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사망한 고(故) 백남기 씨에 대한 부검 영장이 발부되면서 후폭풍이 거세다. 정치권에서는 고인의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특별검사법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시민‧사회에서도 이번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정치인, 종교계, 법조인, 문화예술인 등 3000여 명의 인사들은 이날 백남기 씨 사망과 관련한 국가폭력 규탄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백남기 농민 사망 국가폭력 규탄 시국선언' 참가자들은 29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중앙계단에서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국민이 준 힘으로, 더 이상 국민을 짓밟지 말라"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백남기 씨의 죽음은 공권력에 의한 명백한 타살"이라며 "그 책임은 정부와 경찰에게 있다는 것 또한 분명하지만 백남기 씨와 가족들은 300일이 넘는 시간 동안 정부로부터 단 한마디 사과도 듣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책임자 처벌이나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도 찾아 볼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사인이 명백하고, 유족이 부검을 원치 않고 있음에도 검찰과 경찰, 법원은 기어이 부검을 강행하겠다고 한다"며 "이는 법률적으로도, 의학적으로도, 상식적으로도, 도의적으로도, 용납될 수 없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부검은) 사인을 은폐 왜곡하려는 시도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이런 상황은 직업과 나이, 성별, 처지가 다른 우리 모두의 마음을 더욱 슬프고 아프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백민주화 "왜 우리에게 슬퍼할 시간조차 주지 않는가"
이날 시국선언에 참여한 고 백남기 씨 딸 민주화 씨는 재차 "경찰에 아버지 시신을 넘기는 것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물대포를 맞은) 첫날부터 의식 돌아올 가능성이 없었다. 이후 생명만 연장하다 돌아가셨다. 그런데, 법원이 부검 영장을 발부했다. 도대체 살인자(경찰)가 어떻게 진상규명을 한다는 지 납득을 못하겠다."
민주화 씨는 "아무런 힘 없는 우리 가족과 순수한 국민을 1년 가까이 괴롭히는지 모르겠다"며 "왜 우리에게 슬퍼할 시간조차 주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민주화 씨는 "빈소에는 슬픔보다 긴장감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우리 유가족은 사인이 명확한 아버지의 시신을 아버지를 죽인 경찰에 넘기는 일은 절대 반대함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정연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은 법원의 영장 발부를 두고 "말문을 잃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그간 고인의 죽음에 관한 어떤 수사도,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그런데 백남기 씨가 돌아가시자마자 이제껏 충분했던 범죄 혐의 관련 모든 증거 자료는 다 팽개치고 범죄 혐의 입증을 위한다며 부검을 한다고 달려든다"고 지적했다.
정 회장은 "결국, 발부된 영장을 보고 변호사들은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다"며 "정치권과 검‧경의 압력에 의해, 알 수 없는 영장을 법원이 발부한 데에 대해 유감의 뜻을 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회장은 "분명한 것은 분명하게 판단해야 한다"며 "지금이라도 검찰과 법원은 이 사태의 본질을 직시하고 고인과 유족을 욕보이는 일을 중단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노회찬 "특검법 도입 즉각 추진하겠다"
백남기농민대책TF 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정재호 의원은 "지금의 현실이 30년 전 데자뷔인 듯하다"고 지적했다. 정권의 온갖 부도덕함을 공안으로 덮고 폭력으로 막으려 했던 유신 정권과 비슷하다는 것.
정 의원은 "박근혜 정부가 백남기 씨의 장례식장에서 폭력을 유발하려는 음모와 계책이 엿보인다"며 "이제 야당과 시민‧사회 단체와 국민이 뭉쳐서 행동을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백남기 씨의 사인 관련 특검법을 발의한다고 밝혔다. 노 대표는 "검찰의 수사를 그대로 맡겨둘 수 없는 상황이기에 국회 차원에서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이날 특검법을 발의한다고 밝혔다.
노 대표는 "이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도 백남기 씨에 대한 진실 규명을 위한 특검 도입에 동의하고 있다"며 "여소야대를 만들어 준 민의에 복종하기 위해서라도 우리가 가진 모든 힘을 다 동원해서 싸워나가야 한다. 특별검사 도입을 즉각 추진할 것을 다시 한 번 다짐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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