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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이 교육에 미치는 영향

[격월간 민들레] 삶과 맞닿아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이 교육에 미치는 영향

"데이터가 수십 년 동안 학계를 지배하고도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자 '빅'이라는 괴물 같은 용어를 붙여서 또 해 먹으려고 하는구나."

<빅데이터는 거품이다>(김동환 지음, 페이퍼로드 펴냄)라는 책에 나오는 문구다. 저자의 말처럼 어쩌면 '빅'데이터라는 말은 기존에 있던 '데이터'에 그럴싸한 수식어를 붙여, 더 나아진 건 없지만 마치 미래지향적 기술인 양 포장한 개념인지도 모른다. 4차 산업혁명으로 개발된 각종 기술들 또한 이런 의심을 품게 한다. 정말 우리의 미래는 그렇게 변할까? 이런 이야기들에도 잔뜩 거품이 있는 것은 아닐까? 어쩌면 사람들 스스로 기술에 대한 자발적 맹신을 추동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런 기술이 미래의 교육과 삶을 정말 더 나아지게 할 것인가.

ⓒpixabay.com

ICT(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를 기반으로 새로운 형태의 교육이 등장하고 있다. 이미 잘 알려진 '칸 아카데미(Khan Academy)', '무크(MOOC)' 등의 인터넷 동영상 교육뿐 아니라 강의실 없는 대학으로 유명한 '미네르바 스쿨(Minerva School)', 개별화 교육, 메이커 교육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몇 달 전, 한 신문사가 주최한 에듀테크 관련 콘퍼런스를 다녀왔는데, ‘에듀테크(Education Technology)’라는 명칭을 통해 어댑티브 러닝(Adaptive Learning, 사용자 데이터와 머신러닝을 기반으로 사용자의 수준에 맞춘 문제와 풀이를 제공하는 기술), 소셜 학습 플랫폼, 태블릿 PC를 이용한 증강학습, 교육용 게임, 빅데이터 기반의 맞춤형 학습 코칭 등 배움의 형태도 다양해지는 추세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술의 발전에 따라 교육도 지금보다 나아지는 부분이 분명 있을 것이다. 우선, 언제 어디서나 배움이 일어날 수 있다. 여전히 대다수의 사람들은 교육 공간으로 학교만을 생각한다. 이런 점에서 ICT 기반의 기술은 교육이 반드시 학교에서만 일어난다는 생각을 깰 수 있는 좋은 기폭제가 될 것이다. 얼마 전 '영재발굴단'이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피아노를 기막히게 잘 치는 아이가 출연했다. 악보를 전혀 볼 줄 모르는 이 친구가 피아노를 잘 치게 된 비결은 스마트폰에 있었다. 악보를 시각화하여 피아노 건반 위에 차례대로 보여주는 애플리케이션으로 피아노를 배운 것이다. 독학으로 말이다! 이 사례는 앞으로 얼마든지 여러 분야에서 보편화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개별 맞춤형 교육도 가능해질 것이다. 지금의 교육에서 개별 맞춤이 어려운 이유는 (예전보다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과밀한 학급당 학생 수의 영향이 클 것이다. 하지만 빅데이터 기반의 미래 교실에서는 자신의 속도와 개성, 적성에 맞는 개별 맞춤형 교육이 가능해질 것이다. 예를 들면, 벽 전체가 터치스크린으로 둘러싸인 원통형 교실에서 가상현실을 매개로 각 학생들에게 맞춤화된 인공지능 선생님을 만나는 모습을 생각해볼 수 있다. 각자의 속도에 맞게 교육을 받을 수 있음은 물론이거니와, 그동안 축적된 개인별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신의 개성과 적성에 맞는 최적화된 학습을 제공받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증강현실 및 가상현실, 교육 게이미피케이션(게임의 스토리, 다양한 미션, 재미 요소를 교육에 접목해 학습을 게임처럼 즐기게 하는 방법) 등으로 효과적인 몰입과 체험 교육도 가능해진다. 시공간의 한계를 벗어나 교육 주제에 맞는 효과적인 학습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가상현실 기기를 머리에 쓰는 순간 전 세계는 물론 가상 세계까지 오가며 다채로운 간접경험을 할 수 있고, 증강현실 기술은 현실 세계 위에 다양한 가상 이미지를 덧붙여주어 책이 가진 2차원 평면이라는 한계를 벗어나 효과적인 배움과 상호작용이 가능하게 해준다.

이런 현상을 통해 교육 격차가 감소될 수도 있다.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교육과 문화적 기회에 대한 접근성이 증가하면서 소외되었던 아이들이 각종 학습 콘텐츠를 이전보다 많이 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물론 접근성이 증가한다고 해서 곧바로 격차가 줄어들진 않지만 적어도 배움의 기회라는 측면에서 조금이나마 비슷한 선상에 설 수 있게 되는 효과는 있을 것이다.

기술 발달에 따른 우려점

그럼에도 몇 가지 우려를 감출 수 없다. 어쩌면 기술은 우리의 삶과 교육을 더 피폐하게 만들지도 모른다. 인간을 넘어서는 기계가 등장한 만큼 기계화된 인간이 늘어날지도 모르는 일이며, 기계에 종속되어 그것 없이는 기본적인 삶도 꾸려나갈 수 없는 무기력한 사람이 양산될지도 모른다. 이미 스몸비(smombie, 스마트폰과 좀비의 합성어로 스마트폰에 집중한 채 걷는 사람을 뜻한다)라는 신조어가 생길 만큼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 중독에 빠져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지 않은가.

배움에 있어서도 수업의 목적과 교과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최신 기술을 맹목적으로 사용한다면 학습 효율은 오히려 떨어질 것이다. 에스컬레이터를 생각해보자. 에스컬레이터의 목적은 힘든 경사로를 걷지 않고도 편리하게 가기 위함이다. 그런데 우습게도 에스컬레이터에 올라타 있는 사람들은 그 위에서도 더 빨리 가기 위해 걷고 뛰고, 그러다가 이따금 사고까지 발생한다. 교육에서 기술도 에스컬레이터 같은 견인 역할 정도가 아닐까. 배움에 기술을 적용한 취지를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리고 자칫 신기술은 교육의 근본적인 문제를 가릴 수도 있다. 현재 피폐해진 교육의 모습이 과연 기술이 부족해서였던가. 새로운 기술로 교육을 혁신하고 미래 기술에 대비하기 위한 각종 교육들을 시행하면 그간의 교육 문제가 해결될까. 교육 문제의 근본 원인은 제대로 진단하지 못하거나 방치해놓고, 새롭거나 좋아 보이는 것에 현혹되어 무작정 따라 하고 무리하게 적용해온 탓도 적지 않다. 2015년 해군사관학교에 근무할 당시 '거꾸로 배움'(전달식 강의를 전체 배움 공간에서 개별 배움 공간으로 옮기고, 그 결과 남겨진 전체 배움 공간을 역동적이고, 서로 배울 수 있는 환경으로 바꾸는 교육 실천) 열풍이 불었다. 각종 미디어와 강연에서 거꾸로 배움의 효과가 퍼지자 구체적 검증도 없이 학교 전체에 의무적으로 이 수업 방식을 도입하려 했다. 강의에서 거꾸로 배움의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를 보고해야 했고, 교과의 특성과 주제, 교수들의 기존 교수법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아 많은 이들의 반발을 샀다. 이 모든 것을 신속하게 결정한 것은 다름 아닌 학교장이었다. 이 같은 상황은 교육현장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기술이 발전한다고 해서 교육의 본질이 변하는 건 아닐 것이다. 기술을 통한, 기술을 위한 새로운 교육이 또다시 '문제를 가리는 도구'가 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기술의 발달로 교육이 상업화되는 것 또한 경계해야 할 점이다. 이미 여러 업체들이 ICT 교육을 통한 돈벌이에 뛰어들고 있다. 무크만 봐도 언뜻 보기엔 저렴한 가격으로 언제 어디서든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좋은 시스템인 것처럼 보이지만, 운영 주체들의 입장에서는 큰 노력 없이 추가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서비스이기도 하다. 실제로 무크에는 수료증 출력 같은 추가 옵션에 따라 다양한 요금제가 존재한다. '교육시장' '교육산업'이라는 말이 너무나 자연스레 쓰일 정도로 이미 교육은 순수한 형태의 모습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기술을 통해 접근이 쉬운 혁신적인 교육 서비스를 제공한다고는 하지만 배울 기회가 많아진다고 해서 이것이 언제나 내면의 배움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기술은 배움의 문 앞에 빠르게 다다를 수 있는 역할을 할 수는 있지만 그 문을 여는 건 아이들 스스로의 호기심과 동기, 그리고 누군가의 적절한 도움이다. 벽에 난 구멍(Hole in the Wall) 프로젝트를 주도했던 인도의 수가타 미트라 박사는 테드(TED) 강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인도의 교육학자 수가타 미트라 박사는 인도 델리의 빈민가 한 건물 벽에 구멍을 내고 컴퓨터를 설치했다. 이를 우연히 본 아이들은 스스로 컴퓨터 내에 설치된 각종 소프트웨어와 인터넷을 익히고 외국어, 수학, 과학 등을 배웠다).

"스스로 학습 환경을 만들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한다면, 누구나 스스로 배울 수 있다."

기술이 배움의 시작이 되긴 했지만, 이 배움도 의무가 된다면 어떤 첨단 기술도 아이들의 진정한 배움을 유도할 수 없을 것이다. 결국 기술이 해야 할 역할은 '함께 배우는 구성원 간의 관계를 강화하는 것'이 아닐까. 첨단 기술에 힘입어 교육이 자본으로,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한다면 우리는 또다시 잘못된 교육의 구렁텅이에 빠지는 꼴이 될 것이다.

거품에 빠질 것인가, 거품을 즐길 것인가

이렇듯 기술은 양날의 칼과 같다. 기술을 활용해 교육이 나아질 수 있는 부분도 있고, 급격한 기술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교육이 변해야 할 부분도 있을 것이며, 기술과는 무관하게 교육이 지켜가야 할 부분도 있을 것이다. 교육은 언제나 삶과 맞닿아 있으며 현 사회의 모습을 반영하기에,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변할 때마다 교육 역시 이에 맞춰 변화하기 마련이다. 특히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기술변화는 노동시장을 비롯해 우리의 삶을 그 어느 때보다 크고 빠르게 변화시킬 것이다. 사무직, 의사, 약사, 변호사, 회계사, 펀드 매니저, 기자, 택시 및 버스 기사, 판매원 같은 직업들이 10년 후에는 사라질 거라는 전망이다. 이미 인공지능을 통한 의료 진단, 약 제조, 법률 자문, 주식 투자 등이 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의 핵심은 '본질을 흐리지 않는 것'이다. 기술 만능주의에 빠져 새로운 기술이 우리를 구원할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으로 기존 문제들의 근본적인 원인을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여전히 우리가 지향해야 할 것은 기술을 활용한 최첨단 교육이 아니라, 아이들이 본연의 모습을 살리며 성장해가는 진정한 의미의 교육일 테니까.

그러려면 기계는 결코 따라 할 수 없는 '사람다운' 역량을 길러야 하지 않을까? 사람다운 역량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선 결국 사람에 대한 공부를 해야 할 것이고, 이는 곧 삶에 대한 공부, 삶을 통한 공부가 될 것이다. 어쩌면 삶 자체가 공부가 되는 교육이 더욱 필요한 것이다. 학교가 생기기 이전에도 교육은 존재했다. 삶과 분리되어 있는 교육이 아니라 삶과 맞닿아 있는 교육이 되어야 할 것이다.

다양한 구성원들이 공동체 속에서 한데 어울려 협력을 기반으로 한 배움이 더욱 필요할 때다. 어른들의 편협한 직업관으로 아이들의 미래를 판단하지 않고, 이들이 만들어갈 미래를 위해 진정으로 필요한 기본적인 역량에 초점을 맞춰야 하지 않을까. 앞으로 수많은 직업들이 사라지고 또 생겨날 것이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평생 동안 여러 직업을 갖게 될 상황에서 아이들이 어떤 일을 하더라도 마지막까지 자신의 삶을 살아갈 줄 아는, 그리고 공동체를 생각할 줄 아는 '시민'으로 성장하는 교육이 필요한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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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은 격월간 교육전문지 <민들레>와 함께 대안적인 삶과 교육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민들레>는 1999년 창간 이래, '스스로 서서 서로를 살리는 교육'을 구현하고자 출판 및 교육 연구 활동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교육은 곧 학교 교육'이라는 통념을 깨고, 어른과 아이가 함께 성장하는 '다양한 배움'의 길을 열고자 애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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