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찬호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 모임' 대표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이날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와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를 잇따라 만났다. 우상호 원내대표 면담은 공개였지만, 정진석 원내대표 면담은 새누리당 측의 요청으로 비공개로 진행됐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국정감사 일정으로 추후에 만나기로 했다.
강찬호 대표는 먼저 우상호 원내대표를 찾아 "가습기 살균제 특위가 활동한 지난 3개월은 진상을 규명하기도 벅찬 기간이라서 대책이 나오지 못했다"며 피해 대책과 재발 방지 대책이 나올 때까지 가습기 살균제 특위 활동 기간을 보장해달라고 요구했다.
강찬호 대표는 "(피해 보상 대상에서 빠지는) 3, 4등급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았고, 가해 기업이 어려워져서 구상권을 청구하기 어려운 피해자도 있다"며 "(가습기 살균제 피해 문제가 수면으로 드러나기까지) 20년이 걸렸는데, 피해 문제가 완전히 해결됐을 때 특위가 종료되는 게 맞다"고 호소했다.
우상호 "특위 기간 한 달 연장하자"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전날 특위 활동 기간을 한 달 정도 더 늘려 피해 대책과 제도 개선 대책을 마련하자고 새누리당에 제안했다.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국회 상임위원회(환경노동위원회) 차원의 소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으로 대체하자고 맞서고 있다. 하지만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이미 19대 국회 당시 환경노동위원회에서 '가습기 살균제 특별법'을 논했지만, 성과 없이 끝났다며 상임위 차원으로 축소되는 것에 반대한다.
이날 우상호 원내대표는 "(환경부뿐 아니라, 보건복지부 등 여러 정부 부처가 걸쳐 있어서) 환경노동위원회 차원으로 국한될 수 없는 문제"라며 "국정감사가 끝나고 즉시 특위 활동이 재개될 수 있도록 여야가 합의하자"고 촉구했다.
우원식 가습기 살균제 특위 위원장도 "특위가 옥시 영국 본사에 가서 사과를 받아냈고, 가해 기업 모임을 구성했다"며 "(특위 활동 기간을 보장하지 않으면) 옥시의 사과를 이끌어내고 가해 기업 협의회를 만든 주체인 특위가 열흘 만에 사라져 버린다"며 특위 활동 기간 종료로 피해 대책 마련에 차질이 빚어지리라고 우려했다.
정진석 "무한 책임 지겠다"…특위 기간 보장은 즉답 피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곧이어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와 면담해 같은 요구를 했다. 비공개 면담에서 정진석 원내대표는 "무한 책임을 지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진정성을 가지고 임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다만 특위 기간을 한 달 연장할지 여부는 "당내에서 논의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새누리당이 특위 활동 기간 연장을 거부하면, 야3당이라도 다른 형식의 기구를 만들어 가습기 살균제 대책 문제를 마무리해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지난 4월 13일 20대 총선 직후 여야가 통과시키기로 입을 모았던 '가습기 살균제 특별법 제정'에 힘써달라고 강조했다. (☞관련 기사 : 대통령 한마디에 새누리 "가습기 살균제 특별법 제정")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정진석, 악어의 눈물 아니길"
가습기 살균제 피해로 5년 투병 끝에 아버지를 잃은 김미란 씨는 이날 아버지 김명천 씨의 영정을 들고 하염없이 울어 보는 이의 가슴을 안타깝게 했다. 김미란 씨는 "지금도 소리 없이 집에서 돌아가시는 분이 많은데, 그때(특위가 구성되기 전에) 저희를 보고 우셨던 정진석 원내대표의 눈물이 악어의 눈물이 아니기를 바란다"며 특위 기간을 보장해달라고 호소했다.
김미란 씨는 "저희 아빠는 산소마스크를 너무 많이 써서 얼굴이 다 파이셨다. 결국 돌아가신 후에야 산소마스크를 뗄 수 있었다"며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5일 단식하신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저희 아빠는 아무것도 못 드시고, '물 한 모금만 달라'는 게 마지막 말이었다"며 눈물을 흘렸다.
김미란 씨는 "저희는 너무 처절한데, 새누리당 분들이 너무 잔인하다고 생각한다. (저희 아버지는) 5년간 투병했는데, (특위 활동 기간) 3개월이 지났으니 할 만큼 했다는 식으로 나오는 것은 너무 잔인한 일"이라며 흐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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