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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겸 OUT으로 MBC의 영광을 재현하자"

[현장] 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 총파업 결의대회 진행

아직도 흘릴 눈물이 남아있을까. 저마다 마음에 쌓인 이야기를 풀어놓자, 이내 참았던 눈물이 쏟아졌다. 지난 9년의 세월은 차마 입에 담기도 어려울 정도로 힘든 시기였으리라. 2012년 이후 MBC에서는 해고자만 10명이 나왔다. 중징계자는 110명이었고 일명 '유배지'라 불리는 비제작국에 배치된 인력은 157명에 달했다.

참을만큼 참은 셈이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지난 8월 24일부터 29일까지 6일간 서울 포함 전국 18개 지부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총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했다. 김장겸 MBC사장 사퇴와 언론의 공정성 확보를 주요 요구안으로 내걸었다.

총파업 찬반투표는 압도적 숫자로 가결됐다. 재적인원 1758명 중 1682명(95.7%)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1568명(89.2%)으로 통과된 것. 이번 총파업 투표 찬성률은 MBC 노조 역사상 최고치로 기록됐다. 지난 2010년 파업찬성률 72.7%, 2011년 파업찬성률 71.2%(투표가능인원 기준), 2016년 파업찬성률 85.42% 등과 비교해도 압도적인 찬성률이다.

MBC본부는 30일 오전 11시40분 상암동 MBC 로비에서 총파업 투표 결과를 공식 발표하고 총파업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 모인 조합원들은 그간 쌓인 설움을 쏟아냈다. 그러면서 이번 파업을 통해 무너진 MBC를 제대로 세울 것을 다짐했다.

▲ MBC 로비에서 열린 결의대회에 참여한 조합원들. ⓒ프레시안(허환주)

"차라리 해고된 게 속 편하구나"

"MBC 로비에서 마이크 잡은 게 5년 넘은 듯합니다. 그동안 고생 많았습니다. 유배지에 있는 분들, 그리고 MBC 안에서 고초를 겪은 이들. 정신적 고문 피해자들에게 할 말은 아니지만 해고된 게 차라리 속 편하구나 그런 생각을 안 해본 게 아닙니다."

해직자인 박성호 MBC 조합원은 에둘러 지난 시간이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표현했다. 실제 그의 말대로 그간 MBC 내부에서 버텨야 했던 조합원들의 고초는 이루 말하기 어려웠다.

2012년 파업 때 '김재철을 찾아라'에 출연했다가 사측으로부터 명예훼손으로 형사고소를 당했던 김민욱 조합원은 지난 5년 동안 '유배지'를 돌아다니고 있다고 자신을 표현했다. 하지만 자신의 고초는 고초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2008년에 기자로 입사했는데, 입사 이후 절반을 유배지에서 보냈다. 2012년 파업 이후 회사는 나를 아카데미, 연구소 등으로만 돌렸다.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내가 고생했다는 게 아니라 나보다도 더 많은 사람이 심한 고생을 했다고 이야기하고 싶어서다. 그다지 고초를 겪지 않은 나조차도 마이크를 잡으면 이렇게 한참을 이야기하는데, 다른 분은 오죽하겠나. 여기 앉은 모든 이들 이야기를 하나하나 들으면 끝도 없을 듯하다."

"상처입고 불행해진 우리다"

역시 '유배지'를 돌고 있는 전 MBC본부장 이근행 조합원은 지금의 답답한 상황을 글로 써왔다. 그가 A4 한장 되는 분량의 글을 읽는 동안 조합원들의 눈시울도 붉어졌다.

"여러분에게 힘이 될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 솔직히 이야기해서 감정이 메말랐다고 생각했다. 사실 그렇다. 예전에는 울음도 많았던 듯하다. 하지만 지난 3년 새 많이 달라졌다. 눈물이 나지 않는다. 상처입고 불행해진 우리다.

누구에게나 물욕과 명예욕이 있다. 이익과 손해를 분간할 줄 안다. 지난 9년간 양심을 지키기 위해 싸우다 상처 입은 조합원들에게 피붙이 이상의 연민을 느낀다. 오로지 스스로 자존을 지켜낸 이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이익을 쫓는 이들은 늘 이익만을 좇는다. 악은 더 큰 악으로 자기를 증명하려 한다. 김재철 전 사장 농간으로 '특별채용'으로 회사에 돌아왔다. 호봉과 근속을 날려버린 치욕의 귀환이었다. 하지만 저들 가랑이 사이를 기어서라도 싸워 이길 수 있다면 돌아가자는 생각이었다.

촛불과 탄핵, 정권 교체가 없었다면 여기까지 올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 수구 세력의 집권연장 가능성이 절반이라도 있었다면 스케이트장에서 잘렸을 것이고 유배지에 있던 조합원들은 변방을 떠돌다 끝났을 것이다.

김장겸 사장은 우리의 파업을 낭만적 파업이라고 한다. 동료가 떠나간 것을 가슴 찢어지게 바라봐야 했는데 그게 낭만인가. 독해지고 처절해지자. 싸움은 지고도 승리하기도 하고 승리하고도 지기도 한다. 지난 파업은 졌지만 이긴 파업이라고 생각한다. 끝내 굴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처절하지 않으면 지는 것이다. 우리 안에 적폐를 없애지 않으면 지는 거다. MBC의 영광을 재현하자. 그것이 지금 상황을 만들어낸 국민의 명령이다."

ⓒ프레시안(허환주)

"4일 0시부터 제대로 된 방송 돌려주겠다"

김연국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장은 오는 4일 0시부터 총파업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지난 9년간 저항하지 않아야 될 이유가 수백 가지였지만 저항해야 할 이유는 자긍심과 윤리·정의 뿐"이었다며 "우리는 정의, 공정방송, 양심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 자리에 앉아있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MBC는 폐허가 됐고, 우리는 그 폐허 위에 새로운 방송을 건설할 것”이라며 “제대로 된 방송으로 국민에게 돌려드리기 위해 9월4일 0시부터는 제대로 된 방송 돌려주겠다는 것 하나로 모두가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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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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