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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주도' 강조한 文, 왜 '임금 개악'엔 답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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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주도' 강조한 文, 왜 '임금 개악'엔 답하지 않나?

양대노총 만나 '최저임금 산입 범위·중복 할증' 등 언급 회피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취임 이후 처음으로 민주노총 지도부를 만났지만, 비정규직 노동자의 생활과 직결되는 '최저임금 산입 범위', '휴일 연장 수당 중복 할증' 문제에는 이렇다 할 대답을 내놓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지도부를 잇따라 만났다. 민주노총 지도부가 문재인 대통령의 초청에 화답한 것은 2017년 12월 민주노총 지도부가 바뀐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한상균 전임 위원장은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를 주도한 뒤 도로교통법, 집시법 위반 등으로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아 옥살이를 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그동안 노사정위원회 형식이 노동자의 희생만을 요구할 것이라며 노사정위원회 복귀에 부정적인 뜻을 밝혀왔다. 하지만 김명환 신임 민주노총 위원장은 '사회적 대타협'에 긍정적인 뜻을 밝혀왔고, 이날 만남은 이에 따라 성사됐다.

양대 노총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노동계의 가장 큰 이슈인 '휴일 연장 수당 중복 할증', '최저임금 산입 범위' 개악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내놓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노동계의 협조만 당부했다고 한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은 최저임금 안착이나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민주노총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했고, 이를 위한 사회적 대화의 조속한 복원과 1월 중 노사정대표자 회의 출범 등에 대한 기대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최저임금 산입 범위 개편'이나 '휴일 연장 수당 중복 할증 문제' 모두 노사정대표자회의 틀 안에서 논의하자는 것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를 두고 "노동계에 양보를 요구한 건 아니고 협조, 협력을 당부한 것"이라고 했지만, 경영계와 임금 문제를 협의해야 하는 만큼 사실상 노동계는 양보 요구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 문재인 대통령이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을 19일 청와대로 초청해 노사정 대타협에 대한 협조를 당부했다. 민주노총 지도부가 청와대의 초청에 화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청와대

앞서 청와대는 2018년 과제로 '최저임금 산입 범위 개편'을 예고해 노동계가 반발해 왔다. 최저임금 범위에 정기 상여금을 포함한다는 정부 방침이 실현되면 설사 최저임금 1만 원을 이뤄도 비정규직 노동자 등 최저임금과 정기 수당을 함께 받는 노동자에게는 최저임금의 인상 효과가 사실상 무력화될 수 있다. 최저임금 범위에 정기 상여금을 포함시켜 임금을 올려주지 않아도 되는 꼼수를 사측에 허용하는 탓이다. (☞관련 기사 :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엔 무용지물 될라)

'휴일 연장 수당 중복 할증 문제'는 휴일에 연장 노동을 했을 때 수당을 150% 줄 것인가, 200% 줄 것인가의 문제다. 고용노동부가 당장 휴일(50% 가산)에 연장(50% 가산) 노동을 하면 수당을 200%(기본 수당 100%+휴일 수당 50%+연장 수당 50%) 줘야 한다고 행정 해석만 내리면 해결되는 문제이지만, 고용노동부는 이 문제를 입법 사안이라며 국회에 떠넘기고 있다.

휴일 연장 근로 수당 역시 단체협약 등의 보호를 받는 정규직 노동자에게는 큰 영향을 주지 않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실질 임금이 감소하는 직격탄이 된다. 게다가 휴일 연장 수당을 줄이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만들기' 방침에도 맞지 않다. 경영계로서는 휴일 연장 수당이 낮을수록 주 40시간제를 시행해 일자리를 나눌 유인책이 줄어드는 탓이다. 노동계에서는 휴일 연장 수당 중복 할증으로 주 52시간 노동제가 실질적으로 안착하면, 13만~16만 개의 일자리가 추가로 생긴다고 보고 있다.

문 대통령 "노사정 대타협 성과 내야 한상균 사면 수월"

문재인 대통령은 민주노총이 요구하는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의 사면 문제에 대해서도 "그런 문제들이 조속한 시간 안에 해결되려면 결과적으로 어떤 분위기, 여건이 조성되어야 수월하지 않겠는가"라며 "그래서 노사정 대타협 이런 것들을 통해서 노동계와 경영계의 협력으로 성과를 낼 수 있다면 그런 소망들도 이뤄질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겠나"라고 답했다고 한다. 민주노총이 노사정 대화에 참석해야 한상균 위원장도 사면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과의 만남 이후 민주노총은 "오는 1월 열릴 예정인 노사정대표자회의에 참석하는 것을 검토,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전했다. 이에 따라 민주노총이 사회적 대타협에 참석할 가능성도 한층 높아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한국노총과 만난 자리에서는 '노동 유연 안정성'이라는 개념을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문 대통령은 "노동 유연 안정성을 위한 산적한 과제가 많이 있다. ILO 핵심 협약 비준과 법 개정을 위해 노동계가 분위기를 조성해줘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국노총이 밝혔다. '노동 유연 안정성' 개념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안정성과 유연성 두 가지를 다 말씀하셨다. 특별하게 딱 찍어 의미를 두고 하신 말씀은 아니다"라고 했다.

한편, '휴일 수당 중복 할증'과 관련해 앞서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등 여야 3당 간사는 휴일 중복 할증을 폐기하고, 휴일에 연장 노동을 해도 수당을 150%만 주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합의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경영계는 주 68시간에서 주 52시간 제도를 '단계적 정착'하는 요구안과 '휴일 연장 수당 중복 할증 폐기'라는 요구안을 모두 거머쥘 수 있지만, 노동자는 일방적인 양보만을 강요받게 된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환경노동위원장은 노동계가 '개악안'이라고 반발하는 이 안을 포함한 합의안을 도출해 오는 2월 중에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이지만, 환경노동위원회 내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이용득 의원, 정의당 이정미 의원이 통과에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중복 할증 수당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이르면 오는 2~3월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대법원 판결이 나오고 입법해도 늦지 않다는 입장이다.

강병원 의원은 통화에서 "대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입법을 미루거나, 아니면 대법원 판결 전에 통과시키더라도 노동계의 의견을 들어 중복 할증을 200% 하는 대신 기업에는 기업 규모별로 준비 기간을 주는 '양자의 이익에 균형을 맞추는 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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