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통일외교안보 특보인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는 6일 "개인적으로 북한의 '화성-14형' 발사에 대해 미국 국무부가 너무 쉽게 결론 내린 것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문 특보는 이날 사단법인 한미클럽이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정상회담 이후 문재인 정부와 한미동맹' 세미나에서 북한 ICBM 발사에 대한 의견을 묻자 "화성-14형으로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능력을 가졌다고 하는데 북한의 능력을 과장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특보는 미국 시어도어 포스톨 MIT 공대 교수로부터 받은 전자메일 내용이라면서 "화성-14형을 프리커서(precursor) 즉 초기 단계로 봐야하는지, 프로토타입이라서 이를 통해 재생산이 가능한 것인지 물었더니 이번 것은 초기 단계로 봐야한다고 (포스톨 교수가) 답했다"고 전했다.
이어 "대기권 재진입시 마찰열을 잘 견딜 수 있는지, 감속 컨트롤이 가능한지, 실제 핵탄두 장착시 작동이 가능한지 등에 대해 아직 데이터가 없다"며 특히 "미사일 안정성을 보려면 15회 정도 시험해야 하는데 빈도수가 많지 않은 만큼 북한이 ICBM을 획득했다고 보기에 기술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문 특보는 "그렇다면 아직 시간이 있지 않나. 북한이 ICBM과 핵탄두가 모두 있고 대량생산이 가능하다면 대화가 힘들겠지만 아직은 가능한 것이 아닌가"라며 "워싱턴 주류 전문가 여론을 보면 소수는 극단적 조치도 취해야 한다고 하지만, 대다수는 대화·협상 여지가 있으니 평화적으로 풀어나가자고 한다"고 강조했다.
문 특보는 북한이 이번 ICBM 발사로 미국의 레드라인(저지선)에 근접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레드라인이라는 개념 자체가 좋은 것이 아니다. 레드라인을 정해놓고 선을 넘었을 때 응징을 안 하면 우리의 신뢰성이 없어지고, (이와 반대로) 그에 따라 행동하면 파국적 결과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이어 "내가 낙관주의자라서 그런지는 모르나 북한이 화성-14호를 발사했다고 세상의 끝이 아니다.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고 본다"며 "국제공조를 통해 공동 대안을 모색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문 특보는 또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햇볕정책'과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정책 차이를 묻는 물음에는 "크게 차이가 있다고는 보지 않는다"고 답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