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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 "지금이야말로 북한과 대화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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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 "지금이야말로 북한과 대화할 때"

"문 대통령, 초심으로 돌아가 대북 특사 파견 의사 밝혀야"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7일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을 작심 비판했다. 정 전 정관은 정부가 북한 6차 핵실험을 계기로 대북 정책을 강경 기조로 선회한 데 대해 "문 대통령이 완전히 아베 일본 총리처럼 돼가고 있다"고 맹비판했다.

정세현 전 장관은 이날 한반도평화포럼이 '문재인 정부, 남북 관계 경색 어떻게 넘어설 것인가'라는 주제로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연 토론회에서 "우리가 촛불로 문재인 대통령을 뽑았는데, 이름과 용모는 같은 사람인데 다른 사람이 대통령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세현 전 장관은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도 그렇고, 전부 촛불 민심과 거꾸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문재인 대선 캠프의 자문그룹인 '10년의 힘 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 회담에서 대북 원유 공급 중단에 동참하라고 요구한 데 대해 정세현 전 장관은 "오늘 아침 신문을 보고 깜짝 놀랐다. 문 대통령이 완전히 아베처럼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 전 장관은 "일본도 아닌 한국 외교부가 유엔(UN) 대북 제재를 선도하고 나서면 어떡하나"라면서 "우리는 중간 정도로 국제 사회의 제재를 따라하고, 대화에 무게를 실어야 한다"고 부연했다.

정세현 전 장관은 "북한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팃포탯(tit for tat, 맞받아치기) 식으로 초강경 지시를 내리는 모양새는 참 보기 좋지 않다"며 "미국 등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와 보조를 같이 해야 하는 불가피함도 있으나, 다시는 안 볼 것처럼 북한에 마지막으로 퍼붓는 듯한 발언을 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정세현 전 장관은 상황이 이렇게 되도록 유도한 외교 안보 라인 참모들을 질타했다. 정 전 장관은 "대통령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매우 잘못하고 있다"이라며 "대통령의 강력한 메시지 표현이 나가기 전에 최소한의 수위 조절을 하는 것이 참모들이 해야 하는 일인데, 왜 대통령을 그렇게 최일선에 내세우냐"고 맹비판했다.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프레시안(최형락)

"지금이라도 대북 특사 보내야"

정세현 전 장관은 남북 관계가 경색된 이유 가운데 하나로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이후 대북 특사를 보내지 않았다는 점을 꼽았다. 정 전 장관은 "김정은 정권은 문 대통령에 대한 기대를 접은 상태'라며 "문 대통령이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에는 특사를 보내면서 대북 특사는 보내지 않은 것이 북한에는 굉장히 충격적이고 실망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고 진단했다.

앞으로 북한의 태도에 대해서 정세현 전 장관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수소탄 시험을 하는 상황까지 종합해보면, 김정은은 문재인 정부와의 관계 개선보다는 올해 안에 미국과 일대일 관계를 정립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올해 한미안보협의회(SCM)가 열리는 10월까지는 계속 압박 강도를 높여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정세현 전 장관은 현 경색 국면을 타개할 방안으로 중국의 '쌍중단 카드(북한은 핵과 미사일 도발을 멈추고,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을 축소하는 방안)'를 받아들이고, 대북 특사를 보낼 것을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정 전 장관은 "북한은 '한미연합 훈련을 중단하면 핵 실험을 중단하겠다'는 제안을 두 번 했는데, 박근혜 정권은 이를 다 거부했다. 중국도 이를 받아서 '쌍중단'카드를 꺼냈는데, 여기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문재인 대통령이 적절한 시점에 대북 특사 파견 의사를 밝히는 것도 지금의 경색을 극복하는 한 방안"이라고 했다.

대북 특사를 보내자는 제안은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이러한 제안을 했다. (☞관련 기사 : 추미애 "북한과 미국에 특사 보내자", 정의당 "文대통령, 외교안보라인 쇄신해야")

정 전 장관은 "시간이 갈수록 북핵, 미사일 능력은 고도화되는데, 지금이야말로 북한과의 대화를 시작해야 할 때"라며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 관계를 중심에 놓고 문제를 풀어가겠다', '필요하면 미국에도 '노(No)'라고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한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반도 안보 상황의 추가 악화를 막기 위해 미국에게 미북 대화를 진지하게 종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세현 전 장관은 특히 '제재와 대화를 병행한다'는 청와대의 메시지가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압박을 느껴서 대화한다는 레토릭은 가능하지만, 정책으로는 있을 수 없다"며 "당나귀를 몰고 가더라도 앞에 당근을 걸고 채찍을 때리는데, 당근은 안 보여주고 채찍만 있다? 방점을 어디에 찍을지 분명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천해성 통일부 차관은 "제재와 압박도 필요하지만, 그것은 궁극적으로 평화적으로 풀기 위한 수단이다. 지금은 제재 국면이기 때문에 그러한 메시지가 비중 있게 나가는 것"이라며 "내외의 다양한 채널을 통해 (대화와 관련해) 할 수 있는 노력들을 다 해나가고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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