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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손에 장 지진다', 실제로 무슨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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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손에 장 지진다', 실제로 무슨 뜻?

[기고] 장 지질 때 지지더라도 의미는 알고 써야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실제로 손에 장을 지질 것이냐 여부에 대한(패러디성) 논란과 함께, 도대체 '장을 지진다'는 게 무슨 뜻이냐는 데 대해서도 논란이 많다. 하지만 아직까지 누구 하나 딱부러진 설명을 내놓는 전문가가 없는 듯하다.

그래서 나 역시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녹색창을 뒤지고 다녔지만, 역시 다들 주장만 있을 뿐 설득력 있는 근거를 제시한 사람은 찾기 어려웠다.


내용에 대한 동의를 떠나, 추정 수준에서나마 형식적 권위를 갖춘 건 충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조항범 교수의 책에 나오는 '손을 불 위에 올려놓고 손바닥을 그릇 삼아 그 위에 장(醬)을 끓인다'는 이야기 정도였다.

국어국문학과를 나와 출판 편집 일을 한 덕분에, 조금은 언어에 대한 감각이 있다고 자부하는 입장에서 차분히 유추해봤다.

'(내) 손에 장을 지진다'라는 표현이 가장 흔히 쓰인다. 약간의 변형으로, '손가락에 장을 지진다', 혹은 '손톱에 장을 지진다'는 표현도 있다.

어느 표현이 가장 정확한가에 이어, 다음 논란거리는 장이 '醬'(장(된장, 간장 등) 장)이냐 '掌'(손바닥 장)이냐이다. 이어 '지진다'는 게 무슨 뜻이냐라는 논란으로 끝난다.

우선 손에 장을 지진다는 표현의 쓰임새는 흔히 '있을 수 없는 일'임을 강조하기 위해 그만큼 극단적인 짓을 하겠다는 것이다.


즉 손에 장을 지진다는 것은 적당히 힘든 정도가 아니라 매우 끔찍하고 고통스러운 일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국어사전에서 '지지다'를 찾아보았더니, 다음과 같이 나온다.


1. 국물을 조금 붓고 끓여서 익히다.
2. 불에 달군 판에 기름을 바르고 전 따위를 부쳐 익히다.
3. 불에 달군 물건을 다른 물체에 대어 약간 태우거나 눋게 하다.
4. 열을 내는 것에 대어 찜질을 하다.

'醬'이라면 1의 뜻일 것이고, '掌'이라면 2나 3일 것이다. 4는 극단적 고통과는 거리가 머니 논외로 하는 게 맞을 것이다.

그런데, '장을 지지는' 것이 무슨 의미이든, 그 자체는 일상적으로 흔히 이뤄지는 일일 것이다. 그래야 '내 손에 장을 지진다'고 할 때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장을 지지는' 것을 손에다 하는 일은 전혀 상상할 수 없는 경우일까? 또는, 실제로 드물게 하는 경우도 있는데, 매우 고통스럽기 때문에 그만큼 특별한 경우(치료나 형벌 등)에만 하는 일일까?

여기서부터 합리적인 유추가 필요해진다.

나는 후자라고 추정한다. 전자라면, 불가능한 일을 예시로 강조하는데 왜 굳이 손에 장을 지진다는 드문 경우를 상정하는 것일까?

성을 갈겠다든가, 하늘에 별을 따오겠다든가, 쉽게 상상할 수 있고 실제로도 많이 쓰이는 비현실적인 예들도 많지 않은가.

따라서 실제로 존재하는 행위라고 추정해보자. 그렇다면 '손에 장을 지진다'라는 표현이 손을 그릇으로 삼아 불 위에 올려놓고 장(醬, 된장, 간장 등)을 끓인다거나, 손바닥(掌)을 불로 지지는 일이라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게 된다.

즉 사전적 의미로 '1'이나 '2'는 아니라고 보는 것이다.

결국 치료 또는 고문이 남는다. 나는 한의학에 무지하므로, 치료 쪽으론 추정할 근거가 없다. 다만 형벌 쪽으론 근거가 있는데, 뜨겁게 끓인 '장(醬)'을 죄인의 손이나 손가락, 손톱(말 그대로 손톱이 아니라 손톱 밑의 예민한 부위일 것이다. 이곳을 굵은 대바늘로 찌르는 고문은 일제시대와 현대 간첩 조작에까지도 쓰였다)에 부은 것을 '지진다'고 표현한 게 아닐까. 이런 추정이 내가 내린 결론이다. 앞서 소개한 사전적 의미로는, '3'에 속한다. '손을 지진다'는 표현에서 '손'이 가리키는 게 손바닥이냐, 손가락이냐, 손톱이냐, 하는 논란이 인 것도 이렇게 보면이해가 된다.

끝으로, 손에 붓는데 왜 하필 물이 아니고 '장(醬)'을 썼을까?


손에 장을 지지는 행위가 형벌이나 고문의 목적이었다면, 되도록이면 상대의 고통을 극대화하고자 했을 것이다. 물보다는, 다른 성분이 섞인 '장(醬)'의 끓는 온도가 더 높다. 더 뜨거운 '장(醬)'을 붓는 것은 형벌이나 고문의 효과를 높이는 일종의 지혜(?)가 아니었을까. 그리고 고대나 중세에 '장(醬)'은 일상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었을 테니까.

이제 이정현 대표는 펄펄 끓는 '장(醬)'으로 손을 지지시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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