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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송민순 회고록 관련 자료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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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국정원 "송민순 회고록 관련 자료 찾고 있다"

野 "박근혜 방북 미스터리도 밝혀야"…이병호 "공개 부적절"

최근 정치적 논란거리가 되고 있는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회고록과 관련, 국가정보원이 "관련 자료가 있는지 확인 중"이라고 했다.

19일 국회 정보위원회의 국정원 대상 국정감사에서, 이병호 국정원장은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 대해 "관련 자료가 있는지 확인 중이다. 자료나 기록에 대해 찾고 있다"고 말했다고 새누리당 이완영,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국민의당 이태규 정보위 간사가 밝혔다.

송 전 장관은 최근 발간한 자신의 회고록에서,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고위 인사들이 북한 인권결의안에 대해 유엔 총회 투표에서 찬성할 것인지 기권할 것인지 입장을 정할 때 북한 정권의 의견을 들어 보기로 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이에 대해 문 전 대표와 이재정 당시 통일장관, 김만복 당시 국정원장 등은 '북한 의견을 물어 한국 정부의 입장을 정한 게 아니라, 이미 결정한 입장을 북한에 통보해준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새누리당은 야권 유력 대선 주자인 문 전 대표 등을 '종북'이라고 연일 공격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박근혜 정부 들어 정치적 논란의 소용돌이에 여러 차례 자진해서 뛰어들어 온 국정원이 "자료가 있는지 찾고 있다"고 밝힌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단 여야 간사들의 발언을 종합하면, 이병호 원장은 "국정원이 '다시' 정치적 논란에 휩싸이는 것에 대해 경계하고 있다. 정치에서 떨어지려고 한다"며 "따라서 답변을 유보한다"고 했다고 한다. 자료를 찾고는 있지만, 공개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낮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송민순 회고록 사실이냐 묻자…"공식적으론 NCND인데 개인적으로 진실하다는 느낌"


이 원장은 그러면서도 개인 입장을 전제로 이 첨예한 정치적 논란거리에 대해 굳이 몇 마디 논평을 했다고 새누리당이 전했다. 이완영 의원에 따르면, 이 원장은 "송 전 장관의 회고록이 구체적이고 사리에 맞기 때문에 사실이나 진실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야당이 '그게 국정원의 공식 입장이냐'고 묻자 이 원장은 "NCND(neither confirm, nor deny. 시인도 부인도 않음)가 국정원의 공식 입장"이라며 "세계 어느 정보기관도 정보 사안에 대해 기본 입장은 NSND이므로 확인해 주지 않는 게 당연한 관례"라고 한 발을 뺐다. 이 원장은 그러면서 "그 당시 기밀이었으면 지금도 기밀이라 밝힐 수 없다"고 했다고 김병기 의원이 전했다.

회고록에 등장하는, 김만복 당시 원장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올렸다는 '쪽지'의 내용에 대해서도 이 원장은 "쪽지를 뒷받침하는 자료가 있다, 없다 하는 것은 공식적으로 확인해 주지 못한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핫라인이 있었는지, 대남 통신문이 있었는지 묻는 질문에도 이 원장은 "이 역시 기밀 사항이기 때문에 말씀드리지 않는다"고 했다고 이완영 의원이 전했다.

이 원장은 그러면서 유엔 인권 외교 관련 사안으로 북한과 소통하는 것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시각을 드러냈다고 이완영 의원은 밝혔다. 이 의원에 따르면, 여당 의원들이 '김만복 전 원장이 인권 결의안에 대해 북측과 협의하자고 했다는데 이를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취지로 묻자 이 원장은 "정말 어처구니없고 상상을 초월하는 발상"이라고 답했으며, 이어 '야당에서는 이미 결정된 한국 정부 입장을 북측에 통보했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이 나온 데 대해서도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사후에 북측에 통보하는 것조차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야당에서는 비판이 나왔다. 김병기 의원에 따르면, 민주당 의원들은 "남북 간의 협의와 비선 채널을 정치적 저의 때문에 악의적으로 문제삼는 것은 정말 개탄스럽다"며 "박정희 대통령 이래 남과 북은 늘 대치하면서도 대화를 해 왔고, 7.4 남북공동성명에서 10.4 정상 선언까지 매 정부마다 의미 있는 협의를 이루면서 남북관계를 발전시켜 왔다. 그것이 역사이고 현실"이라고 이 원장을 질타했다.

문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김경수 의원은 '회고록 내용이 사실에 가깝다' 등의 이 원장 발언에 대해 "국정원이 또다시 야당 대선 후보 흠집 내기에 나섰다"며 "정부·여당은 국정원을 앞세워 지난 대선에서 재미본 종북몰이 안보장사판을 또 벌이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국정원이 또다시 대선판에 뛰어든다면 국민들의 준엄한 심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병기 "박근혜 방북 미스터리 밝혀야"

더민주 간사인 김병기 의원은 이날 자신이 이 원장에게 박근혜 대통령 방북 행적 공개를 요구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김 의원은 자신이 이 원장에게 "문 전 대표 당시의 일에 뭔가 문제가 있다면 근거를 찾는 것은 쉬울 것이다. 국정원에 남은 기록을 공개할 수 있다"며 "다만 전제가 있다. 역대 정권에서 벌어진 용공 종북의혹을 이참에 다 털고 가자. 그 첫 번째가 박근혜 대통령의 방북 미스터리"라고 했다고 전했다. "대선에 출마하려는 사람에게는 철저한 사상 검증, 색깔론을 하면서, 그보다 훨씬 중요한 자리에 있는 현직 대통령의 과거 북한 미스터리를 안 따져 보는 것은 모순"이라는 것이다.

김 의원은 "박 대통령은 2002년 5월 11일부터 14일까지 사흘간 북한을 방문하신 바 있다. 김정일 면담에 앞서 '가슴이 트였다'고 말씀하셨고, 김정일과 1시간 동안 독대해서 밀담을 나눴고, 2시간 동안 만찬을 했다"며 "북한을 가고 오는 과정에 미스터리가 상당히 많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입북할 때는 중국을 거쳐 (항공편으로) 평양으로 갔는데, 평양에서 김정일을 만나고 서울로 올 때는 김정일의 제의를 받고 판문점을 거쳐 육로로 돌아왔다"며 그는 "당시 북한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국정원 비상 채널을 통해 박근혜 의원의 서울 귀환을 특별히 요청해 왔다. (이는)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박 대통령은 당시 <신동아> 7월호와 인터뷰하면서 '대화를 하려고 마주앉아서 인권이 어떻고 하면 거기서 다 끝나는 거 아니냐'고 역설한 바 있다"며 "당시 박 대통령의 귀환 문제와 관련해 북한이 보내 온 통지문과 관련 내용 일체, 김정일과의 면담 회견이 어떤게 더 있었는지, 박 대통령이 김정일과 협의한 내용 일체의 자료 공개를 요구한다"고 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처음 방북 허가를 받았을 때 정부에 제출한 신청서와 방북 결과 보고서도 공개 비교할 필요가 있다"며 "사전 방북신청서 내용과 실제 방북이 일치하는지도 비교해 봐야 하고, 북한에서 한 말과 행동을 정직하게 정부에 신고했는지도 정확히 따져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병호 원장은 김 의원의 요구에 대해 특별한 답변이 없이 "공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문 전 대표의 말과 박 대통령의 행적, 이런 모든 공개 요구에 대해 국정원에서 공개는 고사하고 확인해 주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했다고 한다.

한편 김 의원은 "북한은 우리의 주적인 한편 대화 상대이기도 해서, 우리는 어떤 선을 넘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 그 선을 숱하게 넘은 정부가 있는데 그게 새누리당 정부"라며 "저는 국정원에서 근무하면서 그들의 이적 행태를 생생하게 목격했고 그 정점에 '총풍 사건'이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1997년 대선을 앞두고 있었던 이른바 총풍 사건은 구 신한국당(현 새누리당) 이회창 후보의 당선을 위해 오정은, 장석중, 한성기 씨 등이 대선 두 달 전인 그해 10월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북한의 박충 아태위 참사를 만나 '판문점에서 무력 충돌을 일으켜 달라'는 취지의 요청을 했다는 사건이다. 이들은 대법원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확정,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김 의원은 "오로지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적국인 북한에 부탁했다. 그것은 이적 행위를 넘어 대북 투항, 매국노 짓"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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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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