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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오바마, '무대책 강경' 대북 외교수사만 비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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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오바마, '무대책 강경' 대북 외교수사만 비슷했다

[정상회담 결산] '전작권 환수 재론없다' 합의…FTA는 제자리

이명박 대통령이 3박 4일 간의 미국 방문 일정을 모두 마무리하고 17일 오후(현지시간) 귀국길에 올랐다.

지난 4월 런던 G20 금융정상회의에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짧게 만나긴 했지만 실질적인 논의가 이뤄졌다고 보긴 어렵기 때문에 이번 회담은 양국 정상의 사실상 첫 회담이었다.

"코러스 브라더스"

청와대는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이동관 대변인은 "북핵에 대한 대응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 심지어 환경 및 기후변화에 대한 대처에 이르기까지 틈새없이 한미 관계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면서 "작년에 선언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한층 더 격상시킨 회동이었다고 할 수 있다"고 자평했다.

김은혜 부대변인은 이날 정상회담에서 우연히 양국 정상이 비슷한 색깔의 하늘색 계통 넥타이를 착용한 점을 언급하며 "양국의 끈끈한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례"라는 독특한 해석을 내놨다.

평소 붉은색 넥타이를 즐겨 매는 오바마 대통령이 공교롭게도 이날은 옅은 푸른색 넥타이를 선택했고, 이 대통령 역시 같은 계통의 낵타이를 맸다. 김 부대변인은 "현장에 있던 한 미국 기자는 이를 두고 '코러스(Kor-Us) 브라더스'라도 표현하더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 16일 오전 한미 정상회담 직후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을 오바마 대통령이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

아슬아슬 대북 비난…"오바마 견인 성공" 자평

실제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강행하는 등 최근 강경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북핵'과 '안보'는 이번 회담의 최대 쟁점이었고, 양국 정상 간에도 비교적 일치된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이 유례 없이 강경한 어조로 북한을 비난한 대목을 두고는 아슬아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단호한 것도 필요하지만 북한을 불필요하게 자극한다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북한 문제를 거론하며 한미 양국의 '강력한 대응'을 주문했고, 정상회담 직후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선 "북한은 전쟁에 대한 미련이 있지만, 양국이 오늘과 같은 공조를 밝힘으로써 (북한이 전쟁을) 실행에는 못 옮길 것이라고 생각한다"고까지 했다.

오바마 대통령 역시 "우리는 북한이 비핵화해야 한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고, 대한민국 또한 우리의 입장에 동의하고 있다"고 맞장구를 쳤다.

순방 직전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도 이 대통령은 "(핵실험은) 김정일 일가의 정권유지를 위한 것", "3대까지 이렇게 대를 잇는 것이 북한을 위해서나 한반도 전체를 위해서 도움이 되겠나"라는 등 초강경 발언을 쏟아 냈었다.

어쨌듯 청와대 내부에서는 "북한 문제에 관한 한 이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을 견인해 냈다"는 분위기가 대체적이다. 미국 정부의 대북 강경론을 한국이 이끌었다는 얘기다.

▲ ⓒ청와대

결론 못 낸 '5자회담' 구상

그러나 이 대통령이 "과거 방식대로 6자회담을 그대로 갖고 가는 것은 시행착오를 되풀이 해 성과를 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제안한 '북한을 제외한 5자회담'은 불발에 그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이 실제 정상회담 자리에서 오바마 대통령에게 6자회담의 틀을 깨고 5자회담으로 나아가자는 뜻을 전달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청와대 역시 "확인되기 어렵다"고만 말했다.

다만 양국이 합의한 '공동비전'에서 '6자회담을 통한 해결'이라는 원론적 수사마저 제외됐고,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양국 정상들이 북한 외 5개 당사국들의 긴밀한 협조를 주문하는 차원에서만 '6자회담'이 한 차례씩만 언급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6자회담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된 측면은 적지 않다는 게 청와대 측의 인식이었다.

그렇지만 북한 문제에 대해 한미일 3개국과는 '결이 다른' 러시아와 중국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 북한을 제외한 5자회담을 통해 전방위 압박을 가할 경우 오히려 군사적·정치적 리스크가 가중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6자회담 외에 실질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과연 있느냐는 의구심에서다.

게다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생전에 6자회담과 9.19 공동성명 틀에 대해 강한 자부심을 느꼈던 점을 감안하면, "아직도 ABR(Anything but Roh, 노무현과 무조건 반대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올 법 하다.

▲ 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 청와대 측은 양국 정상의 넥타이 색상이 비슷한 대목을 두고 한미동맹의 끈끈한 성격을 보여줬다는 독특한 해석을 내놨다. ⓒ청와대

모호한 '공동비전'…전작권 환수 연기는 물거품

이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결기를 국제적으로 선보인 것 외에 손에 잡히는 성과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

부시 행정부 시절 채택이 미뤄졌던 '한미 동맹을 위한 공동비전'(Joint vision for the Alliance of the Republic of Korea and the United States of America)을 발표하긴 했지만 그 위상부터 모호하다. 법적 구속력이 있는 조약이 될리는 만무하고, 신사협정 수준에도 미치기 힘든 그야말로 '선언문'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있다.

'확장 억지력' 명문화 역시 기존의 장관급 회담에서 사용돼 오던 것이 격상됐을 뿐 새로운 건 아닐 뿐더러, 북한의 핵보유 명분만 키워졌다는 비판이 우세하다.

특히 국내 보수 진영이 목을 매고 있는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 연기 문제가 "양국이 합이한 전략적 전환 계획에 따라 원활히 이행되고 있음을 평가한다"고 못박힌 것은 청와대로선 난감한 대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수층에선 "안보 상황을 주기적으로 점검, 평가해 조정소요 발생시 긴밀한 협의하에 검토, 보완키로 했다"는 단서를 부각시키는 분위기다. 재협상의 여지를 남겼다는 것이다.

그러나 주한미군의 평택 이전이 다소 지연되면서 전작권 환수 시기가 기술적으로 조정될 가능성만 있을 뿐, 양국 정상은 이번 회담을 통해 '환수 연기 불가'에 사실상 공식 서명했다는 해석이 진실에 가깝다.

이는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이 지난 달 30일 이상희 국방장관을 만나 전달했던 입장과 마찬가지였다. 따라서 이번 회담에서는 더 이상 전작권 환수 연기를 거론하지 말라는 무언의 압박이 정상 차원에서 전달된 셈이다.

▲ 이명박 대통령이 한미 CEO 간담회에 앞서 참석자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이 자리에 이 대통령은 한미 "(FTA 문제까지)오바마 대통령과 완벽하게 합의했다"는 자평과, "FTA의 진전을 위해선 여러분이 나서 줘야 한다"는 상반된 주문을 함께 내 놨다. ⓒ청와대

"완벽하게 합의했다"더니…'제자리 걸음' 한미 FTA

FTA 문제에서도 별 진전은 없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말보다 마차를 앞세우고 싶지는 않다"며 사실상 연내 비준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기 때문.

그러나 이 대통령은 이후 열린 한미 CEO 간담회에서 "정상회담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안보 협력이라든지 FTA 문제까지 완벽하게 합의했다"며 다소 생뚱맞은 평가를 내렸다.

그러면서도 이 대통령은 "FTA 문제의 진행에 대해 이 자리에 오신 미국의 기업인들, 특히 상공회의소 회원들께서 앞장서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조바심을 드러냈다. 또 "재계 여러분이 앞장서서 한미 FTA 비준을 위해 지원과 조력을 아끼지 말아 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 양국이 차세대 지능형 전력망인 '스마트 그리드'의 개발과 확산을 위한 협력에 합의했고, 투자사인 JP모건으로부터 녹색산업 분야에서 10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는 등 성과도 있었다. 그러나 FTA에 있어선 만만치않은 '벽'을 다시 한번 확인한 셈이다.

FTA 자체에 대한 찬반론은 여전히 엇갈리지만, 경제분야에 있어서 역시 뚜렷한 '점수'를 땄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도 같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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