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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생의 투쟁은 '학벌 지키기' 투쟁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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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생의 투쟁은 '학벌 지키기' 투쟁이 아닙니다

[기고] 징계·고발 폭탄 맞은 서울대 학생들, 대체 왜?

서울대학교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철회를 위해 투쟁하던 학생들이 위기에 처했다. 지난 5월 2일, 성낙인 총장은 담화문을 통해 행정관 점거에 나선 학생들에 대해 중징계와 형사고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발표했다. 학생처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사태로 출교조치를 당한 학생이 10명이고 정학은 수십 명이나 당했다. 4명의 학생에게는 관악경찰서로부터 출석통지서가 날아왔다. 대학가 사상 초유의 징계사태다.

학생들은 시흥캠퍼스가 알려진 이후 관련해서 줄곧 문제제기를 해왔다. 이들은 시흥캠퍼스가 대학공공성을 해친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학교는 끝내 비밀리에 협약을 체결했고, 반대하는 학생들에게 징계와 고발장으로 응대했다.

도대체 서울대는 왜 이리도 시흥캠퍼스에 목숨을 걸고 있을까. 반대로 학생들은 왜 총장실 점거, 천막농성, 단식농성을 하면서까지 시흥캠퍼스 사업에 반대하고 있을까. 이를 이해하려면 법인화 이후 서울대학교의 현실을 이해해야 한다. 법인 서울대는 학생들에게 출교 조치를 준비하면서까지 시흥캠퍼스 사업에 목 메는 걸까.

ⓒ서울대 총학생회

시흥캠퍼스: 부동산 투기사업에 발 담근 서울대

시흥캠퍼스 사업을 진행하는 특수목적법인(SPC)에는 시흥시와 한라건설 그리고 서울대학교가 들어와 있다. 이중 신도시 사업을 진행하는 시흥시는 배곧신도시 부지 중 일부를 SPC에 제공한다. 한라건설은 시흥시가 제공한 부지 위에 아파트를 짓고 분양수익을 얻고, 시흥시가 제공한 부지 위에, 아파트 분양수익을 바탕으로 캠퍼스에 필요한 건물을 조성한다. 이 작업이 끝나면 SPC는 캠퍼스 부지와 건물을 서울대학교에 무상으로 제공한다.

서울대의 입장에서 보면, 무상으로 부지와 건물을 얻게 되는 셈이니 전혀 마다할 이유가 없다. 한라건설 입장에서도 아파트 분양수익을 올렸으니 소기 목적을 달성했고, 시흥시의 입장에서는 신도시사업의 핵심인 서울대 캠퍼스를 유치하는 셈이니 만족스러울 것이다. 그런데 학생들은 무엇이 문제라고 하는 것일까.

문제는 신도시 건물들의 분양수익을 올리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2013년 언론기사를 통해 시흥캠퍼스 사업 내용이 알려진 이래, 학생들은 시흥캠퍼스 사업이 부동산 투기사업이라고 지적했다. 시흥시는 배곧신도시를 홍보할 때, 서울대학교 시흥캠퍼스를 핵심으로 홍보했다. 실제로 배곧신도시 주요 광고 문구는 '유학가자, 서울대 신도시로!'였다. 배곧신도시 일부 건물의 경우 노골적으로 '서울대가 바로 앞! 투기수익이 맨 앞!'을 캐치프레이즈로 활용하며 서울대라는 이름을 활용한 투기를 조장했다.

또한 서울대 총장이 학내갈등을 수습하고자 일부 학생 의무기숙 또는 일부 교육단위(단과대 등)의 이전은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신문광고에는 버젓이 배곧에 서울대 학생들이 들어와 상권이 살아날 것이라고 소개되었다.

시흥캠퍼스가 위태롭다는 소문이 일자 시흥시의회는 17일, '서울대 시흥캠퍼스 조성사업 정상화 촉구 결의안'을 채택하고 '의무 기숙형 시흥캠퍼스 건립'을 촉구했다. 이른바 '서울대 마케팅'이 배곧신도시의 분양성을 높였고 시흥시와 한라건설은 높아진 분양성을 통해 얻은 차익금으로 시흥캠퍼스 내 건물을 지을 수 있었던 것이다.

정리하자면 시흥캠퍼스는 첫째, 부동산 투기를 적극적으로 조장해 얻은 수익을 통해 지어지는 사업이기 때문에 문제다. 둘째, 한국이 학벌주의가 어느 나라보다 팽배해있고, 그 정점에 있는 서울대가 이 학벌주의를 통해 투기를 조장했기 때문에 또한 문제다. 일부 시민들은 서울대생의 투쟁을 '학벌 지키기' 투쟁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더러 있으나, 오히려 학생들은 대학본부의 부끄러운 '서울대 장사'를 규탄하고 있는 셈이다.

더욱 근본적으로는, 대학의 캠퍼스 건축과 운영이 국가나 사회의 책임으로 진행되지 못하고, 민간 수준에서 진행된다는 점이 문제라 할 것이다. 마땅히 사회적이고 보편적인 활동인 교육이 부동산 시장 등에서의 사적 재원에 기대고 있는 상황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대학신문

시흥캠퍼스의 뿌리는 결국 서울대 법인화

서울대 학생들과 투쟁을 지지하는 교수들은 시흥캠퍼스 문제를 법인화가 낳은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국립대학이었던 서울대는 2011년 정부로부터의 '독립'과 '자율'을 주창하며 스스로 재원을 마련하는 '법인'으로 거듭나기를 선택했다. 국가의 책임아래 국가재정으로 학교를 운영하는 대신 법인이사회의 책임 아래 법인이 스스로 마련한 재원으로 서울대를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러나 2011년 이래 6년간, 서울대가 주장하는 '자율'은 돈을 아낄 자유에 지나지 않았음이 확인되고 있다. 법인이 알아서 재정조달를 하게 되자 기업식 운영원리인 '저비용 고효율'의 원리가 학내 곳곳에 도입되는 추세다. 학내 고용의 외주화와 전반적인 학내 노동자 비정규화, 예고 없는 비정규직 해고 등이 법인화 이후 빈발했다. 행정조교를 편법으로 고용했다가 감사원에서 지적을 당하자 해고시키기도 했으며, 5년 고용이 보장된 성악과 시간강사들을 해고했다가 중앙노동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1년 만에 복직시킨 사례도 있다. 작년에는 박근혜 정권의 대학구조조정 사업인 코어사업에 참여하는 등 돈이 되는 사업이라면 참여하고 돈을 쓰는 일이라면 최대한 회피했다. 이른바 '대학기업화'라고 불리는 현상이다.

이런 기조의 서울대가 제2캠퍼스를 짓는다면 어떤 지자체, 건설사와 함께 사업을 진행할 것인가. 두말없이 무상으로 토지를 제공하는 지자체, 무상으로 시설을 지어주는 건설사와 계약을 맺고 사업을 추진할 것이다. 실상은 완전 무상이 아니라 서울대의 이름값을 팔아서 캠퍼스를 짓는 것이겠지만, 이름값을 팔았다는 사실은 전혀 문제가 되지 못한다. 대학의 사회적 역할, 시장에 대한 비판적 성찰, 대학공공성에 대한 고민 등은 법인의 대차대조표에 나타나지 않기에, 법인의 고려대상에서도 제외되었다.

정리하자면, 시흥캠퍼스 사업의 뿌리는 법인화에 있다. '자율'을 주창하며 재정 마련에 혈안이 된 대학은 점점 하나의 기업으로 바뀌고 있다. 마지막까지 비판적 성찰을 수행해야 할 대학이 이윤만을 쫓아서는 안 되기에, 학생들은 1년 넘도록 숨가쁘게 투쟁했다. 그리고 투쟁했다는 이유만으로 출교와 형사고발을 눈앞에 두고 있다. 법인화 6년의 산물을 정리하자면 바로 이것이 아닐까.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면서도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대학, 저항하는 구성원을 낙인찍고 내쫓아버리겠다는 대학. 그리고 대학본부 안에 여전히 투쟁을 포기할 수 없는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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