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관건은 뇌물죄 입증이다. 오는 21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 조사를 앞둔 검찰의 행보는 '대선 전 수사 마무리'와 '뇌물 혐의 입증'에 방점이 찍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는 5월 9일 대선을 의식해야 하는 검찰에게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일각에서는 사전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4월 19일 이전에 수사를 마무리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 삼성동 자택 압수수색 안 한다"는 검찰, 왜?
16일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박근혜 전 대통령 수사와 관련해 청와대, 박 전 대통령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이 불필요하다고 밝혔다. 특수본 관계자는 "압수수색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압수수색은 수사 초기 증거 수집이 중요한 목적인데, 알다시피 현재는 수사가 정점으로 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 상황에서 압수수색은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앞서 특검은 청와대 압수수색 시도에 실패했고, 삼성동 자택은 아직 압수수색을 받지 않았다.
특수본이 왜 수사의 기본인 압수수색을 포기하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관측이 엇갈리고 있다.
야당에서는 "지금도 증거인멸의 가능성이 많은데 왜 당장 압수수색을 실시하지 않느냐(이춘석 의원)"는 말이 나왔다. 검찰이 특검 수사 기록만 받아서 적당히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공소장을 쓰는 수준에서 멈추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1기 특수본과 특검팀의 청와대 압수수색 시도 소모전 등을 상기해봤을 때, 큰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의 뇌물죄 입증을 위한 소환 조사 대비와 법리 구축 등에 집중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또한 청와대 압수수색 가능성은 희박하더라도, 삼성동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 가능성은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말도 나온다. 이창재 법무부 차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긴급 현안질의에서 "청와대 압수수색에 대한 의지를 오늘이라도 밝혀야 한다"는 민주당 이춘석 의원의 지적에 대해 "어디를 압수수색한다는 것을 수사 중에 미리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검찰이 의지를 가지고 적절히 결론 내릴 것으로 본다"고 했다.
삼성동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 않은 것이다.
SK '뇌물 관련자' 소환…박근혜 대면조사 대비용?
검찰이 이날 오전 김창근 전 SK그룹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김영태 전 수펙스추구협의회 산하 커뮤니케이션위원장, 이형희 SK브로드밴드 대표이사 등 SK그룹 수뇌부 3명을 전격 소환 조사한 것도 여러 해석을 가능케 한다. 지난 13일에는 SK·롯데 등 면세점 인허가 특혜 의혹과 관련해 관세청 직원 2명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는 21일 예정된 박 전 대통령 소환 조사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그간 삼성 관련 수사와 관련된 부분은 박 전 대통령 측 역시 상당 부분 파악하고 대면 조사에 대한 대비도 마쳤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SK그룹 등 다른 대기업에 대한 수사는 특검이 넘겨준 자료를 이관받아 추가로 진행하는 것이다.
실제 이날 소환된 이들은 모두 '뇌물 혐의'와 관련이 있다. 앞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SK그룹과 롯데그룹, CJ그룹 등 대기업 수사를 시간 부족으로 끝내지 못한 데 아쉬움을 표하면서 "최순실 사건은 두 고리가 있는데 하나는 최씨가 박근혜 대통령을 팔아 국정농단을 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정경유착"이라고 했었다. SK그룹 등 다른 대기업과 박 전 대통령 간 '뇌물 수수' 여부를 밝혀내지 못한 데 대한 안타까움이었다.
현재 검찰은 SK가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111억 원이 대가성이 짙다고 보고 혐의 내용이 뇌물공여죄에 해당하는지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창근 전 의장은 2015년 7월 박 전 대통령이 대기업 회장들과 이른바 '단독 면담'을 하던 즈음, 수감 중이던 최태원 SK 회장을 대신해 독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 사람이 청와대 인근 안가에서 단독 면담을 한 지 20여 일이 지난 8월 15일 최 회장은 재벌 총수 중 유일하게 광복절 특별사면·복권을 받아 출소했다. SK그룹은 같은 해 11월 미르재단에 68억 원, 이듬해 2∼4월에는 K스포츠재단에 43억 원을 출연했다.
김 전 의장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도 최 회장 사면을 청탁하기 위해 연락을 넣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 1월 13일 최순실 씨 등 국정 농단 관련 사건 공판에서 관련 문자 메시지를 공개했다.(☞관련 기사 : SK총수 사면 직전 안종범에 문자 "하늘 같은 은혜...")
김 전 의장은 그러나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검 청사 앞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 최태원 회장 사면을 청탁했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그랬겠느냐"며 의혹을 부인했다.
이날 함께 검찰에 소환된 김영태 전 위원장은 최 회장의 사면 며칠 전 교도소에 찾아가 사면 관련 언급을 최 회장에게 미리 귀띔한 의혹을 사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당시 최 회장에게 "왕 회장이 귀국을 결정했다. 우리 짐도 많아졌다. 분명하게 숙제를 줬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왕 회장'은 박 대통령, '귀국'은 사면, '숙제'는 그 대가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형희 대표는 2015년 SKT 부사장을 지내던 당시 청와대의 중소기업 제품 납품 주선 의혹과 관련해 안 전 수석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소환된 이들의 피의자 신분 전환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최 회장 소환 여부에 대해서도 "두고 봐야 한다"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 구속 여부도 관심사다. 검찰 안팎에서는 뇌물 공여 혐의로 구속 기소된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과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박 전 대통령을 구속 수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SK그룹 등 대기업 뇌물 의혹 관련 추가 조사 역시 박 전 대통령 구속을 염두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이 소환에 응할 경우 검찰의 구속 영장 청구는 확실시되는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이 소환에 응하지 않을 경우도 물론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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