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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골든 타임, 신혼부부 주거 해결에 '올인'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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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골든 타임, 신혼부부 주거 해결에 '올인'하라

[다산 칼럼] '큰 정부는 비효율적'이라고?

케인스는 개인 입장에서는 저축 증대가 자산의 증가와 미래 소득 증가를 가져오지만, 모든 사람이 저축을 증대하면 사회 전체적으로는 소비 감소에 의한 판매 부진으로 경기 침체를 악화시킨다는 저축의 역설(paradox of saving)을 주장했다.

한국의 가계 저축률은 2007년 5.1%에서 2015년 8.1%로 올라간 반면, GDP 대비 가계소비 비율은 2007년 50.8%에 2015년 47.1%로 떨어져 외환위기 때의 48.6%보다도 낮다. 기업저축은 2007년 15.9%에서 2015년 18.9%로 증가했는데, GDP 대비 투자율은 2011년 32.9%에서 2015년 28.5%로 급락해 외환위기 때에 근접했다.

재정 여력, 앞으로 5~6년 정도

그동안 투자율 하락과 소비침체에 따른 총수요 부족 문제를 해결해왔던 것은 수출의 증가였다. 외환위기를 단기간에 극복할 수 있었던 것도 수출 때문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로 세계 수출시장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고, 특히 미·중 무역 갈등이 고조되면 한국의 수출은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다.

한국경제가 저성장 침체에서 벗어나려면 수요 부족이라는 저축의 역설을 극복해야 하는데, 저축이 급속히 증가하는 또 다른 부문이 있다. 바로 국민연금이다. 총저축 대비 사회보장기금 저축 비율은 1991년 2.6%에서 2015년 7.9%로 상승했는데, 사회보장기금의 저축 급증은 국민연금 때문이다.

국민연금의 자산운용 현황을 보면 국내채권 비중은 2008년 77.4%에서 2015년 52.5%로 감소한 반면, 국내주식 비중은 2008년 12%에서 2015년 18.5%로 증가했으며, 해외투자 비중은 2008년 6.3%에서 2015년 17.9%로 급증했다. 한국경제의 저성장 침체로 주식발행시장 기능이 위축되고 있어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투자는 사실상 주식유통시장에 대한 투자나 다름없다. 따라서 국민연금의 주식투자와 해외투자 비중 증가는 국민연금 자산운용이 국내투자로 연결되는 성격이 점점 약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국민연금의 저축이 급증하면서 "한국판 저축의 역설"이 발생하고 있다.

IMF는 한국이 상당한 재정 여력(fiscal space)을 갖고 있다며 경제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 재정 정책을 쓸 것을 권고하고 있다. 국제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한국의 재정 여력이 노르웨이 다음으로 세계 2위의 재정 여력 보유 국가로 평가한다. 국제기구들이 이렇게 한국의 재정여력이 높다고 보는 이유는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현저히 낮을 뿐만 아니라 국민연금이라는 공공부문 저축이 있기 때문이다. IMF의 국제재정통계 기준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보유한 국채는 국가채무에서 제외시키는 것이 원칙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나라는 이런 방식으로 국가채무 통계를 작성한다. 국민연금 자산은 가입자 자산이면서 동시에 정부 부문의 자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국제기준과 달리 국민연금 보유 국채를 국가채무 통계에서 제외시키지 않는다. 따라서 한국정부 발표 국가채무 통계는 IMF의 국제재정통계 기준보다 더 높게 잡은 수치다.

한국은 2017년부터 생산가능인구 감소, 2026년 초고령사회 진입, 2032년부터 인구 감소라는 세계에서 가장 급속한 인구구조 변화를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이고, 이에 따라 정부 재정 수입 증가는 둔화되는 반면, 복지 지출은 계속 증가한다. 국제기준 재정수지는 국민연금 저축을 정부 수입에 포함시키는 통합재정수지인데, 2020년대 초반에 들어서면 통합재정수지가 적자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즉, 한국경제가 지금은 상당한 재정 여력이 있다고 평가받지만, 그 기간이 5~6년 정도 남은 것이다. 다음 정부가 우리에게 주어진 재정 여력 골든 타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한국경제의 미래는 달라진다.

청년·신혼 부부를 위한 공공임대주택사업 확대해야

저출산이 초래할 잠재성장률 하락을 막기 위해 해야 할 일은 많다. 내가 보기에 국채 발행으로 해야 할 우선순위 사업은 청년·신혼부부를 위한 공공임대주택사업 확대다.

여성의 평균 초혼연령은 1990년 24.8세, 2000년 26.5세에서 2015년 30세로 올라갔다. 이렇게 짧은 기간에 초혼연령이 급속히 올라간 나라가 있는지 의문이다. 저출산 대책으로 아동수당 확대가 논의되고 있지만, 아이를 낳을지 말지 고민하는 부부들은 그래도 사정이 나은 편이다. 고용불안정, 주거문제로 아예 결혼할 엄두도 못 내는 청년들 문제가 더 시급하다.

고용안정은 제공하지 못하더라도 신혼부부와 청년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을 확대해 최소한 주거안정이라도 제공해야 한다. 공공임대주택사업은 정부가 출자와 재정융자로 지원하는 사업인데,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의 조사에 따르면 공공임대주택사업이 적자라는 것은 토지주택공사의 엄살인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정부가 공공임대주택사업에 재정융자를 지원한 후 원리금을 상환받지 못한 적이 한 번도 없었고, 출자 지원으로 만들어진 공공임대주택 자산이 있기 때문에 국채발행으로 공공임대주택사업을 하더라도 큰 문제가 없다. 기존 공공임대주택사업은 저소득층이 주 지원 대상이어서 임대료가 시세보다 50% 수준으로 매우 저렴하지만, 추가적으로 확대할 신혼부부와 청년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은 시세의 70~80% 수준으로 공급해도 되기 때문에 기존 공공임대주택사업보다 수익성도 더 좋을 것이다.

"큰 정부는 비효율적"이라는 이념에 사로잡혀 건설경기도 부양하고 청년 주거안정을 통해 저출산 대책 효과도 있고 장기적으로 잠재성장률도 높이는 이런 정책을 기피한다면 그런 정부는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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