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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에 사형 선고하자?…국회, 왜 이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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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에 사형 선고하자?…국회, 왜 이러나

부산 여중생 사건 여론 타고 여야, 보수-진보 구분없이 '포퓰리즘' 법안

부산 '피투성이 여중생' 사건에 대한 분노 여론이 치솟고 있는 가운데, 국회에서는 미성년 범죄자에게도 사형과 장기 징역형 등 중형을 선고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의 법안 발의가 줄을 잇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석현 의원은 6일 "소년 범죄 근절을 위한 법률 개정안 3종 세트를 대표발의한다"며 "형법 제9조의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현행 14세에서 12세로 하향하고, 이에 맞추어 소년법 제4조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10세 이상 14세 미만인 소년'(규정)을 '10세 이상 12세 미만'으로 개정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또한 현행 '특정 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특정강력범죄법)' 제4조는 살인, 약취·유인·인신매매, 강도, 강간상해 등 특정 강력범죄를 범한 자가 소년인 경우 그 형량을 일부 높일 뿐 여전히 보호처분 등 완화된 형사절차와 형량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되어 있으나, 살인 등 잔인한 범죄를 저지른 소년에 대해서는 성인과 마찬가지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특정강력범죄를 저지른 소년에 대해서는 소년법 적용을 배제하는 개정안을 발의하고자 한다"고 했다.

이 의원의 개정안대로 법률들이 개정될 경우, 만 12세 초등학생이라도 특정 강력범죄를 저지른 경우 이론적으로 최고 사형까지 선고할 수 있게 된다. 단 이 의원은 "사형제 폐지라는 제 소신은 변함 없다. 사형은 안 하는 게 맞다고 본다"며 "살인 등 4개 특정 강력범죄를 저지른 소년에 대해 소년이라는 이유로 처벌을 완화하지는 말자는 것일 뿐, 구체적으로 누구를 어떻게 처벌하자는 말은 아니다. 판결은 판사가 하는 것"이라고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취지를 설명했다.

다만 이는 지난 7월 31일 같은 당 표창원 의원이 발의한 특정강력범죄법 개정안보다 한층 강화된 내용이다. 표 의원의 개정안 요지는 현재 만 14~18세 소년의 경우 사형·무기징역에 처할 수 없게 돼 있지만(현행 소년법 59조 및 특정강력범죄법 4조), 이를 개정해서 특정강력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는 14~18세 소년도 사형·무기징역에 처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의원은 이에 더해 형사미성년 연령 자체를 12세로 하향 조정하자는 것이어서, 12~13세 소년에게도 법원이 사형·무기징역을 선고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보수 야당인 바른정당의 하태경 의원의 소년법 개정안은 이에 비하면 다소 온건한 편이다. 하 의원은 소년법 59조에서 "죄를 범할 당시 18세 미만인 소년에 대해 사형 또는 무기형으로 처할 경우에는 15년의 유기징역으로 한다"는 완화 규정을 개정해, 최대 형량을 15년에서 20년으로 올리자는 취지의 개정안을 냈다. 또 하 의원은 소년법 적용 대상(소년법 2조 규정)을 현행 '19세 미만'에서 '18세 미만'으로 한 살 낮추자는 주장도 했다.

'형사미성년'이나 '소년' 연령의 기준선을 몇 살까지로 할 것이냐, 최고 처벌 수위를 얼마나 올릴 것이냐의 차이가 있을 뿐, 보수·진보나 여야를 떠나 '미성년 범죄 처벌 강화' 주장이 줄을 잇고 있는 데 대해 우려도 나온다. 검사 출신인 민주당 금태섭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정말로 미성년자를 사형시키는 나라를 만들고 싶은가. 진심으로 실망스럽다"고 통탄했다.

금 의원은 "최근 미성년자가 저지른 끔찍한 사건들이 보도되면서 그 대책으로 소년법 개정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법안 형식은 다양하지만, 그 핵심적 내용은 18세 미만의 소년이라 해도 중한 범죄를 저지르면 사형이나 무기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라며 "엄벌주의가 과연 효과가 있느냐 하는 일반적 비판을 떠나서, 이런 식의 논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방해가 될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금 의원은 "우선 미성년자를 사형에 처하는 법률을 실제로 만드는 것은 실현 가능성이 없다"며 "대한민국이 그동안 비준한 각종 인권 관련 국제조약과 정면으로 충돌하고, 만약 만들어진다면 위헌 결정을 받을 가능성도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식의 실현 가능성도 없고 효과도 극히 의문인 즉자적 대책을 쏟아내면, 실제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고 힘이 들더라도 추진해 봐야 하는 실효성 있는 대책에 대한 논의가 주목을 받기 힘들게 된다"며 "끔찍한 아동 성폭행 사건들이 연달아 벌어지던 때의 논의 구조와 놀랄만큼 똑같다"고 지적했다.

"사건만 벌어지면 '형을 대폭 올리자'는 주장이 바로 나온다. '그런 식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얘기를 하면, 당장 '끔찍한 성폭행 범죄를 저지른 놈들을 가볍게 처벌하자는 말이냐'는 비난이 날아온다. 그러다 보면 결국 모든 사람이 '형량 올리자'는 얘기나 하게 되고, 진짜 대책은 찾지 못한 채 논의는 흐지부지되고 만다. 그러다가 몇 년 후 다시 또 끔찍한 범죄가 발생해서 국민적 분노가 일어나면 형량을 또다시 올린다. 이게 말이 되는가."

금 의원은 "흉포한 소년 범죄는 어떻게 해서든지 막아야 하는 것이지만, 실제로 해결책을 찾기는 매우 어렵다. 어린 소년이 범죄를 저지르는 동기는 어른들과 매우 달라서 법이나 형벌에 대한 반응을 예측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하며 "흉악한 범죄자를 강력하게 처벌하자는 법안을 발의했다는 뉴스는 언론에서도 크게 다뤄지지만 실제로는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전혀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엄벌주의를 내세워 '진짜 논의'가 묻혀 버리게 만드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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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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