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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랜드 반면교사 찾기] ①실패사례에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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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랜드 반면교사 찾기] ①실패사례에서 배운다

10년 숙원 워터파크 사업, ‘원칙’과 ‘기준’이 흔들렸다

폐광지역의 경제회생 대안으로 만들어진 강원랜드가 설립 20년을 앞두고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매출총량제 4년 연속 초과를 빌미로 정부는 게임테이블 20대의 운영을 폐쇄하고 하루 20시간 운영하던 카지노 영업시간도 18시간으로 2시간 단축을 지시했다.

가뜩이나 매출과 영업이익이 뒷걸음치는 마당에 부족한 인력을 채용할 여건도 마련해 주지 않으면서 벼랑으로만 내몰리고 있는 형국이다.


▲체감온도가 영하 30도에 육박하는 한파경보가 내려진 24일 강원랜드 워터파크 현장은 실내공사는 차질 없이 진행되지만 실외공사는 강추위 때문에 차질을 빚고 있다. ⓒ프레시안

문제는 앞으로가 더 심각하다는 점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기타 공공기관이었던 강원랜드는 ‘채용비리’ 재발방지를 명분으로 기획재정부의 지도감독을 받는 시장형 공기업 전환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가뜩이나 ‘채용비리’ 후유증으로 직원들의 사기는 바닥이고 중앙정부와 정치권의 간섭과 지시도 갈수록 강화되는 형국에 강원랜드는 사면초가에 몰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22일 제9대 강원랜드 사장으로 취임한 문태곤 사장은 업무파악과 함께 난제 해결에 의욕을 보이고 있지만 처한 현실은 어느 것 하나 녹록치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반면교사가 될 몇 가지 실패사례를 시리즈 형식으로 연재한다. (편집자 주)

강원랜드 워터파크는 콘도, 골프, 스키, 컨벤션에 이어 가족형 종합리조트의 완결 작품으로 준비한 사업이다.

그러나 워터파크 사업은 지난 10년 가까이 숱한 논란과 의혹을 키워오면서 ‘누더기’처럼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실외 70%와 경사면에 워터파크 시설이 설치되는 강원랜드 1차 워터파크 조감도. ⓒ강원랜드

사업추진 과정에서 외풍에 시달리고 잦은 경영진 교체도 한 원이 될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원칙’과 ‘기준’을 지키지 못한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지적이다.

강원랜드 워터파크가 숱한 논란과 비용 및 시간 낭비를 자초한 문제로 ▲통합발주 관례 무시 ▲실무부서 대신 TF팀 별도 구성 ▲발주처 대신 시공사 설계용역 업체 선정 등이 지적되고 있다.

강원랜드는 지금까지 호텔과 콘도, 직원숙소, 행정동, 골프, 스키 등 대규모 사업의 추진에 있어 설계와 시공을 턴키형태로 진행하면서 통합발주를 통해 업체를 선정해 왔다.

그러나 워터파크 사업은 통합발주를 하지 않고 유일하게 설계용역을 먼저 처리한 뒤 시공사를 선정하는 분리발주를 진행하면서 의혹을 자초했다.

당시 실무부서인 건설관리실에서 (워터파크)사업을 맡아야 하지만 황당하게도 경영진 직속으로 ‘워터파크 TF팀’을 꾸려 운영한 사실은 지금까지 숱한 논란과 불신을 키우는 단초가 됐다.

강원랜드는 지난 2007년부터 워터파크 사업을 위해 2011년까지 최소 3차례 이상 타당성 용역과 이사회까지 거쳤으나 설계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강원랜드 경영진은 2007년 조기송 사장을 시작으로 최영 사장에 이어 최흥집 사장까지 미국 플로리다 테마파크 등지에 벤치마킹을 차례로 다녀왔다.

심지어 함승희 사장 시절 김경중 부사장도 리조트월드 싱가포르에 벤치마킹을 다녀왔으나 워터파크 설계와 시공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2년 10월 강원랜드는 67억 원에 달하는 워터파크 설계용역을 S건축사사무소 컨소시엄과 계약을 맺었다.

문제는 S컨소시엄의 설계용역이 당시 참가한 4개 컨소시엄 가운데 가장 타당성이 낮은 점이라는 것이 관련 업계와 전문가들의 지적이었다.

해발 780미터의 고지대에 북극을 테마로 한 워터파크는 전체 시설면적 5만 8000평방미터 중 실내면적(28.5%)이 실외면적(71.5%)보다 훨씬 넓게 차지하게 설계한 점이 대표적이었다.

아울러 설계도면은 강원랜드 호수공원 하단의 급경사지역에 실내 워터파크가 들어서도록 한 것은 공사비용도 많이 들지만 지반안전성에서 심각한 위험이 지적되었다.

실제 함승희 사장은 2016년 전문기관의 지반침하로 인한 붕괴위험 지적 때문에 호수공원을 매립하고 사면의 붕괴위험에도 대처를 지시했다.

워터파크 설계업계 관계자는 “2012년 10개월에 걸친 KDI 용역에서도 강원랜드 워터파크는 고지대 특성을 감안해 대부분 실내에 시설을 갖추도록 지적했다”며 “그러나 삼우는 실내 비율이 30%에도 미치지 못하고 경사면 시설 등 문제가 많다는 논란을 자초했다”고 지적했다.

이후 진행된 시공사 선정에서도 입찰을 통해 동부컨소시엄이 선정되었으나 2014년 12월 31일 동부건설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워터파크 사업추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이어 추가 의혹이 불거진 것은 강원랜드는 워터파크 감리를 1차 설계에 문제를 야기한 S컨소시엄과 2013년 12월 30일 감리용역을 체결했다는 사실이다.

이후 함승희 사장이 취임한 뒤 최초 S컨소시엄의 워터파크 설계 대신 지역여건을 감안해 실내와 실외 비중을 50대 50으로 조정했다.

그러나 실내비중을 최대한 높여야 한다는 전문가의 지적은 외면되고 설계변경 추진 과정에서도 다시 한 번 이상한 형태로 설계업체를 선정하는 편법을 써 워터파크 업계의 불신을 자초했다.

당시 워터파크 재설계는 강원랜드가 직접 발주해야 함에도 건설관리실 주도로 시공사인 동부건설이 발주토록 하면서 또 다시 편법을 동원한다는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2016년 10월 논란에도 불구하고 강원랜드는 재설계 용역발주를 시공사인 동부건설을 통해 진행하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강원랜드 특정 간부가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당시 강원랜드는 시공사가 설계용역을 맡도록 한 것에 대해 “설계업체를 공개경쟁 입찰로 진행하게 되면 공기가 길어져 당초 예상에 맞게 개장을 못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재설계 용역 선정업체는 어처구니없게도 부실설계 논란을 빚은 S컨소시엄과 함께 참여했던 N사 컨소시엄이 맡았다.

이처럼 강원랜드는 워터파크 설계용역을 통해 110억 원을 지출하는 바람에 과다 비용논란을 자초했다.

국내 굴지의 워터파크 설계를 진행했던 관계자는 “김해워터파크 사업은 규모가 강원랜드의 3배 수준이 넘지만 설계비용은 강원랜드보다 훨씬 낮았다”며 “김해워터파크의 30% 수준에 불과한 강원랜드 워터파크 설계에 해외 컨섭 설계비도 없었는데 110억 원이 들어간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금액”이라고 말했다.


▲2014년 3월 폐광지역 주민들이 강원랜드 워터파크의 조속한 추진을 촉구하며 집회에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강원랜드 워터파크에 대한 각종 의혹이 제기되자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예리한 질타가 이어졌다.

2016년 10월 4일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의 강원랜드 국정감사에서 윤한홍 의원(마산 회원)은 강원랜드 워터파크 사업 진행과정에서 거액을 들인 1차 설계를 폐기처분하고 불필요한 공사비 등을 추가 지출했다고 질책했다.

윤 의원은 “강원랜드는 워터파크 사업을 진행하면서 KDI와 강원랜드 이사회 의결을 무시하고 제멋대로 설계 발주했다”며 “엉터리 설계로 364억 원의 불필요한 공사비와 연간 55억 원의 추가비용을 발생시켰다”고 꼬집었다.

이어 “67억 원을 들인 1차 설계는 엉터리 설계로 인해 폐기처분했다”며 “1차 설계업체 선정과정과 시공사 선정을 위한 제안서 평가도 특정업체 선정을 위해 무리하게 변경한 의혹을 해명하라”고 질타했다.

또 윤 의원은 “함승희 사장은 워터파크에 대한 비위 담당 간부를 승진 발령했다”며 “함 사장은 관련자들을 업무상 배임으로 수사기관에 고발하고 설계업체에는 손해배상청구를 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특히 “강원랜드 워터파크 설계업체 선정과정을 살펴보면 강원랜드 임원과 당시 사장 비서실 차장 직급의 직원도 관련 업체에 근무했었다”며 “제안정책평가위원 선정 등 특정업체 출신들이 조직적으로 업체 선정에 관여한 의혹이 짙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강원랜드는 답변을 통해 “워터파크 사업과 관련해 함승희 대표가 비위사실을 보고받은 사실도 없고 조사한 사실도 없다”고 질의와 다른 모호한 답변으로 시간을 때우고 말았다.

또 강원랜드는 국정감사에서 지적받은 대로 관련자들을 수사기관에 고발하거나 해당 설계업체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소송도 제기하지 않았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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