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훈 서울지방경찰청장이 고(故) 백남기 농민 사망을 놓고 "집회‧시위를 하다가 부상당하고 사망한 데 대해 개인적으로 엄청 안타깝게 생각한다"라면서도 "잘못된 국가 권력에 의한 희생은 아니"라고 했다.
김 청장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국정 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답변했다.
야당 위원은 백 씨 사망에 대해 '잘못된 공권력으로 인한 무고한 희생이라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고, 김 청장은 "경찰이 관련 매뉴얼을 지켰느냐 아닌가의 문제인데, 저희들은 지켰다고 주장하기 때문에 (잘못된 공권력에 의한 희생이라는 데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백 씨 사망 사인이 불명확한 '변사'라는 입장 또한 고수했다. 백 씨 사인이 무엇이냐는 질의에 대해 김 청장은 "진단서상으론 심폐 정지라고 나와 있다"라며 "저희는 자연사나 병사가 아니면 변사로 보고 있다"고 답했다.
야당 위원은 경찰 측이 사인을 미리 '변사'로 규정하고 병원 측에 주치의 진술 조서와 진료 기록 등 관련 자료를 요구한 데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박남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유가족마저도 사망 진단서를 받지 못했는데 경찰은 어떻게 (백 씨 사망) 50분 만에 '변사자'고 단정하면서 서울대병원에 주치의 진료 기록을 다 내놓으라고 한 거냐"고 비판했다.
백 씨에 대한 진료와 수술을 진행한 서울대병원에 대한 경찰의 외압 논란에 대한 질의도 이어졌다.
백 씨 유가족은 이날 국감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민중 총궐기 당시 백 씨가 의식 불명인 상태로 서울대병원으로 후송된 뒤, 구은수 서울경찰청장이 혜화경찰서장에게 연락을 취했다고 주장했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혜화경찰서장이 어떤 방법을 통해 협조를 구했나. 내용을 알고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김 청장은 "아직 파악이 되지 않았다. 확인하겠다"고 답변했다.
김 청장은 이날 수차례 '검토 미흡'을 이유로 답변을 유보해 빈축을 샀다. 야당뿐 아니라 여당인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조차 "적어도 서울청장이라면 이 문제에 대해 명확히 인식하고 어떻게 답변해야 할지 충분히 준비돼 있어야 한다. 그런데 모르쇠로 일관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 걸 원치 않는다"며 질타했다.
"물대포, 필요 최소한도로 사용하겠다"
박남춘 의원은 이날 백 씨 사고 당시 살수 영상을 공개했다. 백 의원은 "경찰은 약 4초간 경고 살수했다고 하지만, 1초도 지속이 안 된다. 경고 살수라 하면 시위대가 인식을 해야 하는데, 1초도 지속이 안 된 것을 경고 살수로 볼 수 있느냐"면서 "이래놓고도 백 씨 죽음에 대해 책임이 없다고 변사라고 하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김 청장은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르다"고 했다. 경고 살수 후 직사가 이뤄졌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곡사인지 직사인지는)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르다"는 답변을 되풀이했다.
야당 위원은 "곡사로 판단했다면, 경고 살수를 했다고 한다면 그렇게 판단할 수 있는 영상이 있을 것 아닌가. 그 영상을 내놓으라"고 했다. 김 청장은 답변하지 않았다.
권은희 의원은 "야당이나 유족은 CCTV나 진료 자료에 의해 잘못된 국가 권력에 의한 희생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경찰은 근거 자료도 제출하지 않으면서 잘못된 국가 권력에 의한 희생이 '아니'라고 한다. 이건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김 청장은 집회 시위 대응 방침에 대해 "불법 폭력 시위가 일어나지 않는 것을 선진 문화라고 생각하고, 평화 시위는 보호하되 불법 시위에는 엄정 대응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물대포 사용에 대해서도 "필요 시 최소한도로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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