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1일(토), 두발로학교(교장 진우석. 여행작가)는 제60강으로, 가을 기운이 가득한 설악산으로 떠납니다. 새이령(샛령, 대간령)은 이름처럼 곱고 순한 옛길입니다. 강원 북부 내륙과 해안을 연결하는 고개로, 과거에는 진부령과 미시령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고개였습니다. 이 고개를 넘어 다녔던 한 주민은 “진부령은 좀 지루하고, 미시령은 짧지만 까탈스럽고, 한계령은 경관이야 수려하지만 험악스럽고, 구룡령은 장쾌하지만 뭔가 무거운 느낌이 드는 반면, 새이령은 너무도 부드러운 길”이라고 했습니다. 깊어가는 가을, 새이령의 부드러운 속살을 걸으며 팍팍한 삶을 위로해 보시길 바랍니다.
진우석 교장선생님은 저명한 여행가이자 여행작가이십니다. 스스로 ‘시인이 되다만 여행작가’라 하며 ‘걷기 달인’, ‘길의 탐미주의자’로 통합니다. 히말라야, 카라코람, 알프스, 백두대간 등 국내외 굵직한 트레일을 걸었으며, <서울신문>에 <진우석의 걷기 좋은 산길> 연재를 시작으로 국내외 ‘날 것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관광공사 ‘이 달의 걷기길’ 선정위원으로 있으며, 삼성 SERICEO‧여행작가학교 등에서 여행강사로 활동합니다.
교장선생님으로부터 10월의 걷는 길, <내륙과 바다 이어주는 설악산 비밀통로-새이령>에 대해 들어봅니다.
동서를 이어주는 가장 쉽고 빠른 길
강원 북부의 동서를 연결하는 고개는 한계령, 미시령, 진부령이 대표적이다. 모두 험준한 백두대간 고개다. 동서 고개의 통로가 차량으로 넘을 정도로 관광도로화 되고 수월해진 것은 1971년 12월 한계령 길이 포장되면서부터다.
미시령은 조선시대 성종 때 도로를 열었다는 기록이 있지만 워낙 지형이 험해 폐쇄와 개통을 반복해 왔던 곳이고, 진부령 역시 이때까지 비포장의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었으니 한계령이 각광받게 된 것은 당연하다. 그로부터 진부령이 포장된 것은 13년 뒤인 1980년대 중반이고 이 중반이 넘도록 미시령은 또한 비포장의 세월을 보냈다. 적어도 이 한계령 길이 개통되기 전에는 동서간 이어주는 가장 쉽고 빠른 길은 새이령밖에 없었다.
새이령의 출발점은 미시령 구도로에 자리한 박달나무쉼터다. 이곳을 들머리로 마장터를 거쳐 새이령 고갯마루에서 백두대간에 올라붙고, 병풍바위봉에 올라 설악의 조망을 즐기고, 도원리로 내려간다. 박달나무쉼터는 미시령과 진부령이 갈리는 용대삼거리에서 미시령 방향으로 1.5㎞쯤 떨어진 지점에 있다. 자그마한 박달나무쉼터는 약초 전문집이다. 주인장은 설악산에서 캔 약초를 팔며 새이령 길잡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박달나무쉼터 오른쪽으로 가면 넓은 공터를 만난다. 예전 군부대 유격훈련장이다. 훈련장이 끝나는 지점에서 개울을 건너는 것이 키포인트. 자세히 계곡 건너편을 보면 길이 나 있는 걸 알 수 있다. 징검다리를 건너면서 계곡에 내려앉은 가을빛을 보는 맛이 삼삼하다. 개울을 건너면 본격적으로 새이령 옛길이 시작되며 군부대 훈련장과 백두대간 신선봉~미시령 통제구역을 알리는 안내판이 차례로 나온다. 훈련장은 철수했고, 새이령은 통제구역이 아니므로 안내판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졸졸 흐르는 자그마한 계곡 옆으로 호젓한 길이 한동안 이어진다. 이젠 좀 길이 험하려니 해도 길은 요지부동 순둥이다. 계곡을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번갈아가며 7~8번 건넜을까 작은 고개 같은 곳을 넘는다. 고개라 하지만 길이 얼마나 순한지 주변을 잘 관찰하지 않으면 고개인 줄 알 수 없다. 이곳이 작은새이령(소간령)이다. 작은새이령을 넘으면 울창한 쭉쭉 뻗은 낙엽송 길을 지나는데, 활엽수에서 침엽수로 바뀌며 이국적 정취를 물씬 풍긴다. 나무 사이로 보랏빛 산부추와 투구꽃이 다정하게 피었다.
옛 마방이 있던 마장터
낙엽송 지대를 지나면 거의 평지가 이어진다. 마치 거대한 고원 위에 올라선 기분이다. 갈림길에서 새이령이 아닌 그대로 직진하면 유명한 마장터가 나온다. 마장터는 마방과 주막이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마장터에는 심마니노인이라 불리는 정노인이 귀틀집에서 아직까지 살고 있다.
“옛날에는 이곳에 없는 게 없었어요. 함지박공장에 말발굽 파는 곳까지 있었다니까. 바닷가에서 소금이나 생선을 지고 다니는 상인들이 수시로 넘어다니니까 이 골짝 사람들은 장 보러 나갈 일이 없었어요. 원님도 이 길로 넘어다녀 고갯마루가 원터였어요. 오죽하면 저 위 웃마장터에 주막집까지 있었을까.”
정노인에 따르면 그가 사는 이곳은 아랫마장터, 새이령 고개 아래는 웃마장터라 불렀다. 정노인은 짐을 꾸리더니 마을로 내려간다. 느타리버섯을 팔러 창암마을로 간다고 한다. 정노인과 인사를 나누고 다시 갈림길로 돌아와 좀 넓어진 계곡을 따른다. 물이 굽이굽이 돈다고 해서 물굽이계곡이다.
한동안 계곡을 따르다 징검다리를 건너면 드디어 오르막이 시작된다. 하지만 경사가 그다지 세지 않다. 옛길 특유의 굽이굽이 길을 타고 오르면 어느새 새이령 고갯마루다. 자그마한 공터와 돌탑이 서 있는 정상이 왠지 정감 넘친다. 옛사람들의 자취가 서려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반대편으로 내려가면 고성 도원리 마을이 나오고, 오른쪽은 통제구역인 신선봉, 왼쪽은 마산봉 방향이다.
도원리로 내려오기 전에 설악산 감상을 빼놓을 수 없다. 급경사 오르막을 15분쯤 오르면 너덜바위의 독특한 풍경을 연출하는 너덜바위봉에 이른다. 여기서 바라보는 신선봉과 설악산 서북주릉은 한마디로 명품이다. 신선봉은 금강산 1만2천 봉 중에서 가장 남쪽에 자리한 봉우리다. 실컷 조망을 즐기고 다시 새이령 고갯마루에 이르고, 여기서 임도를 타고 도원리로 내려오면 된다.
두발로학교가 10월 21일(토) 걷는 제60강 <내륙과 바다 이어주는 설악산 비밀통로-새이령>의 구체적인 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07:00 서울 출발(06시 50분까지 서울 강남구 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 6번 출구의 현대백화점 옆 공영주차장에서 <두발로학교> 버스(온누리여행사)에 탑승바랍니다. 아침식사로 김밥과 식수가 준비돼 있습니다. 답사 일정은 현지 사정에 따라 일부 조정될 수 있습니다.) 제60강 여는 모임
-박달나무쉼터 도착
-새이령 트레킹(박달나무쉼터-소간령-마장터-새이령-도원리 9㎞)
-식당으로 이동
-늦은 식사 겸 뒤풀이
16:30 서울 향발(예정)
*현지 상황에 따라 코스가 축소‧변경될 수 있습니다.
준비물은 다음과 같습니다.
걷기 편한 차림(가벼운 등산복/배낭/등산화. 풀숲에선 반드시 긴 바지), 스틱, 모자, 선글라스, 윈드재킷, 식수, 우비, 여벌옷, 자외선차단제, 필기도구 등(기본상비약은 준비함). *점심식사가 늦어질 수 있으니 간단한 행동식 또는 간식을 준비하세요^^
<참가신청 안내>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서 '인문학습원'을 검색해 홈페이지로 들어오세요. 유사 '인문학습원'들이 있으니 검색에 착오없으시기 바랍니다(기사에 전화번호, 웹주소, 링크 사용을 자제해 달라는 요청이 있어 이리 하니 양지하시기 바랍니다).
★홈페이지에서 '학교소개'로 들어와 '두발로학교'를 찾으시면 기사 뒷부분에 상세한 참가신청 안내가 되어 있습니다^^
★인문학습원 홈페이지에는 참가하실 수 있는 여러 학교들에 관한 정보가 있으니 참고하세요^^
두발로학교를 여는 취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걷기>의 시대입니다. 여기저기 걷기 코스의 명소들이 생겨나고 <걷기 동호회>도 부쩍 늘어나고 있습니다. 각 지자체들도 고유의 <길>을 경쟁적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인간이 한동안 잊었던 <걷기의 가치>를 되살리고 걷기를 통해 몸과 마음의 즐거움과 건강을 찾으려 하고 있습니다.
인간이 직립보행(直立步行) 이후 걷기를 멈춘 적은 없습니다. 최소한 집안이나 사무실에서도 걸었을 테니까요. 그럼에도 걷기가 새삼스럽게 각광을 받는 이유가 뭘까요.
성경 <요한복음>에서 예수는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사람은 땅을 본받고 땅은 하늘을 본받고 하늘은 길을 본받는데, 길은 스스로 그러함(자연)을 본받는다.”라고 했습니다.
우리는 <길>에서 이처럼 종교적 진리나 철학적 깨달음 같은 거창하지는 않지만, 길을 걸으면서 내면의 기쁨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루소는 <고백록>에서 “나는 걸을 때만 명상에 잠길 수 있다. 걸음을 멈추면 생각도 멈춘다. 나의 마음은 언제나 나의 다리와 함께 작동한다.”고 말했습니다. 걷기의 리듬은 사유의 리듬을 낳는다고 합니다. 경치를 구경하며 생각할 수 있고, 미지(未知)의 것을 기지(旣知)의 것으로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레베카 솔닛의 저서 <걷기의 역사>에 이런 글이 있습니다.
“나에게는 의사가 둘 있다. 왼쪽 다리와 오른쪽 다리 말이다. 몸과 마음이 고장 날 때 나는 이 의사들을 찾아가기만 하면 되고, 그러면 다시 건강해지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가장 경제적이고 신체에 부담이 적은 운동을 택한 것이 <걷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는 속도와 능률이 지배하는 세상에, 목적에 대한 부담을 덜고 걷기를 통해 느림의 미학으로서 세상을 보고 싶은 것은 아닐까요.
사람마다 걷기를 통해 찾고자 하는 의미와 기쁨은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모두 함께 찾으려는 것은 <몸과 마음의 건강> <새로운 경관> <자연을 즐기는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의 세 가지가 아닐까요.
<두발로학교>는 <아름다운 길 걷기> 전문학교입니다. <두발로학교>에서 세 마리 ‘토끼몰이’를 해 보지 않으시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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