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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으로 막으라"는 홍준표의 '갑질'과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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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으로 막으라"는 홍준표의 '갑질'과 '꼼수'

[초록發光] 거대 정당의 정치 갑질, 이제 그만!

갑의 횡포는 비단 기업 간의 문제이거나 노사 간, 계급 간의 문제만은 아니다. 정치 영역에서도 빈번이 일어난다. 대표적으로 선거구획정이 그렇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시·도에 기초의회 선거구를 획정하는 '선거구획정위원회'를 두도록 하고 있다. 선거일 6개월 전까지 시·도지사에게 선거구획정(안)을 제출토록 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 대부분의 시·도는 선거구획정위원회를 구성한 상태다.

선거구획정은 인구나 행정구역, 교통 등을 감안하여 선거구별로 2인에서 4인으로 선출토록 공직선거법이 규정하고 있다.(제26조)

한 지역구에 1명을 선출하는 것이 아니라 2인 이상 4인으로 규정한 이유는 군소 정치세력이 의회에 진입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능력 있는 정치 신인들의 의회입성을 촉진시키는데 목적이 있다. 한국적인 특성상 이런 목적에 부합하려면 한 지역구에서 3~4인을 선출하는 선거구획정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2인 선거구는 거대 양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나눠가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2014년 서울시 자치구의회 선거결과는 이러한 현상을 제대로 보여준다. 당시 두 거대 정당, 즉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419명의 자치구의원 중에서 4석을 제외하고 싹쓸이로 가져갔다.(99.04%)

한 마디로 두 정당이 독점적 의회지배구조를 완성한 것이다. 심지어 둘 중 어느 한 정당이 여론의 비판을 받는 시류가 형성된다면, 다른 한 정당이 광역의회를 싹쓸이 하는 괴이한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지방의회 의석점유율이 어떻게 변동되어 왔는지 통계를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행정구역 특성상 부득이하게 2인 선거구를 제외하고 가능하면 3~4인 선거구로 나누어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있다. 2~4인을 선출하라고 규정한 공직선거법 26조 마지막 항은 "하나의 시·도의원지역구에서 지역구자치구··군의원을 4인 이상 선출하는 때에는 2개 이상의 지역선거구로 분할할 수 있다"고 명시함으로써 4인 선거구를 없앨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주었다. 2014년 지방선거의 경우, 서울시 구의원 선거구는 총 159개였고, 이 중에서 2인 선거구는 111개, 3인 선거구는 48개, 4인 선거구는 하나도 없었다. 2인 선거구가 약 70%에 이른다. 경기도 31개 시·군 선거구는 총 155개, 이 중에서 2인 선거구가 91개, 3인 선거구는 62개, 4인 선거구는 2개에 불과했다. 2인 선거구가 약 59%로 서울보다 조금 나은 상황이었지만, 중선거구제의 의미가 퇴색한 것은 매 한가지다.

선거구획정위원회가 구성될 때마다 많은 시민사회단체와 녹색당과 같은 소수정당들은 2인 선거구를 통합하여 4인 혹은 3인 선거구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런데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최근 자유한국당 최고위원회(12월 4일)를 통해서 확인하고 있다. 이재영 최고위원이 서울시선거구획정위원회가 박원순 시장의 독단에 의해 운영된다고 발언하자, 홍준표 대표는 "서울시 선거구획정 밀어붙이기를 힘으로 막아라"라며 강력 대응을 주문했다. 홍준표 대표에게 품격 있는 정치를 기대하진 않았지만, 선거구획정위원회 활동을 힘으로 막으라는 제1야당 대표의 몰이해와 어처구니없음은 아무 말 대잔치의 끝판왕처럼 보인다.

지지율이 10%대를 면치 못하는 자유한국당의 처지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6개월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 준비가 힘겹다는 것도 이해한다. 그럼에도 제1야당의 대표가 독립 기구인 '서울시선거구획정위원회'를 이해하지 못하고 박원순 시장과 무리하게 엮으면서 아무 말이나 내뱉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 홍준표 대표가 힘으로 막겠다는 것은 4인 선거구를 쪼개서 2인 선거구로 만들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것은 기득권을 유지하는 방식이고 정치영역에서 전형적인 갑의 횡포다.

지지율이 10%면 의석수도 10%가 되어야 하는 것이 옳다. 그것이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다. 그런데 2인을 선출하는 지역구는 전국적인 지지율과는 무관하게, 절대적으로 거대 정당에게 유리하다. 견고한 지역주의에 기반한 프리미엄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은 이것을 노린 것이다. 지지율이 아무리 떨어져도 2인 선거구만 된다면, 전국 시··자치구의회에 자당의 후보를 절반 이상 입성시킬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지방선거도 비례대표제를 도입해야 한다. 득표율만큼 의석수가 배분되는 비례대표제는 민주주의 지수가 높은 국가들이 채택한 제도다. 지역구와 연동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도 좋다. 국민의 다양한 뜻이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만이 정치세력은 아니다. 그 사이 무지개색깔 만큼이나 다양한 유권들의 정치색깔이 존재한다. 유권자들의 선택권이 게리맨더링에 의해 축소되어서는 안 된다. 만약 얼마 남지 않은 지방선거까지 선거제도를 바꾸기 어렵다면, 기존 2인 선거구를 통합하여 4인 선거구로 조정하는 것이 옳다. 홍준표 대표는 갑의 횡포를 더 이상 부리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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