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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따까리' 제도 퇴출될까?...'공관병 갑질' 일파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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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따까리' 제도 퇴출될까?...'공관병 갑질' 일파만파

국방부, 감사 착수…해당 장군 "물의 일으켜 송구, 부덕의 소치" 입장 표명

한 육군 대장(4성장군)의 가족이 공관병을 노예처럼 부렸다는 인권단체 '군인권센터'의 폭로와 관련, 국방부가 사실관계 조사 등 감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송영무 국방장관은 국방 개혁의 일환으로 지휘관 관사에 근무하는 공관병들을 철수시키고 민간 인력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관병은 군 내에서 경멸적 은어로 '따까리'로 불리기도 한다. '공관병 제도'가 사실상 군 고위 간부의 '사노비' 처럼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은 그간 꾸준히 제기돼 왔었다. 공관병 갑질 사건과 관련해 군 안팎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자조섞인 말이 나온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1일 정례 브리핑에서 "군인권센터가 제기한 내용과 관련해 국방부 감사관실을 통해 사실 여부를 조사할 예정"이라며 "국방부는 조사 결과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속 부대의 감찰 담당 부서가 아닌 국방부 감사관실이 나선 배경에 대해 문 대변인은 "군인권센터가 국방부에 민원을 제기했고, (대상자가) 대장급 장교라는 점을 고려해 그렇게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변인은 사건 관련자인 박모 육군 대장이 이번 사태에 대해 "저의 가족 및 공관병 운영과 관련해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모든 문제가 발생한 것은 진위 여부를 떠나 전적으로 제 자신의 부덕의 소치라고 생각하고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전했다.

국방부는 이번 사건이 조만간 실시될 군내 인사와는 직접적 연관은 없는 것으로 안다며, 박 대장이 이번 인사에서 전역하게 되더라도 그 전에 "최대한 가용한 시간을 활용해서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는 사건 조사는 2일부터 진행될 계획이라고 전했다.

나아가 문 대변인은 향후 제도적 대책에 대해 "공관병 운영 필요성 등 제도 전반을 검토해 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국방부는 앞으로 장병 인권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데 최선을 다함으로써 본인들도 가고 싶고, 부모들도 안심하고 보낼 수 있는 병영문화를 창조해 나가는 데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말했다.

같은날 국방부 관계자는 "송영무 장관이 공관 근무 병력을 민간 인력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지시했다"며 "서울 한남동 국방장관 공관부터 공관병을 철수시킬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고 <연합뉴스> 등이 보도했다. 송 장관은 앞서 인사청문회 때에도 "국방부에 근무지원단이 있는데 병사들은 사역하는 경우가 많다"며 "병사들은 떳떳한 곳에서 국군으로 전역할 수 있도록 사역행위 같은 것은 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국방부는 지휘관 공관병 제도를 아예 폐지하는 방안까지 열어 놓고 검토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 장관은 지휘관 공관 근무나 사역 업무는 물론 행정·근무지원 업무까지도 민간 인력으로 대체하고 현역 장병은 전투 관련 임무를 해야 한다는 소신을 가진 것으로 전해진다.

'공관병 갑질' 폭로 내용 보니…

전날 군인권센터는 박 대장의 부인과 군 복무 중인 아들 등 가족이 관사에서 근무하는 공관병과 조리병 등에 대해 가혹하고 부당한 처우를 했다는 제보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이 단체에 따르면, 박 대장의 부인은 2016년 3월부터 올해 초까지 공관병에게 안방 블라인드 치기, 거실에 떨어진 쓰레기 줍기, 소파와 바닥에 떨어진 발톱과 각질 치우기 등 사소한 집안일을 시켰으며 박 대장의 셔츠에 고춧가루가 묻어 있다고 공관병을 질책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썩은 과일을 집어던지거나, 일을 제대로 못 한다는 이유로 베란다에 40분간 가둬 놨다는 제보도 접수됐다.

또 박 대장의 부인은 조리병이 음식 재료를 다듬는 것을 보고 칼을 빼앗아 도마를 내리치면서 "너는 제대로 하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고함을 쳤다고 한다. 공관병 등은 박 대장이 새벽 기도를 가는 오전 6시부터 취침하는 오후 10시까지 과도한 근무 시간에 시달렸으며, 외출이나 인터넷 사용을 금지당해 이런 상황을 외부에 알리기도 힘들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장 가족은 공관병 등에게 공군 병사로 복무 중인 아들의 속옷 빨래를 시키기도 했고, 아들이 휴가를 나오거나 복귀할 때 해당 부대까지 차로 데려다 주라고 지시하기도 했다고 군인권센터는 밝혔다.

군인권센터는 "국가를 지키기 위해 입대한 장병을 '현대판 노예'로 취급할 수 있게 하는 공관병 제도는 폐지해야 한다"며 "박 대장의 보직 해임과 처벌은 물론 그 부인에 대해서도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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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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