위원들은 "신중해야 한다", "양 당사자가 있는 사안에서 인권위가 자칫하면 한쪽 편을 드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공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의견 표명을 거부했다. 당시 현병철 위원장은 자신의 입장을 밝히지 않았고, 결국 부결로 끝났다.

그 외에도 기무사의 민간인 사찰 사건, 한진중공업 김진숙 지도위원의 고공농성 긴급구제 사건,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인권위원들이 소극적으로 대처하거나 의도적으로 업무를 방기하면서 인권위 위상이 추락했다고 혁신위는 지적했다.

혁신위는 이러한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후보추천위원회'와 같은 민주적 인권위원 임명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인권위에 권고했다.

하 위원장은 "추천위 설립은 법 개정을 통해서 가능한 것"이라며 "인권위뿐 아니라 정치권 의지도 중요하다"고 했다.

혁신위는 이어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가 정부 성향과 맞지 않는 직원들을 찍어 인사에 개입하려 했다는 '인권위 블랙리스트' 의혹이 최근 불거진 데 대해 진상 규명을 위한 조사에 즉각 나설 것을 촉구했다.

명숙 위원은 "현병철 전 위원장이 이 사건을 절대 모르지 않았을 것이고, 이 사건과 관련된 내부 직원에 대해 법적 조치를 고려해야 한다고 인권위에 권고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권위 자체 조사로 부족하다면 청와대, 감사원 등의 도움을 받아야 할 텐데, 우선 인권위가 조사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했다.

혁신위는 아울러 비정규직 문제 인권위 내 비정규직(무기계약직과 기간제, 임기제) 정규직 전환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기 위한 단계별 계획을 수립하고, 이에 필요한 법제도 개선을 하도록 노력하는 한편 고용형태에 모든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비정규직 노동인권 교육 등의 방안을 마련하도록 촉구했다.

혁신위에 따르면, 기자회견에 앞서 이성호 인권위원장과 면담을 했으며 이 자리에서 이 인권위원장은 혁신위가 제시한 권고안에 대해 적극 수용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 위원장은 "권고안 이행을 위해 혁신위원 가운데 일부가 참여한 혁신추진실무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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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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