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변론에서 막말 논란을 낳은 박근혜 대통령측 김평우 변호사가 다시금 막말을 이어갔다.
국회의원을 일본의 범죄 집단인 "야쿠자"로 비유한 데 이어, 헌법재판소가 박 대통령 탄핵안을 인용하면 내란이 일어난다고도 주장했다. 박 대통령은 "무고하다"고 변호했다. 세월호 7시간을 두고는 "대통령이 머리 깎으면 안 되느냐"고도 했다.
22일 열린 탄핵심판 16차 변론에 앞서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심판정 안팎에서 사법권의 독립과 재판의 신뢰를 훼손하려는 여러 시도에 대해 다시 한번 매우 우려를 표한다. 모든 분들은 재판 진행을 방해하는 행위를 절대 삼가주시기를 바란다"고 강조했으나, 김 변호사는 특유의 주장을 이어갔다.
이날 16차 변론은 이번 탄핵심판의 마지막 증인 신문일이자, 최종변론일이 확정되는 날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측 변호인단은 기존의 시간끌기 전략을 이어가며 이날도 증인 신청 작전을 폈다.
김 변호사는 20일 열린 지난 15차 변론에서 "당뇨 때문에 음식 먹을 시간을 달라" "(이 권한대행을 향해 삿대질하며) 왜 함부로 재판을 진행하느냐"는 상식 밖의 막말을 한 바 있다.
김 변호사는 이날 16차 변론에서 특히 국회를 싸잡아 비난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박 대통령도 탄핵심판대에 올랐다며 "이런 추세가 계속 된다면 83년 남은 21세기에 10명의 대통령이 재판을 받는 비극"이라고 강조한 후 "탄핵심판 제도 때문에 헌정질서가 무너진다"고 주장했다. 대통령 잘못은 거론조차 하지 않았다.
김 변호사는 대통령 탄핵심판의 원인으로 대통령측 비리가 아니라 국회를 꼽았다.
그는 "문제는 이 나라의 단헌제 국회가 적법 절차를 무시하고 탄핵하는 나쁜 버릇 때문"에 박 대통령이 탄핵됐다며 나아가 "탄핵심판의 전속적 권한을 가진 헌재가 국회의 자율권이라는 이유로 위헌심사를 하지 않고 면죄부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와 헌법재판소를 싸잡아 비난했다.
일각에서는 국민의 힘을 대리한 국회가 대통령 탄핵안을 통과시킨 이상,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절차는 불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되지만 김 변호사는 아예 대통령 탄핵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고수한 셈이다.
김 변호사는 이어 국회가 박 대통령 탄핵 소추안을 낼 때 "탄핵 사유에 대한 충분한 시간적·사전적 검토, 증거 조사, 여론 조사 등을 하나도 거치지 않았다"며 "헌법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13개 탄핵사유를 적시한 소추안은 '섞어찌개'에 비유했다. 개별 사유에 관해 국회의원마다 의견이 다른데, 이를 총괄해 소추안에 올렸다는 이유다.
이를 근거로 김 변호사는 특히 박 대통령 뇌물죄 문제와 관련해 "기업에 받은 돈 770억 원은 박 대통령이 한 번도 만져본 적 없고 재단에서 가지고만 있었다"며 "하지만 국회가 이를 뇌물죄로 소추했다"고 언급했다. 직접 만져보지 않았으니 뇌물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논리다.
김 변호사는 "(국회가) 어떻게 '섞어찌개' 탄핵소추안을 만들 수 있느냐"며 "소추장으로 헌재 재판관을 속이려 하는 의도"라고 했다. 이어 "무고한 박 대통령을 쫓아내고 조기 선거를 해서 정권을 잡겠다는 사기극"이라고 단언했다.
김 변호사는 국회의 탄핵을 대통령 권력 침해로도 정의했다. 그는 특검 조사 결과가 나온 후에야 탄핵소추 요건이 갖춰진다며 "사전 조사 없이 고의로 대통령 권력을 침해하는 건 검찰이 법전도 안 들여다보고 고의로 국민을 잡아서 기소하고 처벌하는 것과 똑같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탄핵소추안을 구하기 힘들었다며 대통령의 반론 기회도 없었음을 강조했다. 그는 "이는 북한에서도 일어나지 않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 전문은 쉽게 검색 가능하다. <프레시안> 역시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해 전문을 지면에 올린 바 있다. (☞ 관련 기사 : [전문]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김 변호사는 헌재가 탄핵소추안을 인용할 경우 "내란이 일어날 것"이라고도 말했다. 그는 헌법재판관 9명 이상을 충족해야만 한다며 현 상태에서 탄핵안을 인용할 경우 "우리나라는 내란 상태로 들어간다"고 주장했다.
그간 박 대통령 측 변호인단의 주된 전략인 시간끌기 등을 다시금 시도하는 과정에서도 막말이 나왔다.
김 변호사는 세월호 사태에 관해 "세월호 구조 책임이 정치적으로는 대통령에게 있지만, 대통령 한 사람에게만 있는 것 아니"라며 "국회의원은 술 먹고 다녀도 되느냐"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은 (세월호 피해자 구조가 시급한 상황임에도) 대통령은 머리 깎으면 안 되느냐"고 했다.
탄핵안 표결 당시 야당 의원들이 의원 사직서를 미리 내고 투표에 참여했음을 상기하며 김 변호사는 "국회의원이 무슨 야쿠자냐"고 주장한 데 이어 "서약서대로 투표 안 하면 공천 안 받아도 좋다는 건데, 이게 무슨 뜻인지 밝히기 위해 증인을 신청한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정세균 국회의장 등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간 박 대통령 변호인단의 주요 전략인 시간끌기를 다시 시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역설적으로 김 변호사는 박 대통령 체제가 '조폭 수준'과 같았음을 말하기도 했다. 그는 탄핵소추안에 '비선조직을 이용한 국정농단'이라는 표현이 쓰였다며 "비선조직은 비선조직은 깡패조직, 첩보조직에서 쓰는 말이다. 이런 단어를 탄핵소추에 쓰면 어쩌자는 것이냐"고 반발했다.
김 변호사는 박 대통령 탄핵 사유로 세월호 참사 당시 '직무유기'가 포함된 데 대해 "죄 없는 자가 돌을 던지라고, 자기네(국회)는 입 닦아 놓고, 대통령에게 그것도 여자 대통령에게 뭐했냐고 한다. 이거 웃기는 거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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