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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 "일본은 미국에 'NO'라고 말하면서 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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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 "일본은 미국에 'NO'라고 말하면서 커갔다"

[평화통일시민강좌] <3>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은 2015년과 지난해에 이어 남북의 화해와 평화통일을 위한 시민들의 모임인 평화통일시민행동(대표 이진호)의 '평화통일시민강좌'를 연재합니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이하는 평화통일시민강좌는 '새정부 통일정책, 이렇게 가야한다'를 주제로 7월 15일까지 총 5회에 걸쳐 진행합니다. (☞강좌 소개 바로 가기)

10.4 선언의 주역이었던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며 지난 10년간의 남북대결정책의 대전환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이번 강좌는 남북의 화해와 평화를 위해 정부가 시급하게 취해야 할 정책들이 무엇이 있을지 살펴보고 다시 6.15시대로 돌아가기 위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모아내는 자리입니다.

새로운 정권이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냉전의 적폐를 해소하고 평화통일의 새시대를 열어갈 수 있도록 여론형성의 장이 될 ‘평화통일시민강좌’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세 번째 강연은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의 강연입니다. 정 전 장관은 '새 정부에 바란다 : 남북관계의 획기적 전환'을 주제로 새 정부에 바람직한 남북관계 및 외교 정책을 조언했습니다. 다음은 강연 주요 내용입니다.

▲ 강연하고 있는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평화통일시민행동

미중간 갈등과 북한 핵미사일 능력 향상 : 출발 쉽지 않을 외교통일 분야

2010년 이후 경제력이 커진 중국은 군사비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겼습니다. 중국이 동북아시아의 군사강국으로 부상하면서 미국이 긴장하기 시작했습니다. 2013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을 만나 "태평양은 중국과 미국이 나눠 써도 될 만큼 충분히 넓다", "미국과 중국사이의 관계를 신형대국관계로 가자"고 했습니다. 중국이 미국에게 자국을 2등으로 인정하라고 이야기 한 것입니다.

전 세계로 보면 미국과 중국의 군사력이 차이가 나지만 동아시아, 태평양 지역만 보면 미국과 중국의 군사력은 큰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거기에서부터 우리의 곤경이 시작됩니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도 미국이 북핵 폐기를 이유로 대지만 중국의 군사력이 강화되는 것을 견제하고 중국이 태평양 지배권을 잠식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입니다. 미중 간 갈등이 심화되면서 우리의 외교적 위치가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외교에서 주도권을 가지기가 어렵게 되었습니다. 더구나 지난 9년 동안 잘못된 대북정책으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이 고도화되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북한이 곧 붕괴한다고 믿었습니다. "통일은 새벽에 도둑처럼 올수 있습니다. 통일이 임박했다고 여러분에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라고 했지요. 박근혜 대통령도 북한 붕괴론을 믿었습니다. 통일은 대박이라 하며 통일준비위를 만들었습니다. 2015년 1월 1일 현충원 참배를 하며 '통일원년'이라고 썼습니다.

북한붕괴가 임박했다는 그 미망 때문에 북한 붕괴를 압박하고 남북대화를 하지 않고 교류협력을 차단시켰습니다. 그 시간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는 절호의 시간이었습니다.

북한을 협상장에 나오게 할 수 있는 레버리지가 바뀌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시절에는 북한의 경제가 어려웠습니다. 1994년 김영삼 대통령과 김일성 주석이 정상회담을 하려고 했을 당시 저는 김영삼 대통령한테 "지금 북한경제가 어렵습니다. 그들이 절실하게 남북경제협력을 필요로 할 것입니다. 이 틈새를 파고 들어가서 그들이 필요로 하는 먹을 것, 입을 것을 주는 대신 그들이 휴전선 가까이 전진 배치해 놓은 장사정포와 방사포를 뒤로 물리려는 협상을 하시고 장관급 회담만 합의해 주시면 나머지는 실무적으로 얼마든지 풀어나갈 수 있습니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김영삼 대통령은 "그래, 돈 주면 안되겄나"라고 했습니다. 경제협력지원으로 군사적 긴장완화를 하려고 했던 것이 1994년 7.27정상선언의 내용이었습니다.

2000년 정상회담에서도 그런 식으로 남북관계를 관리할 수 있었습니다. 2007년 10.4선언이 나왔을 때도 남한의 경제력을 레버리지로 해서 북한의 대남군사도발을 사전에 억지하거나 줄일 수 있는 찬스가 많았습니다. 북한의 군사력을 관리할 수 있었습니다.

북한도 남한과의 경제협력을 유지시켜 나가는 것이 자신에게 경제적 도움이 된다는 전망이 있었으므로 쓸데없이 군사적으로 남한을 괴롭혀 손해 볼 필요가 없다 생각했습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손을 맞잡은 남북 정상. ⓒ연합뉴스

그런데 이명박 정부 들어서 북한을 압박하는 정책을 펼치니 북한에 틈새시장을 주고 말았습니다.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에 대한 유엔제재가 이루어졌지만 중국 같은 경우 외형적으로는 협조했으나 내부적으로는 뒷문을 열어주었습니다.

민생물자는 차관문제라 하여 중국산 생필품이 북한으로 들어가게 했습니다. 군사적으로 전용될 위험한 물건은 규제했지만 그것은 북한에 아무런 제약이 되지 않습니다. 북한은 돈 들여서 외부로부터 기술을 사오는 나라가 아니라 자체적으로 기술을 개발하는 나라입니다.

또한 북한은 내수경제가 돌아가는 방식으로 경제를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과거 1990년대~ 2000년대 초까지는 식량문제가 심각했지만 이제는 식량문제는 없습니다. 북한의 경제상황이 나아졌습니다.

지금은 지원이 아니라 협력사업을 해야 합니다. 규모가 큰 투자를 해야 합니다. 북한은 포전담당제 등을 통해 단위면적당 생산력을 늘리고 있고 장마당에 물건이 돌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식량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됐지만 생산력을 늘리기 위한 농약과 비료 생산의 과제가 있습니다.

비료는 석유산업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석유 도입량이 2억 4000만 톤이지만 북한은 100만 톤이 되지 않습니다. 비료생산에 여력이 없다고 봐야 합니다.

20년 전 일이므로 그렇다 단정할 수는 없지만 석유와 관련이 있는 농업용 비닐생산도 어렵습니다. 사회간접자본(SOC)에 속하는 항만, 부두, 도로, 철도 현대화 사업도 필요합니다. 철도의 현대화는 블루오션으로 가는 방법입니다. 만주 동북3성과 러시아의 연해주를 철의 실크로드로 연결해야 하는데 북한의 침목은 많이 낡았습니다. 이런 것을 현대화해야 하며 이 협력사업을 남북이 함께 해야 합니다.

비반북과 반북의 남남갈등,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가

남남갈등이 심화됐습니다. 김영삼 정권까지는 남남갈등이 없었습니다. 남남갈등은 햇볕정책 때부터 나왔습니다. 김영삼 정권 때까지는 통일문제가 담론 수준이었으므로 현실문제로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북한 사람을 본적도, 만난 적도 없고 평양에 가본 사람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햇볕정책이 추진되기 시작하니 민간차원의 왕래와 대북지원이 쉬어졌습니다. 정부 차원에서도 회담도 많아졌습니다. 이러면서 통일 가능성이 점점 높아졌습니다.

우리사회는 분단을 전제로 구축된 기득권이 있습니다. 반북을 전제로 해서 먹고사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지난번 태극기 집회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분단체제하에서 구축된 기득권이 와해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생기면서 분단체제를 허물어뜨릴 수 있는 정책에 대한 저항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이 남남갈등입니다. 남한 내에서 반북과 비반북 사이의 이념적 갈등입니다.

대북정책을 무조건 추진하지 말고 남남갈등을 해소하면서 전진을 해야 한다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생겼습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는 남북화해정책에 대한 저항이 남남갈등으로 나왔으며 이명박,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대북압박정책에 대한 저항이 당연히 생겼습니다.

지난 탄핵정국에서 남남갈등이 극렬하게 물리적으로 일어났습니다. 태극기 집회에서 촛불은 종북이고 태극기는 애국이라 했습니다. 반박근혜는 종북, 친박근혜는 애국처럼 되었습니다. 촛불의 힘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대북 화해 정책을 추진하는데 종북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출발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습니다.

적극적으로 정책이 전개되지 않아서 그렇지 앞으로 남남갈등이 심각한 문제가 될 것입니다. 아직은 선언적인 것에 그치고 있지만 실제로 남북교류협력이 노무현 정부 말기처럼 복원된다면 태극기 집회 세력이 절대로 가만있지 않을 것입니다.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평화통일시민행동

남북관계가 중심, 외교 자기중심성 확보해야

저는 어디까지나 대한민국의 국가이익을 위해서 외국과 협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주변 국가들과 협상하는데 항상 대한민국의 국가 이익을 머릿속에 넣고 협상에 임해야 합니다. 자기중심성을 놓고 생각해야 합니다.

일본은 이미 60년 말~70년대 초에 지식인들 사이에서 '우리도 미국에 대해 'NO'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퍼졌습니다. 2차 대전 패전국인 일본을 미국이 조금 풀어주면서 안보관계를 완전히 상하종속관계로 만들려고 할 때 일본 언론이 벌떼처럼 일어났습니다. 보수, 진보 언론 할 것 없이 '미국이 일본에 이러면 안된다. 우리가 패전국이지만 너무하지 않냐, 우리가 종이냐'고 했습니다.

이것이 일본 외무성 관리들이 미국과 협상할 때 큰 힘이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일본은 미국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으면서 잘 협조하여 경제적 군사적으로 G3에 들어갔습니다. 'NO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이라는 국민적 분위기가 일본을 저렇게 강국으로 만들었습니다. 미국에 'NO'라고 말할 수 있는 지도자가 일본사회를 이끌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관계를 중심에 놓고 한반도 문제를 풀려고 합니다. 북핵문제를 푸는데 있었어도 남북대화를 통해 북한이 북핵문제 해결에 협조적으로 나올 수 있도록 수순을 밟아가겠다고 하는데 저는 올바른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핵문제 해결이 당면 최고의 과제입니다. 그런데 북핵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슨 남북대화냐며 북핵문제 해결을 조건화하는 잘못된 인식이 있습니다. 하지만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남북대화를 시작해야 합니다. 미국 대통령까지도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김정은 위원장과 대화하겠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남북대화, 북미대화 입구로 들어가서 북핵문제 출구로 나가겠다고 미국이 이미 순서를 정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북핵문제가 해결이 안되었는데 무슨 남북대화 재개냐 하며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종북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그런 식이면 트럼프 대통령도 종북인가요?

트럼프 대통령은 햄버거 먹으면서 김정은 위원장과 대화하겠다고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미북정상회담이라는 입구로 들어간다는데 그것은 올바르다 하고 우리가 북핵문제를 풀기 위해서 남북관계 먼저 복원하고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을 빨리 재개해야 한다고 하면 그것은 종북이라 합니다. 잘못된 생각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관계를 중심축에 넣고 북핵문제를 풀기 위해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것은 올바르게 설정된 정책방향이라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재개라는 입구로 들어가서 남북관계 복원이라는 중간대문을 통과하여 북핵문제 해결이라는 출구로 나와야 합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을 재개하여 한반도의 좁은 동쪽과 서쪽의 철조망을 통과해서 평양까지 가야합니다. 국장급, 차관급, 장관급회담 이런 식으로 남북관계를 복원시켜 나가야 합니다. 그래야 6자회담에서 우리의 입지가 생기고 북한을 설득할 수 있습니다.

유엔 대북제재와 5.24조치, 얼마든지 피해갈 수 있다

유엔 대북제재를 무시하고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재개는 안 된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북한에 들어가는 돈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쓰이므로 안 된다고 합니다. 돈은 전부 다 그리로 들어간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북한은 돈 쓸데 많습니다. 미사일, 핵은 군수담당비서가 지휘하는 군수공업위원회가 관할하며 북한은 미국과 사이 안좋은 나라들과 무기 거래를 해서 일 년에 10억 달러씩 벌어옵니다. 이건 2006년 북한이 미국에 이야기 한 것입니다.

그래서 미국이 10억 달러는 너무 많고 5억 달러 정도까지는 쳐준다 했고 북한이 3년 동안 미사일 발사를 유예하면 5억 달러 상당의 식량을 지원한다고 했습니다. 협상이 되어 타결되었고 북한이 얼마동안 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 개성공단에서 조업중인 노동자들 ⓒ개성공동취재단

유엔 대북제재는 그렇게 까다롭지 않습니다. 철저하게 금강산관광이나 개성공단 재개를 틀어막는 것처럼 해석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주로 발언을 해서 그렇지 유엔제재 내용을 들여다보면 틀어막는 것은 아닙니다.

유엔제재에는 '군사적으로 전용될 수 있는 우려를 표시한다'라고 되어있습니다. 안했으면 좋겠다는 것이지 하지 말라는 것은 아닙니다. 유엔제재의 해석은 유엔제재를 주도한 미 재무부가 결정하게 되어 있습니다.

2014년 금강산 관광 재개 이야기가 나오니 관광 자금이 '벌크캐시'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이후 미 재무부 실무 관리자가 금강산으로 들어가는 돈은 유엔제재의 벌크캐시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말을 했는데 언론에서 금방 사라졌습니다.

미 재무부 관리들과 잘 협의하면 얼마든지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국제적으로 제약은 그렇게 풀어야 하고 5.24조치 해제 논의가 나오게 되는데 이 조치도 해석여부에 따라 전면적으로 폐지한다는 이야기를 안 하고도 얼마든지 피해갈 수 있습니다.

법은 해석하기 나름입니다. 완전폐기는 천안함 문제가 있기 때문에 어렵지만, 해석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을 재개할 수 있는 방법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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