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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물어 가는 '미국 유일 패권', 그 증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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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물어 가는 '미국 유일 패권', 그 증거들

"우린 다극 체제의 아홉번째 해를 살고 있다"

미국은 여전히 군사적, 경제적 패권국이다. 앞으로도 상당 기간 그럴 것이다. 그러나 미국 유일 패권 시대의 퇴조가 시작된 징후는 곳곳에서 포착된다. 그 중심에 러시아와 중국이 있다.

중동 전문가 딜립 히로는 러시아가 시리아에 군사적 개입을 함으로써 미국의 군사적, 외교적 패권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봤다. 중동 지역에 재등장한 러시아가 시리아 사태의 키를 쥐고 있다는 점은 미국도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됐다. 친미 성향의 아랍권 왕정국가들조차 속속 러시아와 관계 개선에 나서고 있다.

히로는 이어 중국의 경제적 팽창과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을 미국의 경제 패권이 저물어가는 징후로 봤다.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는 이미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국가들까지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다. 남중국해에선 중국의 영향권이 강화돼 미국의 태평양 제해권을 위축시키고 있다.

이렇게 세계 질서가 점차 다극 체제로 변화하고 있다는 게 히로의 분석이다. 이 다극적 세계 체제가 평화와 공존의 질서로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분명한 사실은, 구 소련의 몰락 이후 미국이 행사해 온 무소불위의 일극 패권이 변곡점을 지났다는 것이다. 다음은 <톰 디스패치>에 실린 딜립 히로의 칼럼이다. (☞원문 보기 : American Power at the Crossroads)

갈림길에 선 미국 패권 : 꿈틀거리는 다극 체제의 단면들

미국 역사상 가장 기이한 대선을 치르고 있는 미국인들에게 '세계'는 관심 밖이다. 자유당 개리 존슨 후보는 자신이 존경한다는 해외 지도자 이름조차 떠올리지 못하는가 하면,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거대하고 아름다운 장벽'을 건설하고 이라크 석유를 취해야 한다고 떠벌이느라 여념이 없다.

하기에 우리가 실제로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한 얼마간의 해설이 있어야 할 것이다. 다극 체제의 세계에서 눈여겨볼 한 가지는 세상이 더 이상 '유일 수퍼 파워' 미국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 증거가 필요하다면, 시리아 내전에 개입해 미국의 바사르 알 아사드 정권 축출 계획을 좌절시킨 러시아의 최근 역할을 살펴보면 된다. 이는 군사 및 외교 분야에서 미국의 전지구적 패권이 약화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많은 사례들 중의 하나일 뿐이다.

전쟁이 아닌 평화의 측면에서 보자면, 중국은 아시아 및 유럽의 많은 나라들과 중국을 교통로와 파이프라인으로 연결하는 '일대일로' 구상은 말할 것도 없고, 세계은행(World Bank)의 대항마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압도적이던 미국의 경제 패권이 도전받고 있으며 국제적 영향력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시리아 사태에 개입한 러시아, 무얼 얻었나?

지금은 휴전 합의가 깨져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이지만, 지난 9월 10일 미국과 러시아가 10개월 간의 협상 끝에 이른 시리아 휴전 합의는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구 소련 몰락 이후 처음으로 러시아가 미국과 대등한 외교적 행보를 보였다는 점이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이는 여정의 끝이 아니라 (미국과 러시아 사이의) 새로운 관계의 시작일 뿐"이라고 말했다.

물론 그 관계가 지금 당장은 유보됐고 일면 악화됐다. 하지만 시리아 내전에 군사적 개입을 한 러시아가 전쟁으로 파괴된 지역에서, 혹은 국제 외교적 측면에서 많은 보상을 얻을 것이란 점은 분명해 보인다.

지난해 8월까지만 해도 아사드 대통령은 몰락 직전의 상황에 처했으며, 점점 줄어드는 시리아 군대의 사기도 최저점으로 떨어졌다. 이란과 레바논 무장그룹인 헤즈볼라의 지원만으로는 아사드 대통령의 불안정한 처지를 반전시키기 어려웠다.

바로 그즈음 러시아가 아사드의 정권 붕괴를 막기 위해 나섰다. 러시아 군사전략가들은 무너진 시리아 공군력의 공백을 러시아 공군으로 보강하고 탱크와 장갑차도 지원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러시아는 해외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는데, 지중해 라타키아 항구 인근의 공군 기지를 통해 전투기와 공격형 헬리콥터, 탱크, 대포, 장갑차 등을 운용했다. 러시아는 그곳에 개량형 S-400 지대공 미사일도 배치했다.

약 4000~5000명으로 추산되는 파견 러시아 병력 가운데 지상군은 없다. 이는 러시아 역사에서 전례가 없는 행보다. 러시아가 해외에 병력을 파견한 건 1979년 12월 아프가니스탄 침공 때가 마지막이었다. 그 결과는 처참한 실패였다. 결국 10여 년 후 철수했지만 1991년 12월 소련 붕괴의 도화선이 됐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시리아에 군사 개입을 감행하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곧바로 "아사드를 지지하고 민심을 잡으려는 러시아와 이란의 시도는 그들을 수렁에 빠트릴 것이며 실패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는 미국 주도의 연합군이 2014년 시리아 내의 IS 점령지를 타깃으로 공습을 감행하던 때부터 시리아 문제의 실상을 꿰뚫고 있었음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 국방부는 곧바로 공습 과정에서 러시아와의 우발적 군사 충돌을 예방하기 위한 양해각서에 서명을 했다. 현재 양국은 시리아 영공을 공유하고 있으며, 지상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한 소통 창구도 개설했다.

6개월 동안 지속된 공습에 러시아 전투기는 9000번이나 출격했으며, IS가 통제하는 209곳의 석유 기지와 운송 시설을 파괴했다고 밝혔다. 이에 힘입어 시리아 군은 400곳의 정착지를 재탈환했으며, 3860 평방마일이 넘는 영역으로 진출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작전에서 희생된 러시아 병력은 단 5명이었다.

러시아가 시리아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이란 예상이 증가하자 백악관의 기류도 변하기 시작했다. 2016년 3월 중순, 존 캐리 미 국무장관이 크렘린궁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만났다. 미국은 속으로 이를 갈았을지 몰라도, 이 회동의 함의는 미국이 시리아 문제에서 차지하는 러시아의 위상을 인정했다는 것이다. 또한 IS 격퇴를 위해 두 나라 사이에 보다 밀접한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한 점이다.

러시아의 군사 개입이 시작된 지 1년 뒤, 시리아의 주요 도시 대부분은 시리아 정부 수중으로 다시 돌아왔으며 알레포 동부의 반군들은 현재 공습을 받고 있다. 비록 전체적으로 군사력이 감소되긴 했지만, 아사드 정권의 사기도 다시 올라갔다. 아사드 정권은 더 이상 전복될 위험이 없으며 미래에 있을지 모를 협상 테이블에서의 발언권도 강해졌다.

러시아 입장에선 중동 지역에 재등장했다는 데에 큰 의미가 있다. 아사드 정권에 반대하는 나라들조차 5년 반에 걸쳐 50만 명 이상이 희생되었고 병원에 대한 폭격마저 일상이 된 시리아 내전에서 러시아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게 됐다.

시리아에서 군사 작전을 개시한 1주년에 푸틴은 더 많은 전투기를 시리아에 배치했다. 이는 러시아를 ('제2의 아프간'이라는) 수렁에 빠트릴지 모른다. 하지만 중단기적으로는 푸틴의 전략이 러시아의 지정학적 목표에 부합한다는 점에 의문의 여지가 없다.

푸틴은 왜 아사드 정권에 반대하는 아랍 국가들에게 인기가 있을까?

2015년 10월부터 2016년 8월 사이에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레이트, 카타르, 바레인, 터키의 최고위급 관료들이 다양한 장소에서 푸틴과 회담을 했다.

작년 10월 사우디 국방장관인 모하메드 왕자(살만 국왕의 아들)가 소치에 있는 러시아 대통령 휴양지에서 만난 게 시작이었다. 이에 앞서 2015년 여름 사우디아라비아는 시리아 반군에 공급할 미 CIA의 TOW 대전차 미사일의 구매 대금을 지불해 시리아 반군의 공격력을 크게 증강시킨 바 있다.

그러나 지금 두 나라는 테러 조직이 시리아를 장악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목적을 공유하고 있다. 알 주바이르 사우디 외무장관이 시리아 반군 그룹에 대한 러시아의 공습에 우려를 표명하자 푸틴은 미래 양국의 군사 및 안보 분야 협력을 위해 정보를 공유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그 이후 아랍에미레이트 세이크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군총사령관도 푸틴과 만났다. 그는 "러시아가 중동 문제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서 "양국이 특수 관계라는 데에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2016년 1월 크렘린궁에서 푸틴을 만난 카타르의 타밈 빈 하마드 알 타니 국왕은 한걸음 더 나아가 "러시아는 세계의 안정에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카타르는 요르단과 함께 CIA에 시리아 반군 양성을 위한 훈련 기지를 제공해온 나라다.

한 달 뒤엔 살만 빈 하마드 알 칼리파 바레인 왕세자가 소치에서 푸틴을 만났다. 바레인은 1971년부터 미 해군 제5 함대가 주둔하고 있는 나라다. 그는 다마스쿠스(시리스 수도) 철로 만들어진 '승리의 검'을 푸틴에게 선물했다. 회담 뒤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두 나라가 경제적, 군사적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8월에는 레제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존경하는 친구" 푸틴을 만나기 위해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를 방문했다. 2015년 터키가 러시아 전투기를 격추시킨 사건이 벌어졌을 때만 해도 양국 관계는 바닥으로 떨어졌었다.

그러나 올해 7월 터키 쿠데타 시도가 실패로 돌아간 뒤, 서방 지도자들과 달리 푸틴은 개인적으로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헌법에 반하는 어떤 행동에도 절대적으로 반대한다"고 격려했다.

3시간이 걸린 정상회담 뒤, 두 사람은 양국의 껄끄러웠던 경제적 관계를 개선하고 주목할 만한 반전을 이루기로 합의했다. 그동안 아사드 퇴진을 줄곧 요구해 왔던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후 놀랍게도 퇴진 요구를 중단했다.

요컨대, 시리아에 대한 군사 개입으로 푸틴은 중동의 미래에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할만한 지렛대를 마련했으며, 크림반도와 우크라이나 문제에 쏠린 국제적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점령했을 때 오바마는 "러시아는 인접 국가들을 위협하는 지역 강국에 불과하며 이는 힘의 표출이 아니라 취약함의 발로"라고 비꼬았다. 하지만 시리아 사태에서 러시아의 행보는 오바마의 과거 주장이 틀렸다는 걸 보여주려는 듯하다.

이에 더해 푸틴은 국내적 지지 기반을 더욱 공고히 다지는 보너스도 챙겼다. 크림반도와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푸틴의 지지율은 89%까지 오른 바 있다. 당시 유가 하락과 미국과 유럽의 경제 제재가 맞물려 2015년 러시아의 경제성장률은 -3.7%였다. 이는 강력한 지도자에 대한 러시아 민심을 보여주는 증거다. 올해에도 러시아 경제성장률은 -1%대로 예상된다. 그러나 최근 총선에서 여당인 통합러시아당이 54%의 지지를 받아 450석 가운데 343석을 차지했다.

마주보는 중국과 러시아

서방이 경제 제재를 가하자 러시아는 중국과 경제적 유대를 긴밀히 구축해왔다. 2013년 3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취임한 이래 푸틴은 네 번이나 베이징을 방문했다. 올해 6월 베이징 방문을 통해 양국 정상은 중국과 러시아가 무역과 투자, 지역적 이익을 공유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복잡하고 변화하는 국제 정세에 직면해, 푸틴 대통령과 나는 2001년 중러 전략적 파트너십과 협력 관계의 정신을 더 긴밀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점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푸틴은 "러시아와 중국이 국제무대에서 매우 밀접하고 합치된 관점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1996년 상하이협력기구(SCO)의 공동 설립국으로서 양국은 스스로를 '유라시아 파워'로 간주하고 있다.

6월 베이징 방문 기간 동안 푸틴은 양국 정부가 논의해 온 500억 달러 규모의 58개의 협약을 체결했다. 러시아는 또한 10억 달러 규모의 위안화 표시 국채를 발행할 계획이며 러시아 신용카드 시스템을 중국의 전자결제망에 연결하려는 계획도 고려하고 있다. 양국 사이에는 이미 러시아 에너지기업 가즈프롬이 중국에 향후 30년간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계획이 있다. 그 액수는 자그마치 4000억 달러 규모다.

중국과 러시아의 지역적 이해가 일치하는 사례로, 중국 국제군사협력처 처장인 구안여우페이 예비역 해군 소장의 시리아 방문을 들 수 있다. 그는 최근 파드 자셈 알 프레이즈 시리아 국방장관을 만나 러시아와 함께 시리아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조율하는 회담을 가졌다. 구안 처장과 알 프레이즈는 종교적 극단주의를 막기 위한 중국의 지원을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푸틴의 6월 베이징 방문 기간 동안 시진핑은 세계 여론에 미치는 미디어의 영향력을 함께 증진시키기 위해 양국의 뉴스 통신사 간의 밀접한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실제로 양국은 이미 국제 여론 동향에 영향을 미칠 만한 유의미한 성과를 이루었다.

중국 국가광파전영전시총국(State Administration of Radio, Film, and Television)은 중국 중앙 텔레비전을 통한 해외 송출 계획을 2001년부터 추진해오고 있다. 2009년부터는 영어, 프랑스어, 러시아어, 스페인어 등 외국어 서비스가 아랍권 위성방송과 케이블 방송을 통해 송출되고 있다.

러시아 국영언론인 노보스티 통신의 자회사로, 푸틴이 2006년 설립한 [RT(Russia Today)]는 러시아 뉴스 통신사와 노보스티로부터 3000만 달러를 지원받는 자율적인 비영리 언론인데, 국제적 사건에 대한 러시아의 관점을 보여주고 있다. RT 인터내셔널은 속보와 다큐멘터리, 토크쇼, 토론, 스포츠 뉴스, 문화 프로그램 등을 24시간 내내 12개국 언어로 제공하고 있다. [RT 아메리카]와 [RT UK]는 각각 2010년과 2014년부터 현지에서 미국과 영국 소식을 전하고 있다.

2013년~2014년 3억 달러로 운영되던 RT는 아직은 BBC 월드서비스그룹에 비해 약간 뒤쳐져 있다. 후자는 3억6700만 달러 예산에 36개국 언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푸틴은 2013년 모스크바에 있는 RT의 첨단 스튜디오를 방문해 직원들에게 "앵글로색슨이 독점하고 있는 글로벌 여론 흐름에 균열을 내라"고 독려했다.

중국의 '글로벌 파워' 계획

2010년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의 부상을 억제하기 위해 '아시아 회귀' 정책에 착수했다. 이에 맞서 시진핑은 국가 주석에 취임한 지 6개월 만에 야심찬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내놓았다. 이는 국제정치에서 지정학적 전략을 재구성하고 유라시아의 경제적 재구축을 촉진하는 프로젝트다.

국내적으로는 그동안 해안 도시에 과도하게 의존해 왔던 중국경제의 활로를 서부 내륙 개발에서 찾겠다는 계획이다. 일대일로는 또한 중국, 동남아시아, 남아시아, 중앙아시아를 철도와 에너지 파이프라인으로 유럽과 연결시키는 것이다. 2015년 2월, 첫 번째 화물열차가 중국 동부 도시인 이우 시에서 스페인 마드리드까지 1만6156마일을 성공적으로 왕복 운행했다.

2014년 중국 정부는 일대일로를 위한 실크로드펀드를 설립해 400억 달러의 투자금을 모았다. 펀드는 일대일로에 연결된 많은 나라들로부터 다양한 방법으로 투자를 촉진시키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또한 중국의 외환 보유고는 2015년 3.3조 달러로, 2008년 1.9조 달러보다 크게 증가했다. 이는 아직 모자란 액수이긴 하지만 중국 미래 계획에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다.

중국 정부는 또한 2015년 1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를 설립했다. 두 달 뒤, 미국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서방에선 처음으로 영국이 AIIB의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가 즉각 뒤를 따랐다. 이 나라들 중 어디도 세계 최대의 무역국가가 되고 있는 중국의 왕성한 경제적 팽창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미 2012년에 중국의 수출입 규모는 3.87조 달러에 달해 60년 동안 1위 자리를 지켜온 미국(3.82조 달러)을 추월했다.

중국은 현재 동남아국가연합(ASEAN)의 10개 회원국을 포함해 29개국의 최대 무역 국가이다. 이는 남중국해에서 벌인 중국과 필리핀의 영유권 분쟁과 관련해 지난 6월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의 판결 당시, 왜 ASEAN 국가들이 필리핀을 전폭 지지하지 못했는지를 설명해준다. 판결 직후 중국은 열흘 간의 일정으로 남중국해에서 러시아와 합동 해상훈련을 실시했다.

GDP의 성장을 반영하듯, 중국의 방위비 역시 인상되고 있다. 미국 국방부의 연감에 따르면, 중국 방위비는 2006년부터 매년 9.8%씩 올라 2015년에 1800억 달러에 이르렀으며 이는 GDP의 1.7%를 차지했다. 반면 미 국방부의 2015년 예산은 5850억 달러로 미국 GDP의 3.2%다.

4대 군사조직 체계에서 중국 정부는 특히 해군력의 확장과 증강에 초점을 두고 있다.

해군 정책에 관한 연구를 살펴보면, 19세기에 세계적 강국이 된 미국, 독일, 일본에 전통적인 패턴이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1단계는 해안 방위력에 초점을 둔다. 2단계는 영해와 선박 방어력을 구축한다. 3단계는 상업적 목적으로 활용되는 주요 항로를 방어한다. 중국에게 결정적으로 중요한 해상 항로는 페르시아만의 석유가 들어오는 남중국해다.

궁극적인 목적에 해당하는 4단계는 '월드 파워'에 대한 열망인데, 이는 해외의 거점들도 영향권에 두는 것이다. 현재 3단계에 도달한 중국은 버마,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파키스탄에 항구를 건설하는 해상 실크로드 계획으로 마지막 목적을 위한 초석을 놓고 있다.

중국 해군의 중기적 목적은 미국이 태평양에서 누리고 있는 독점적 지위를 약화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잠수함 함대를 서둘러 구축하고 있다. 한편 중국은 아프리카 대륙 북동부의 '아프리카의 뿔'에 위치한 지부티에 첫 해외 전진기지 건설을 위해 10년 간 임대 승인을 얻었다. 미 국방부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74개국에 진주해있다. 프랑스와 영국에만 각각 10곳과 7곳의 기지가 있다. 확실히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으려면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진짜 목적

중국 지도자들은 공공연하게 중국이 향후 수십 년 동안 미국의 세계 지도력에 도전할 계획이 없다고 말한다. 10년 전 베이징 소재 유력 싱크탱크인 중국사회과학연구소는 100점 척도로 산출되는 '종합 국력(CNP)' 지수라는 개념을 창안했다. 이에 따르면 2015년 미국, 중국, 러시아는 각각 91.68, 33.92, 30.48점으로 측정됐다.

35.12점인 일본이 종합 국력에서 2위, 12.97점의 인도가 10위였다. 인도 모디 총리는 인도가 "열망의 시대"로 진입했다고 선언하며 21세기의 후반부는 인도와 함께 가게 될 것이라고 했다.

현실적으로 보면 모디의 주장은 환상에 젖은 희망사항일 수도 있지만, 십 수 년 내에 다극 체제가 도래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일깨운다.(지역적 영향력이 발휘되는 시대를 대비해 인도는 중국의 상업 선박과 군함을 감시하기 위해 인도양의 모리셔스, 세이셸 제도, 몰디브, 스리랑카에 레이더망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중국과 러시아 지도자들의 현실적인 세계 전략 시나리오는 1815년 나폴레옹이 패퇴한 뒤 한 세기 동안 지속됐던 유럽의 세력 균형을 참고하려는 듯이 보인다. 운명적인 해였던 1815년 이후 영국, 오스트리아, 러시아, 프러시아의 군주들은 나폴레옹 치하의 프랑스처럼 강력한 단일 국가가 유럽을 지배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형성된 유럽의 균형은 1815년부터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1914년까지 지속됐다.

현재 중국과 러시아는 (소련 붕괴 직후인) 1992년부터 (미국발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여름까지 미국이 거침없이 행사해온 전 지구적 패권을 저지하려 한다. 2008년 8월 초, 친서방적인 미하일 사카쉬빌리 조지아 대통령이 분리 독립을 요구하는 남오세티야에 대한 무력 공세를 벌이자 러시아는 즉각 군사 행동에 나서 이를 무산시켰다. 당시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라크 침공의 산적한 과제에서 헤어나지 못한 미국 부시 행정부는 실력 행사는 엄두도 내지 못한 채 러시아에 대고 맥 빠진 비난밖에 하지 못했다.

당시엔 이 사건이 주목받지 못했지만, 이는 무소불위의 미국 단일 패권이 끝났음을 알리는 신호였을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다극적 세계 질서가 형성된 지 9번째 되는 해를 맞고 있는 것이다.

(번역=임경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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