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막무가내' 고영주, MBC 부지 4800억에 팔아라?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막무가내' 고영주, MBC 부지 4800억에 팔아라?

MBC 본부 "정체불명의 사업자에게 팔라고 내부 구성원에게 압력 가했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의 고영주 이사장이 정체불명의 업자에게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구 MBC 사옥 부지를 팔라고 MBC 내부 책임자들에게 집요하게 압력을 가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누군지도 알려지지 않은 업자가 4800억 원에 MBC 부지를 사겠다고 나섰다면서, 이 사람에게 매각을 해야 한다고 압력을 가했다는 것.

전국언론노조 MBC본부(MBC 노조)는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폭로했다.

노조에 따르면 고영주 이사장은 2016년 2월, 백종문 당시 MBC 미래전략본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MBC 여의도 사옥 부지를 사겠다는 유능한 사업가가 있으니 만나보라는 것.

고 이사장의 지시를 받은 백 본부장은 곧바로 담당 실무자인 자산개발국장과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하 씨를 만났다. 자신을 경남 지역 신문사 대표라고 소개한 하 씨는 MBC 여의도 부지를 4800억 원에 팔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당시 여의도 사옥 부지는 외부 사업자와 MBC가 함께 참여하는 공동 개발로 이미 가닥이 잡힌 상태였다. 더구나 공개 입찰 절차도 거치지 않고 매각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MBC본부는 "공개 입찰 없이 정체도 불분명한 사업가와 수의계약을 맺는 건 위험하고 비상식적인 일"이라며 "정부가 경쟁 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을 추진할 경우, 그 요건을 엄격히 적용하고, 상한선을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으로 제한하는 것을 고려하면, ‘공영방송의 수천억 원대 자산을 수의계약으로 매각하라는 건 얼토당토않은 발상"이라고 밝혔다.

당시 MBC 자산개발국장도 이미 이사회의 추인을 받은 공동개발 입장을 갑자기 변경하기 어려울 뿐더러, 공개매각 절차 없는 수의계약은 사규상 불가능하다고 하 씨에게 거부의사를 밝혔다.

사옥 부지 매각하라고 압박한 고영주, 대체 왜?

하지만 이후에도 고 이사장은 하 씨에게 매각해야 한다는 발언을 공식석상에서도 이어나갔다.

2016년 6월16일 열린 12차 방문진 이사회에 참석한 고 이사장은 구 MBC 사옥 부지 관련, 매각보다 개발이 적절하다는 부동산 전문 컨설팅업체 두 곳의 분석 결과도 '신뢰할 수 없다'며 '자산개발국이 부서 일거리를 만들기 위해 개발하는 것'이라며 실무자를 조롱하는 발언을 하는가 하면, '4800억 원을 준다는데 수의계약이 안 된다는 건 팔기 싫다는 거냐'며 수의계약을 통한 매각을 하도록 종용하기도 했다.
다섯 달 뒤인 11월 20차 정기 이사회에서도 고 이사장은 재차 '일본이 20년 장기침체에 들어가면서 부동산 값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한 번 검토해보라'며 구 MBC 사옥 부지의 개발 결정을 돌리려 애썼다.

MBC 노조는 "당시 방문진 실무진도 '수의 계약은 MBC 규정상 안 된다'고 설명했지만 고 이사장은 막무가내였다"며 "고 이사장은 지난해 두 차례 방문진 정기이사회에서 하 씨와 4800억 원 일시불 거래를 맺어야 한다고 반복해서 강조했다"고 주장했다.

더구나 고 이사장은 권재홍 당시 MBC 부사장에게도 하 씨를 소개하기도 했다. 김윤섭 자산개발국장은 "권재홍 당시 부사장 방에서 올라오라는 연락을 받고 가보니, 하 씨가 임원들과 함께 앉아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오정우 당시 미디어사업본부장은 이 회동을 두고 "임원회의를 통해 결정된 만남이었다"며 "방문진에서 중요한 사람이라고 소개했다는데 왜 그 사람에게 팔 수 없는지 만나서 설명하라고 해서 부사장실에서 실무진을 부른 것"이었다고 당시 회동을 설명했다. 한마디로 고 이사장이 주선한 자리인 셈이다.

4800억 원에 팔라는 하 씨의 정체는...

주목할 점은 구 MBC 사옥 부지를 4800억 원에 사겠다고 한 하 씨의 신분이다. 하 씨는 당시 한 대형건설사를 사업 파트너로 내세워 1조 원 지급보증을 받았다고 주장했지만, 노조에서 알아본 결과, 해당 건설사 담당자는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또한, 하 씨가 세운 '여의도프로젝트'라는 자본금 1000만 원짜리 회사 사무실은 문이 잠긴 상태였다. 회사 등기도 하 씨 이름은 없었다. 등기상 대표이사는 "(하 씨가) 명의가 필요하다고 해 빌려줬다"고 밝혔다.

하 씨가 대표 명함을 들고 다닌 지방지에선 "수년전 사업상 필요로 명함만 파줬는데, 아직도 그 명함을 들고 다니냐"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MBC 노조는 "고영주 이사장은 하 씨와의 관계에 대해 'MBC 사옥을 매입하겠다며 찾아왔으며 좋은 조건의 사업가라 임원들에게 소개했다'고 해명했지만, 1조 원 지급보증 등 하 씨의 주장을 '확인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며 "그러면서 고 이사장은 '내가 그런 것을 왜 해야 하냐'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MBC 노조는 "또한 백종문 당시 본부장에게 사실 확인을 위해 수차례 전화를 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며 "하지만 오정우 당시 본부장은 '방문진에서 중요한 사람이라고 해서 백 본부장을 통해 소개받았다'며 '고영주 이사장이 좀 세게 접근했지만, (압력을) 물리쳤다'고 해명했다"고 설명했다.

MBC 노조는 "당시 실무진들은 여의도 사옥 처리 방안을 매각으로 뒤집고, 더 나아가 수의계약으로 추진하라는 말도 안 되는 집요한 압박에 시달렸다는 게 확인됐다"며 "실무진의 인격을 모독하고, 인사 불이익까지 언급하며 추진하려 했던 여의도 사옥 매각 추진의 배경이 과연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고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