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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 '2등 직원'의 현실..."노동자 임금은 후려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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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 '2등 직원'의 현실..."노동자 임금은 후려치면서"

KTX 승무원들, 11년 만에 파업 돌입...29~30일 양일간 파업

KTX 승무원들이 오는 29일과 30일, 11년 만에 전면 파업에 돌입한다. 승무원들은 정부 지침 수준을 준수하는 임금인상과 함께 판매승무원 업무 전환 강요 철회, 직장 내 성희롱 문제 해결, 능력가감급제 폐지, 승무원 기본급 차별 철폐 등을 요구하고 있다.

26일 전국철도노동조합 코레일관광개발지부 조합원 등은 서울역 앞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2006년 이후 11년 만에 다시 파업에 나서는 이유를 밝히고 시민의 지지를 호소했다.

앞서 노조는 지난 19일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중지 결정이 내려진 후, 21일까지 쟁의 찬반 투표를 진행했다. 그 결과 조합원 94%가 실시한 투표에서 파업 찬성율 91%가 나와 파업을 결정했다. 철도노조 코레일관광개발지부는 서울지부, 부산지부, 용산-익산지부 등 3개 지부로 구성돼 있다. KTX와 새마을호에 탑승하는 승무원과 판매 승무원 약 500여 명 중 400여 명이 조합원이다.

열차 승무원과 먹거리 판매 및 자판기 관리를 담당하는 판매승무원은 KTX에서 고객 안전을 관리하고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소속 법인은 코레일관광개발이다. 코레일은 각 사업단위를 코레일유통, 코레일관광개발, 코레일네트웍스, 코레일테크, 코레일로직스 등 5개 자회사로 분사해 하청계약을 맺어 철도를 관리·운영하고 있다.

회사 부담 노동자에만 일방 전가는 부당

이들이 파업에 돌입한 가장 큰 이유는 임금 교섭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공기업 노동자 평균 임금의 60% 미만 수준인 코레일관광개발과 같이 노동자 임금 수준이 낮은 공공기관의 경우, 공기업 노동자 간 임금 격차 해소를 위해 전년 대비 5% 인상안을 예산지침 기준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코레일관광개발 측은 올해 1.1%의 임금 인상을 제시했다. 코레일관광개발 노동자들은 2012년 임금을 반납했고, 2013년에는 임금 동결안을 받아들였다. 올해 코레일 노동자 임금 인상 수준은 3.5%다.

코레일관광개발이 기재부 예산 지침에 미달하는 임금 인상안을 제시한 이유는 회사 적자 때문이다.

이에 관해 노동자들은 "사측은 회사 적자 이유가 무엇인지를 설명하지 않고, 무작정 현 인상안을 받아들이라고만 요구한다"며 "코레일이 그간 꾸준히 (코레일관광개발 측에 제시한) 위탁비를 삭감하고, 올해는 승무원 위탁비를 단 1.2%만 인상했다는 사실은 쉬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에 따르면 KTX 승무원의 60%가 최저임금에 근접한 임금을 받고 있다.

코레일과 위탁비 인상 교섭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그 부담을 온전히 노동자에게만 떠맡기는 건 부당하다는 얘기다. 코레일은 KTX 개통 당시부터 승무원을 직접 고용하는 대신 코레일관광개발과 파견 위탁 계약을 맺었다. 이후 판매승무원 1인과 승무원 2인의 인건비를 지급했다. 일종의 하도급 관계가 고착화함에 따라 코레일이 승무원 인건비(위탁비)를 일방적으로 삭감하고 코레일관광개발이 이를 받아들이는 상황이 지속된 셈이다.

노동자들은 "코레일이 노동자 임금을 헐값으로 후려치면서도 대주주 명목으로 이익 잉여금을 받아가고, 매년 7억 원의 브랜드 사용료까지 징수하고 있다"며 "어처구니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코레일관광개발을 두고서도 노동자들은 "코레일에는 단 한마디 부당함을 이야기하지 못 하고, 직원들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건 경영진 역할이 아니"라며 "더는 이런 악순환을 방치할 수 없어 파업에 나섰다"고 강조했다.

판매승무원 사실상 해고 종용

노동자들은 판매승무원의 고용을 보장해줄 것도 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 코레일은 2008년 이후 먹거리 등을 판매하는 판매승무원 위탁비를 단계적으로 삭감했고, 올해 말까지 모든 판매승무원을 열차 내에서 없애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에 따라 호남선의 경우 이미 단 한 명의 판매승무원도 열차에 탑승하지 않는다. 나머지 판매승무원도 공휴일에는 열차에 탑승하지 못한다. 오직 평일에만 열차에 탑승하는 데다, 추가 근무 수당이 나오지 않도록 승차 시간을 조정해 판매승무원이 인센티브를 받지 못하도록 조정하고 있다고 노동자들은 주장했다. 노조 측은 판매승무원 탑승 업무가 계속 줄어, 판매승무원들은 현재 평균 월 50여만 원인 판매 인센티브를 받지 못함에 따라 사실상 실질 임금이 삭감된 상태라는 입장이다.

현재 코레일관광개발에 남은 판매승무원은 45명으로, 대부분이 정년을 앞둔 고령자다. 판매승무원인 이윤선 코레일관광개발 부산지부장이 40대로 가장 어린 편이다. 이들 대부분이 사실상 반강제적으로 퇴직을 종용당하고 있다고 노조는 강조했다.

이윤선 부산지부장은 "코레일관광개발이 판매승무원들을 물류, 상하차, 자판기 업무 등으로 강제 전환 배치를 종용하고 있다"며 "대부분 고령자거나 여성인 판매승무원들이 감당하기 힘든 업무를 부과해 자발적 퇴직을 유도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코레일 측은 판매승무원이 사라진 자리를 다른 업체로 외주화해, 일종의 커피 판매 임대 계약을 맺어 추가 임대 수익을 추구하고 있다고도 이 지부장은 지적했다. 판매승무원이 열차에 필요 없어서가 아니라, 코레일이 추가 수익을 얻으려 판매승무원을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뜻이다.

이 부산지부장은 "최소한 고령자가 대부분인 판매승무원 전원이 정년까지 일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조치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능력가감급제 폐지돼야

노동자들은 이밖에도 능력가감급제 폐지도 요구하고 있다. 능력가감급제란 승무원 급여를 승무원이 속한 지사장 평가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제도다. 평가 결과에 따라 최고 등급자와 최저 등급자 간 임금 격차가 월 32~42만 원에 달한다.

노조는 "승무원 업무 특성상 객관적 평가는 불가능한 데다, 평가 권한이 지사장에게 있어 승무원은 무조건 복종해야 한다"며 "연병가 사용, 휴일 근무 거부, 노동조합 가입 등의 이유로 임금이 삭감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업무 특성상 여성 노동자가 많은 승무원을 대상으로 한 직장 내 성희롱이 근절되지 않는 근본 원인도 능력가감급제에 있다고 노조는 강조했다. 사실상 승무원 급여 책정 권한을 틀어쥔 지사장이 부당한 지시를 내려도 승무원이 복종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 2014년 발생한 코레일관광개발의 성희롱 가해자로 지목된 이는 지금도 승무원을 통제하는 지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노조는 회견문에서 "더는 승무원들이 상처받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파업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며 "스스로 행복한 승무원이 되어 더 따뜻하게 승객 여러분과 함께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희 코레일관광개발 서울지부장은 "궁극적으로는 모 회사인 코레일이 실질적 조치 의지를 가져야만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며 "하청 승무원을 향한 부당한 대우와 차별을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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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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